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소재 작은학교 유가초등학교 존폐를 결정하는 사법부 결정이 이르면 내일(19일) 나올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전 11시, 대구지방법원 별관 304호 조정실에서는 유가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가 제기한 ‘대구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이하 학교 설치 조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2차 심리가 열렸다. 가처분 심리를 2번에 걸쳐 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대구교육청, “유가초는 통폐합 아니고 이전”
내부 문건엔 “통폐합” 명시⋯“중앙재정투자심사 때문”
심리에서 대구교육청은 유가초 폐교 및 이전이 통폐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8일 오전 교육청 측 변호사는 처음엔 통폐합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학교 이전이고, 이전은 교육감의 재량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학교 통폐합을 인정하면 교육청 스스로 2011년 홍보했던 통폐합 3년 예고제와 학부모 ⅔ 동의 규정에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청은 1차 심리부터 꾸준하게 유가초는 신축 학교로 이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폐합이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교육청 주장은 ‘자기부정’을 하는 꼴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유가초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지난 4월 작성한 ‘2016 소규모학교 통합을 통한 교육력 제고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근거로 들면서 교육청 주장에 반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교육청은 2016년 유가초, 2017년 대동초, 신암-아양중, 복현-경진중, 2018년 중리초, 학산초, 서진중, 2019년 죽전중 등 8개 학교를 통폐합 대상으로 선정했다. 유가초도 명확하게 ‘통폐합’ 추진 대상 학교로 포함하고 있다.
교육청은 유가초를 ‘통폐합’해야 하는 이유로 통학구역 내 취학 학생수 감소와 새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 내 신설학교 개교 등을 꼽았다. 내부적으론 통폐합으로 추진했지만, 법정에서는 ‘통폐합’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 예고제나 학부모 ⅔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신설 학교 중앙재정투자심사를 할 때 지역별로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경우엔 그걸 감안해서 인정해주곤 한다”며 “엄격히 말하면 유가초는 이전이기 때문에 해당 문서에 들어갈 사안이 아닌데,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교육부 시책에 따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중앙재정투자심사 과정에서 좀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유가초를 임의로 통폐합 계획에 넣어둔 것일 뿐, 실제로는 단순 이전이라는 것이다. 교육청 설명대로면 교육청은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공고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소규모 학교 통폐합) 및 분교장 개편 권고기준’에 따른 통폐합 인센티브도 유가초 사안으로는 받을 수 없다.
교육부 권고기준에 따르면, 유가초를 통폐합으로 인정할 경우 60~120명 규모 초등학교의 학교신설 대체이전에 해당해서 40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교육청은 여러차례 유가초는 인센티브 대상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대구시의회 교육위 조례 심사 과정에서 배재훈 교육위원(새누리당, 수성1)은 “통폐합하면 교육부에서 지원이라든지 그런 게 있습니까? 그런 루머가 떠돌던데”라고 묻자, 정희준 대구교육청 행정국장은 “이번 유가초 같은 경우에는 별도로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 신설하는 학교로 이전하기 때문에 별도 인센티브를 주는 건 없다”고 답했다.
정희준 행정국장은 18일 유가초가 인센티브 대상인지 여부를 다시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지난해 중앙재정투자심사 당시에 신청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인센티브 대상은 아니”라고 확인했다.
학부모, “명백한 통폐합 조치⋯예측불가능한 행정”
“학교는 단순히 시설물 아냐⋯사람과 환경이 함께 만드는 것”
반면 학부모들은 명백하게 기존 유가초를 폐교하는 통폐합 조치라고 주장하면서 교육행정이 전혀 예측가능하지 않아 학부모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청이 지난해까지 유가초를 성공적인 행복학교로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면, 유가면으로 이사하면서까지 유가초에 자녀들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한 김수옥, 윤일규 씨 가족은 모두 최근 유가초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유가면으로 이사했다.
또, 이들은 이미 1학기를 마친 상태에서 교육청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근 비슬초등학교 등 새 학교로 이동해올 학생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청은 비슬초에서만 447명이 새 학교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들은 비슬초와 새 학교 거리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비슬초 학부모들이 학기 중에 자녀를 전학시키려고 하지 않을 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7일 만난 유가초 관계자는 “교육청은 4, 5백명 이야길 하지만, 전학 신청을 받아보면 3백명 정도일 것 같다”며 교육청 예측 수준이 과장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비슬초 관계자도 같은 의견이었다. 임성무 작은학교살리기대구공대위 공동대표는 “비슬초 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아이들이 300명 정도 전학갈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많은 학생이 반에서 빠지는 선생님들은 학생 지도에 걱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가처분 신청 당사자인 김수옥 씨는 마지막 진술을 통해 “새 학교가 교명을 승계하기 때문에 학교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하는 건 너무 폭력적”이라며 “학교는 건물, 선생님, 운동장, 자연환경, 마을과 마을 어른들까지 사람과 환경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지 단순히 시설물이라고 생각하는 건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금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유가초가 없어진다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