김항곤 군수 제3부지 수용…경찰 동원해 성주군민 ‘배신’

김항곤 군수, “국가 없는 국민은 있을 수 없다”
군민 200여 명, “주민 뜻과 다른 군수 기자회견은 무효”
“군민 의견 반영 못 해···투쟁위 확대 개편해야”

15:14
▲성주군청 공무원들이 군수실에 방문하려는 주민을 막고 있다.
▲성주군청 공무원들이 군수실에 방문하려는 주민을 막고 있다.

성주군민의 항의에도 김항곤 군수가 사드 배치 ‘제3부지’ 수용 입장을 밝혔다. 김항곤 군수는 경찰과 공무원을 동원해 사드에 반대하는 군민의 출입을 막았다.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김항곤 군수, “대통령께서 사드부대 이전 검토를 말씀했다”며 제3부지 요청

▲22일 오전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서 제3부지 건의에 나선 김항곤 성주군수.
▲22일 오전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서 제3부지 건의에 나선 김항곤 성주군수.

22일 오전 10시, 김 군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에 사드 배치 지역을 성산포대가 아닌 ‘제3부지’로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이완영 국회의원,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 배복수 군의원, 공무원 70여 명, 안보단체 회원 10여 명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군수는 “더 이상의 극단으로 치닫는 대안 없는 반대는 사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라며 “안보는 국가를 지탱하는 초석 국가 없는 국민 있을 수 없다. 국가 안보에 반하는 무조건적 반대는 우리 모두를 파국으로 이끌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서 사드부대 이전 검토를 말씀했다. (우리도) 18일 군민 간담회를 시작으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대다수 군민들이 꼭 배치해야 한다면 제3의 장소를 희망하고 있다. 국방부에서는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의 적합한 장소를 결정해 달라”고 말했다.

김 군수는 지난 4일 촛불문화제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18일 만에 급선회했다. 이후 16일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제3부지를 제안했고, 김 군수도 지난 19일 촛불문화제에서 제3부지 검토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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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나오는 성주군민
▲끌려나오는 성주군민

이 소식을 접한 군민들은 군수실, 기자회견장 앞에서 항의했지만, 공무원과 경찰이 사력을 다해 막았다. 성주군청에는 450여 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한 군민은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을 향해 “군수 대답이라도 한 번 들어 봐야 할 것 아니오”라고 항의했고, 눈물을 흘리는 군민도 있었다. 일부 군민은 군수실 앞에서 항의하다가 현관 밖까지 경찰에 끌려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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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 200여 명, “주민 뜻과 다른 군수 기자회견은 무효”

오전 10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군민 200여 명과 투쟁위원 10여 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의견과 다른 기자회견 무효”를 주장했다. 이재복, 정영길, 백철현, 김안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배은하

배은하 성주투쟁위 대변인은 “우리는 한반도 사드 배치를 외쳐왔다. 군청 마당에서 왜 촛불을 지켜왔나. 군민 마음도 모르는 군수는 혼자 사드를 유치하려고 한다. 오늘 이후로 더 투쟁에 전념해서 그 군수의 입장이 바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21일 촛불문화제에서 촛불 투쟁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충환(수륜면) 씨는 “군수는 자기가 동원한 사람 의견 몇몇을 수렴했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그동안 군수가 개과천선해서 우리 편이 되길 바랐는데 이제 끝났다. 우리 성주군민들은 이 기자회견이 무효라고 선언했다. 투쟁위와 성주군민은 지속해서 투쟁할 것”이라며 “국방부는 우리 투쟁을 무장해제 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투쟁 열기가 퍼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야3당이 싸울 것이다. 군·도의원 중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성주 어디에 사드가 와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박수규 성주투쟁위 홍보분과위원도 “군수의 일방적 성명 발표다. 군민의 뜻이 아니다. 촛불집회에서 군민 뜻을 모으고 당당히 밝힐 것”이라며 “국방부와 청와대가 조급해하고 있다. 야3당도 사드 특위를 만들었다. 군민은 투쟁위 결정만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나서서 미 대사관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민 의견 반영 못 해···투쟁위 확대 개편해야”

군민들은 기자회견 후 자유토론을 벌였다. 참석한 군민들은 촛불문화제에서 추천한 김충환, 배윤호(가천면) 씨를 성주투쟁위에 파견하기로 했다. 최근 투쟁위가 ‘제3부지 검토 요청’으로 가닥을 잡자 투쟁위가 군민 의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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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군민도 고민이 깊다. 박수규 홍보분과위원은 “방법론에서 갈리지만, 누구나 성주에 사드가 들어오면 재앙이라고 기본적으로 인식한다. 이에 더해 주민 간에 서로 원수가 되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쟁위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 공을 국방부와 국회로 넘겨야 하고, 제3부지 검토하는 제스쳐를 취하며 국회에서도 시간을 끌면 해결될 것이라는 게 군수와 투쟁위 다수의 의견”이라며 “방법론에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제3부지 이야기를 꺼내면 우리 싸움의 명분이 없어진다. 그때는 성산포대에 들어온다고 해도 못 막는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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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백철현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우리는 군수님이 기자회견 하는 것도 몰랐다”며 제3부지 검토에 대해서는 “(오후 열리는)회의에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안수 공동위원장은 “성산포대는 철회하고 다른 안은 국방부가 찾아보라는 내용이다. 절차에 따라 다른 부지를 찾아라. 제3부지는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라며 “우리는 이 안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려는 거다. 끝까지 반대하면 (사드가) 안 온다는 의견도 있지만 둘 다 정확하지는 않다. 어제 발표하려던 내용인데, 오늘 회의에서 다시 결정하려고 했는데 다들 오늘은 하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성주투쟁위는 이날 오후 2시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현 상황이 우려된다”며 회의를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