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간담회를 마친 17일 어김없이 성주는 사드 반대 촛불이 타올랐다. 군민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저녁 8시부터 열린 36차 촛불문화제에서 성주군의원 4명이 새누리당 탈당 소식을 알려 군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백철현 (사드배치반대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 곽길영, 김명석, 배명호 군의원이 이날 탈당했다. 백철현 위원장은 이날 군민에게 국방부 장관 간담회 결과를 발표한 후 탈당 소식을 밝혔다. 이들은 길게는 30년 동안 새누리당계 정당(한나라당·민주정의당 등)에서 활동했다. 이로써 성주군의원 8명(지역구 7명, 비례 1명)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은 3명(배재만, 도정태, 배복수)만 남았다.
20여년 당 활동을 한 배명호 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당 활동에 무리 없었다. 그런데 사드 문제로 탈당계를 제출해놓고 당에서 군민과 합의점을 찾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탈당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의 탈당 소식에 군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국방부 간담회서 “사드 철회와 원점 재검토” 못 박았다
“이완영 의원이 제3부지 말 꺼내”
“김항곤 군수 언제 탈당?···새누리당 좋으면 박근혜에게 가라”
“김관용 도지사의 군민 무시 행위, 주민 소환 대상”
군민들은 국방부 간담회 결과에도 귀를 기울였다. 투쟁위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방부장관이 사전 설명 없이 사드 배치지역을 결정한 것에 대해 사과했고 ▷국방부는 성산포대 배치지역 결정과정을 설명했으나 ▷최종 후보지 5곳 중 성주와 같은 인구밀집지역은 없다고 밝혔고 ▷투쟁위는 국방부가 밝힌 자료가 충분치 않다고 입장을 전했다.
투쟁위는 “환경평가 없이 배치지역이 결정되는 등 절차를 어겼다는 점을 국방부가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점과 국방부와 소통의 문을 열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 도중 제기된 ‘제3부지 검토’관련 발언에 대해 투쟁위는 “이완영 의원이 정부와 성주 군민 입장을 고려해 성주 내 제3부지 검토”를 요구했다고 했다. 한 투쟁위원도 제3부지를 언급했으나 개인적 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며 투쟁위 공식 입장은 “사드 철회와 원점 재검토”라고 못 박았다.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국방부는 언론에다 군민을 갈라치기 위해 계속 거짓말하고 있다. 김천시민들이 군청에 오는 길에 경찰에 막혀서 돌아갔다. 군민끼리 갈라치고 군민과 김천도 갈라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민들은 “이땅 어디에도 사드배치 필요 없다”, “이완영 성주에 접근 금지”라며 구호를 외쳤다.
이날 이어진 시민 자유발언에는 김항곤 군수를 향한 지적도 있었다. 김남연(53, 초전면) 씨는 “저 위에서 법을 안 지키면서 우리더러 법 지키라는 인간들이 역겨워서 나왔다. 오늘 군수님한테도 할 말이 있습니다”라며 김항곤 성주군수를 향해 질타를 쏟아내 큰 호응을 샀다.
김 씨는 “10만 서명도 끝났다. 군수님. 있으면 말 똑바로 들으십시오. 새누리당 탈당하라는데 군수님은 때가 되면 하겠다고 했습니다. 십만인 서명도 끝났는데 왜 탈당을 안 합니까”라며 “나이가 일흔이면 앞으로 살아있을 시간을 잘 마무리하세요. 쪽팔리게. 새누리당이 좋으면 서울 가서 박근혜하고 같이 살아요”라고 질타하자 군민들은 “옳소”라며 호응했다.
이미란(성주읍) 씨는 “상해 임시정부 청사에 가서 현수막 맞춰 사진을 찍었다. ‘헌법 제1조’ 노래에 맞춰 율동도 했다. 그러니 스스로 위안도 됐다. 이기는 그 날까지 끝까지 함께하자”라고 말했다.
언론 브리핑에 나선 배윤호 씨는 김관용 도지사를 향해 “도지사가 성주 내 제3부지 이야기를 한다. 턱도 없는 이야기다. 선출직은 주민의 의사를 듣고 주민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라며 “도지사가 나서서 제3지역 운운하는 것은 군민의 정당한 권리를 무시하고 모독하는 행위다. 마땅히 주민 소환 대상이 된다. 곳곳에서 촛불이 퍼지는 만큼 도지사 소환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18일 오후 4시 투쟁위는 군민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투쟁위는 국방부 간담회 결과가 다시 한 번 공유하고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해서도 토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