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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000일 가량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100+1 대구 혁신을 ‘완성’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그가 말하는 성과라는 게 과장되었고, 오히려 재임 기간 동안 시정이 사유화되고, 민주주의는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시장이 권한대행을 하는 1년여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이 문제는 계속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민>은 후임 시장이 당선되어 새로운 대구 시정이 열리기 전까지, 홍준표 재임 1,000일이 대구에 무엇을 남겼는지 기록해두기로 했다.
홍준표 재임 약 1,000일 동안 2회나 열린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는 그의 퇴임과 함께 사라졌다. 뉴스민이 확보한 대구시 직원동호회 활동계획서를 보면, 시청 직원동호회 ‘이븐클럽’은 지난 2023년, 2024년 2년 동안 개최하던 공무원 골프대회를 올해 계획서에 담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대회인 것처럼 포장하고 대외적으로 알렸지만, 골프 애호가인 홍 전 시장 구미에 맞는 관제행사를 직원동호회 행사로 둔갑해 운영했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븐클럽은 지난 1,000일 동안 시청 직원동호회 중 가장 많은 특별활동비 지원을 받기도 했다.
뉴스민은 2023년부터 2025년 4월까지 대구 시청 직원동호회의 ▲활동계획서 ▲기본활동비 신청서 ▲특별활동비 신청서 등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했다. 대구시는 애초에 이 자료 공개를 거부하다가 뉴스민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지난해 8월 패소한 후 3개월 만인 11월에야 공개하기 시작했다. [관련기사=행정소송 패소한 대구시, 직원동호회 활동비 신청 정보 홈페이지 게시(‘24.12.3)]

시청 직원 골프동호회 이븐클럽의 올해 상반기 활동계획서를 보면, 2023, 2024년 5월경에 개최하던 ‘대구광역시 공무원 골프대회’가 빠졌다. 전체 회원 45명인 이븐클럽은 스크린골프를 주로 하고 필드에 나가는 계획은 4, 6월에 정기모임을 각 한 차례씩 가질 예정이다. 정기모임은 528만 원을 들여 회원 24명이 참여하는 행사로, 이븐클럽은 200만 원을 지원금으로 요청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븐클럽은 2023, 2024년 상반기 활동계획서에는 각각 170~180명 가량이 참가하는 공무원 골프대회 개최 계획을 담은 바 있다. 2023년엔 5,492만 원을 사업비로 예상하면서 1,200만 원을 특별활동비로 신청할 계획이었고, 2024년엔 5,638만 원을 사업비로 예상하면서 1,138만 원을 특별활동비로 신청할 계획을 세웠다. 실제 2023년, 2024년에 각각 1,174만여 원, 1,140만여 원이 특별활동비로 지원됐다.
특별활동비(이하 특활비)는 대구시가 직원동호회 운영을 위해 세금을 지원하는 항목 중 하나다. 대구시는 2023년엔 1억 원, 2024년 1억 3,000만 원을 직원동호회 지원 예산으로 편성해서 기본활동비와 특활비로 나눠 사용했다. 뉴스민은 같은 기간 동안 대구시가 사용한 특활비 내역도 확인했는데, 지난 1,000일 동안 이븐클럽은 다른 동호회보다 월등히 많은 특활비를 지급받았다.
2023년엔 23개 동호회 중 9곳에 합계 4,364만여 원을 특활비로 지급했는데, 이중 1,914만여 원(43.9%)가 이븐클럽에 나갔다. 2024년에도 26개 동호회 중 11곳에 7,212만여 원을 특활비로 지급했고, 이븐클럽이 1,650여만 원(22.9%)을 가져갔다. 2년 동안 대구시가 특활비로 쓴 세금이 1억 1,577만여 원이고, 이중 이븐클럽에 가장 많은 30.8%(3,564만여 원)가 지급됐다.
골프+노래 동호회가 가져간 특별활동비가 약 60%
시장이 좋아하는 동호회 활동에 편중된 예산 집행하면서
정보 비공개로 소송, 행정심판까지 자초···허위 주장까지

코로나19로 직원동호회 활동이 정체기에 들기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그해 대구시는 28개 동호회 중 12곳에 1,639만여 원을 특활비로 지원했다. 이중 이븐클럽이 받은 돈은 150만 원(9.2%) 수준에 그쳤다. 홍 전 시장 취임 후 10배 이상 지원금이 늘었다는 의미다.
대구시는 공무원 골프대회 개최 이후 과도한 지원금이 지급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기준에 따라 형평성 있게 지급된다고 반박해왔다. 골프대회를 앞두고 대구시가 마련한 지원금 지급기준은 마치 골프대회를 위한 것처럼 일부 기준이 변경됐고, 관련한 정보공개 요청에 비공개 결정을 반복했다. 행정심판, 행정소송, 손배소송 등의 필요없는 행정 낭비도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언론의 검증 보도 및 정보공개청구가 동호회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근거 없는 허위주장을 행정심판위원회나 법원에 반복해 내놨다.
동호회 활동이 위축된다는 대구시의 주장이 무색하게 2022년 21개 동호회가 기본활동비를 신청하는데 그쳤던 대구시 동호회 활동은 2023년 하반기 23개로 늘었고, 2024년 상반기 24개, 하반기 26개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25개 동호회가 기본활동비를 신청했다. 배정된 예산도 2022년 5,000만 원 중 3,334만여 원(66.7%)을 쓰는데 그쳤지만, 2023년엔 1억 원 중 9,213만여 원(92.1%), 2024년 1억 3,000만 원 중 1억 1,746만여 원(90.4%)으로 늘었다.
한편, 2024년엔 골프동호회 보다 더 많은 특활비를 사용한 동호회가 있는데, 그해 대구 공무원 노래자랑대회를 개최한 ‘대구가무’다 대구가무는 2023년 하반기부터 기본활동비를 신청한 이력이 확인되는데, 이듬해부터 홍 전 시장이 노래자랑대회 개최를 천명하면서 그 대회를 개최하는 동호회로 활용됐다.
노래자랑대회에 지급된 특활비는 3,336만 원으로 2024년 전체 특활비 사용액 중 46.3%에 달한다. 2년 간 사용된 1억 원이 넘는 특활비 중에서도 28.8%를 차지하면서 이븐클럽 다음으로 많은 특활비가 사용됐다. 홍 전 시장이 재임하는 약 1,000일 동안 그가 애호한 골프대회와 노래자랑대회를 개최한 두 동호회가 쓴 특활비는 합계 6,900만여 원으로 총 사용액의 59.6%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