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혐오 집회와 반대 단체의 오물 투척이 있었음에도 ‘사랑’과 ‘자긍심’의 구호 속에 마무리됐다.
“교회에 다니고 있어요. 서울퀴어축제 기사를 봤는데 이 사람들이 너무 기독교에 대해 안 좋게 말하는 것 같아서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가 들어보려고 왔어요”
5일 오후,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찾은 대구시 북구에 사는 박 모 씨(19)는 이렇게 말했다. 한참 무대를 쳐다보던 박 씨는 “좋은 것 같아요. 소수자들인데도 이렇게 나와서 당당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라며 어느새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5일 오후 2시부터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무대에서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혐오냠냠’이 열렸다. 이날 축제에는 무지개인권연대 등 22개 단체가 사전 마당을 열었고, 2시간여 동안 공연이 이어졌다. 축제에는 1,000여 명(경찰 추산 500명)이 모였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공동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하며 364일을 견뎌왔다. 이 축제 하루가 우리에겐 1년을 버티는 힘이었다”며 “그동안 사회에서 훼손된 자존심을 회복하고, 앞으로 또 1년을 우리의 자긍심으로 더 당당하게 걸어갔으면 좋겠다”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레스젠더는 어디에나 있지만 서울 외 지역에는 이들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언제나 편견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지역에 있는 성소수자들에게 큰 힘이 되는 행사”라며 축제를 지지했다.
서울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내려온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지인 씨는 “우리 사회 많은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이 숨어 있다. 성소수자 부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모임이 있다는 걸 알리고, 우리 아이들이 이 밖에서 차별받지 않고 혐오받지 않게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서 내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2시간여 무대 행사가 끝나고 ‘자긍심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퍼레이드가 시작하자마자 한 기독교회 장로 이 모 씨가 오물을 투척해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씨는 플라스틱 컵에 오물을 담아와 퍼레이드 상징 현수막에 여러 차례 뿌렸다. 이 씨는 현장에서 연행돼 오후 8시 현재 대구중부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댄스듀오 28’의 댄스 무대로 2시간 동안 이어진 행진에도 참가자들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김천에서 이번 축제를 위해 올라온 초코 씨는 “다음 카페에서 보고 김천에서 올라왔다”며 “축제가 작년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무대나 퍼포먼스도 다양해졌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다양해진 것 같다. 또 참가자들이 점점 어려지고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구백화점에서 삼덕지구대, 반월당네거리를 거쳐 봉산문화거리까지 2시간여 동안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봉산문화거리 입구에 모인 참가자들은 오후 7시께 행사를 마무리했다.
기독교단체 800여 명 혐오집회
행진 쫓아가며 반대 구호 외쳐
외국인들은 “한국 수준 반영” 눈살 찌푸려
한편 이날 대구와 서울 등에서 모인 기독교인들은 구 한일극장 앞에서 3×6M크기의 간이 무대를 설치하고 혐오집회를 열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바른성문화국민연합, 건강한사회모임 등 기독교단체 관계자 800여 명은 찬송가를 부르거나 통성기도를 하며 오후 3시부터 2시간 가량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박원순OUT’, ‘남자며느리, 여자사위, 미쳐도 곱게 미쳐라’ 등의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집회 중 몇몇 교인이 경찰의 질서유지선을 넘어 퀴어 축제 장소로 진입하려했으나, 경찰에 저지됐다. 이에 한 기독교 청년은 눈물을 흘리며 항의하기도 했다.
한 교인은 ‘동성애 반대 서명’을 받으며 거부하는 시민에게 “동성애를 찬성하시는 거예요?”라며 서명을 권하기도 했다.
이날 기독교인의 집회에서 케네스(미국) 목사는 “미국의 동성결혼 합법화에 많은 미국인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결과”라며 “하지만 동성애는 사랑이 아니다. 그들이 잘못 알고있는 것이다. 우리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효관 건강한사회모임 사무총장은 “축제 측에서 여성 성기모양의 음란한 과자를 팔고 있다. 음란함에 익숙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 넘어가면 안 된다”라며 “이제 동성애 반대에 아시아만 남았다. 대한민국이 버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혐오집회를 보던 외국인들은 혀를 찼다. “동성애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보고는 사진을 찍기도 했고, 혐오집회에 항의하는 이도 있었다.
기독교인에게 항의한 폴(네덜란드) 씨는 “우리 집안은 카톨릭 집안이지만, 삼촌이 게이 커플이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가 혐오스럽다. 교회의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데보라(영국) 씨는 “호모포비아에 반대한다. 동성애자도 이성애자와 동등한 권리가 있다”며 “어느나라에서나 혐오를 조장하는 기독교인들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