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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 일주일만에야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는 대통령 관저를 떠났다. 야당의 말처럼 임기를 마치고 명예롭게 퇴임하는 대통령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떠들썩하게 관저를 떠나면서 정작 사과나 반성의 메시지는 없었다. 5년을 하든 3년을 하든 차이가 없다고 했고, 관저 정문 앞에선 젊은 남성 지지자와 포옹을 하고, 지지자들을 향해선 감사함을 전했다. 끝까지 아둔한 ‘반쪽’ 정치를 했다.
어쩌면 예상된 일이다. 탄핵 심판에서도 윤 씨는 줄곧 비상 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며 ‘야당의 전횡’을 탓했다. 0.7%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이면서도 그 반대편의 국민을 의식하거나, 그러한 국민들의 선택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했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도 이를 지적하는 대목이 있다. “피청구인은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의사를 겸허히 수용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화와 타협에 나섬으로써 헌법이 예정한 권력분립 원칙에 따를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윤 씨는 야당 탓만 하면서 ‘정치’를 하지 않았고,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대화 상대로 두지 않았다.
사과와 반성이 없는 것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반헌법적인 초유의 내란사태가 발생했지만 국민 대신 대통령 편에 섰다. ‘윤석열 이중대’를 자처하면서 관저를 지키면서 자신들의 ‘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 했다. 자격 미달의 대통령을 내놓은 정당으로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대선 행보에 나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윤석열을 향해 ‘용병’이라면서도, 윤석열의 지지자를 껴안으려는듯 ‘억울함을 풀 거’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도 한다.
국민의힘 대선 잠룡으로 떠오르는 후보군을 두고 사실상 ‘잡룡’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은 탄핵정국에서 국민 대신 극우세력을 바라보며 정반대 길로 달려갔고, 그러면서 대통령 윤석열과 내란 사태를 두둔했다. 사과와 반성, 책임의 자세는 없다. 너도 나도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정작 먼저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는 반헌법적인 자들이다.
정당 대표부터 거물급 국회의원, 주류 세력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광역단체장이나 기초의원, 정당 관계자도 마찬가지다. 전 대통령 박근혜 씨는 ‘박근혜 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을 허용해 권한을 남용’해 파면됐다.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질과 능력이 부족했다. ‘수준미달’의 후보를 또 내놓았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의힘은 국민을 향해 어떤 사죄를 해도 모자란 데도 당당하다. 국민이 당황스러울 정도다. 박 씨가 순진하게 느껴질 정도로, 윤 씨는 국민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제한하려 했다. 윤석열 두둔은 헌법적으로나, 민주적으로나 용납할 수 없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은 어떠한 교훈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헌법재판소를 통해 합법적으로 끌어내린 것은 윤석열 단 한 사람이다.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세상에 내놓은 국민의힘은 건재하다. 내란공범, 내란동조범들은 여전히 권한대행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회의원으로, 국민의힘의 울타리 안에서 여전히 ‘정치’를 하고 있다. 내란을 옹호하고 반헌법적인 행보를 보인 이들이 민주사회의 유력 정당, 정치인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은 숙제다. 지난 123일 동안 거리의 광장에서 시민들은 ‘윤석열 파면’과 함께 ‘국민의힘 해체’도 외쳤다. 이번엔 국민의힘이 그저 당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 끝나진 않아야 할 것이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