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버스 기사 김민수도···이주민·정주민 함께한 이주노동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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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통근버스 법무부 차량 사건으로 2년을 선고받고 얼마 전에 가석방 출소한 김민수(가명)입니다. 교도소에서 왜 살지 하는 생각만 했는데, 여러분들의 위로가 견딜 힘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김민수 씨)

“이 자리에서 김민수 님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윤다혜 성서공단지역지회 활동가)

27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135주년 세계노동절 대구경북 이주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여전히 마음대로 휴가를 낼 수도, 노동절에 쉴 수도 없는 이주노동자는 5월 1일 노동절을 앞둔 일요일 노동절 집회를 열었다.

세계노동절 135년차에 이르렀지만, 이주노동자 강제 단속과 이로 인한 부상,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예년과 다른 작은 차이도 생겼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피하려다 사고를 낸 통근버스 기사 김민수 씨도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점이다.

김 씨는 최근 공장 야간반에 취직해 일을 시작했다. 여전히 사람들과 관계, 그리고 사고 여파로 인한 충격을 모두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교도소 생활을 버티게 한 시민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어 이번 집회에 발걸음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았다.

“처음에 사건 시작됐을 때 지인들이 접견 와서 ‘니 왜 그랬는데. 제 정신이냐’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제게 많이 와주셨습니다. 그게 저에게 정말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제게는 형제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다그치기만 했고 저는 교도소에서 자괴감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왜 살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는데, 여러분의 응원에 버틸 힘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김민수 씨)

▲135주년 세계노동절 대구경북 이주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인사하는 김민수 씨

집회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현행 비자 제도 문제, 임금 체불 등 노동권 침해, 강제 단속과 이로 인한 인권침해 현실 등에 대한 증언과 비판도 이어졌다.

신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이주노동자 130만 시대라고 한다. 저조한 출생률은 회복할 가망 없고, 인구 감소는 피치 못할 상황의 대한민국에서 이주노동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 정부와 자본은 필요에 의해 데려온 이주노동자를 쓰다가 마음대로 버려도 되는 1회용품처럼 취급하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사업주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강제 노동해야 하고, 불법체류자라는 딱지를 받기 십상이다. 인간사냥 대상이 되는 것이 이주노동자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임금 체불’, ‘강제 단속’ 등의 단어를 여러 언어로 쓴 박스탑을 오자미로 무너뜨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출입국 강제 단속 등을 투쟁으로 철폐한다는 의미다.

집회 후 이들은 삼덕소방서, 봉산육거리, 통신골목을 거쳐 구 중앙파출소 앞 광장까지 풍물놀이를 하면서 행진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허가제 쟁취, ILO국제협약 준수, 강제노동 철폐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노동안전 보장, 강제 단속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한편 집회에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달곰이지부 등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서 대구 윤석열 파면 광장에 나오던 시민들도 함께 했다.

▲27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135주년 세계노동절 대구경북 이주노동자대회가 열렸다.

▲27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135주년 세계노동절 대구경북 이주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