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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북도의회는 교총, 교사노조, 전교조 3개 교원단체 중 전교조 경북지부만 콕 짚어 사무실 임차료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전교조는 경북교육청과 논의를 통해 올해 첫 추경예산안에 예산을 반영하려고 했지만, 도의회가 심사 과정에서 반액 삭감해 버린 상태다. 의회는 전교조가 조합원 수는 적으면서 임차료 규모가 크다는 점을 명분 삼지만, 규모 조정 대신 전액 삭감을 시도한 건 정치적 배경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교조 조합원 수 문제 삼아 전액 삭감했지만…실제 이유는?
도의원, “전교조, 참교육이 아니고 참소주 먹고 하는 교육 같아”
전교조 경북지부와 경북교육청 단체협약에 따르면 교육청은 전교조 경북지부가 ▲사무실 임차 ▲부대시설 ▲집기 및 비품 등을 요구할 경우 예산의 범위에서 적정 규모의 사무실이나 조합활동에 필요한 통상적인 비품에 대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단협에 근거해서 교육청은 지난 20여 년 동안 월세 230~250만 원 가량으로 연간 3,000만 원을 전교조 경북지부에 지원했다.
교육청은 올해도 3,000만 원을 전교조 경북지부 임차료 지원 예산으로 편성했지만, 지난해 말 경북도의회는 임차 비용이 과도하다는 이유를 들며 전액 삭감했다. 반면 경북교총(1,860만 원)이나 경북교사노조(960만 원)의 임차료는 원안대로 의결했다. 도의회가 전교조 임차료가 과도하다고 지적하는 근거는 조합원 수다. 전교조 경북지부의 조합원 수는 다른 2개 단체와 비교해 적다. 경북교육청은 단협에 근거해 4월 추경예산안에 다시 반영했지만,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이번에도 같은 논리로 전액 삭감했고, 예결특위도 같은 입장을 밝힌 상태다.
도의회는 조합원 수 대비 전교조 경북지부 임차료 예산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경북교총과 경북교사노조는 단협에 따라 월세 외에도 임대보증금도 1억 원을 교육청으로부터 지원 받고 있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임대보증금 없이 더 많은 월세를 지원 받았다. 사무실 사용면적은 전교조 경북지부가 365㎡, 경북교총 237㎡, 교사노조가 100㎡ 정도다.
전교조 경북지부 측은 규모나 비용이 문제라면 축소해서 운영하겠다는 의사도 밝혔지만 도의회가 예산을 삭감해버리는 건 다른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본다. 24일 경북교육연대는 성명을 통해 “경북도의회에 묻는다. 왜 전교조만 배제하려 하는가. 전교조가 불편한 목소리라서 그런가. 지금 경북도의회가 바라는 교육은 말 잘 듣는 교사만 남는 교육인가”라며 “전교조를 고립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를 단호히 거부하며 모든 교직단체에 대해 형평성 있게 예산을 편성하라”고 요구했다.
실제 의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노골적인적 전교조 혐오도 확인된다. 지난 2월 4일 열린 제352회 임시회 교육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박용선 의원(국민의힘, 포항5)은 “대통령 계엄령 선포와 탄핵 사태를 보며 누누이 표현을 많이 했다. 호국, 안보, 보훈, 국가관 이런 교육을 철저히 심어주자. 그러고 나서 이념 교육은 대학에 가서 배우라는 것”이라며 “지금 보면 전교조라는 사람들, 내가 초선 때, 재선 때도 했다. 참교육 들고 나올 때 참 좋았다. 제가 심지어 ‘참교육이 아니고 참소주 드시고 하는 교육 같다. 자기 아이들이면 그런 교육 가르치겠냐’할 정도로 심했는데 우리가 앞으로 이런 부분을 좀 더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4일 예결특위 계수조정에서 논의 중
지난 15일부터 제355회 임시회를 운영 중인 경북도의회는 지난 16일 교육위에서 다시 전교조 경북지부 임차료 예산을 삭감한 안을 의결해 예결특위로 넘긴 상태다. 23일 오전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차 회의에선 경북지부 임차료 예산 처리를 두고 논의가 이어졌다. 예결위원들은 교육위 의원들이 지적한 내용을 반복하면서 원안대로 예산을 반영하려면 교육위 동의를 받으라고 교육청에 주문했다. 24일 예결특위는 추경안 계수조정을 하며 삭감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 중으로 전해진다.
최태림 의원(국민의힘, 의성1)은 “전교조가 인원(조합원) 수에 비해 많이 가져가고 있다. 중요한 건 ‘몇 명이 얼마나 활동하고 있는가’다. 조합원 수가 많은 곳에 사무실 임대료를 더 줘야 한다”며 “본예산에서 이런 점을 문제 삼고 삭감했으면 추경에 가져올 땐 변화를 줘야 하는데 기존과 똑같이 올리니 교육위에서 동의해 주겠냐”고 예결특위에서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칠구 의원(국민의힘, 포항3)은 “만약 예산이 삭감됐을 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냐”며 “집행부에서 노조와 충분히 소통하고 상임위원회 회의에 올려야지, 이건 의회를 무시하는 것이다. (항의하는) 문자 폭탄을 보내는 건 매우 구시대적이다. 나도 20여 통 받았다”고 지적했다.
유진선 경북교육청 행복교육지원과장은 “합법적인 노조이기 때문에 임차료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으로 넘어갈 여지가 반드시 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였던 기간에도 단체협약에 포함된 내용이기 때문에 15개 시도교육청이 임차료를 지원했다. 단체협약은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지지 않을 경우 신뢰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고 전교조 성향을 보면 갈등으로 학교가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고 답했다.
권진만 전교조 경북지부 대변인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전교조에 적대적일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적 감정이다. 의원이라는 공적 직분에 맞는 행위를 보여줘야 한다”며 “조합원 수에 비례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전부였다면 사전 협의를 통해 충분히 조정할 수 있었다. 전액 삭감을 해버린 건 노조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 표현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와 단체협약을 맺은 건 도교육청이다. 사무실 임대료를 달라는 게 아니라 사무실 공간을 확보해 달라는 것”이라며 “사측이 노동자 측에 사무공간을 마련해준다는 게 단체협약의 내용이기 때문에 도교육청이 어떤 형태로든 이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 만약 추경에서 예산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교육감 고발, 행정소송 등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