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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는 안전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까?” (송경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세월호를 기억한다는 것은 위험한 현장에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투쟁” (김재환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조직부장)
“세월호 참사로 얻은 국가에 대한 불신과 사회에 대한 절망이 오늘 저를 이곳에 있게 했다.”(엄정원 경북대 학생)
12일 오후 5시 매주 윤석열퇴진 대구시국대회가 열리던 대구 중앙로 대구한일CGV에서 ‘세월호참사 11주기 대구시민대회’가 ‘진실·책임이 이끄는 변화, 기억·약속이 만드는 내일’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열렸다. 비가 오는 흐린 날씨였지만,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때론 비를 맞으며 15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다. 시민대회는 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와 대구 4·16연대가 공동주최 했다.

추모 묵념으로 시작된 시민대회는 박신호 대구 4·16연대 상임대표, 정금교 대구 4·16연대 공동대표,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3반 대표 한은지 학생 아버지 한홍덕 씨, 임성종 대구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등이 발언에 나섰다. 무용(무용가팀 MF), 합창(우창수 김은희와 개똥이 어린이예술단), 성악(앙상블 블레미안) 공연도 함께 이어졌다. 세월호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한은지 학생의 아버지 외에도 신승희, 황지현, 이지민 학생들의 아버지, 어머니도 시민대회에 함께 했다.
발언에 나선 한은지 학생의 아버지 한홍덕 씨는 “궂은 날씨에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 새로운 대통령이 진심으로 세월호 진상규명에 나서주고, 또 다른 재난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며 “올해는 좋은 세상, 안전한 세상, 진짜 살기좋은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직접 쓴 선언문 낭독에 나선 송경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김재환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조직부장, 경북대 재학생 엄정원 씨는 자신의 자리에서 바라본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생각을 밝히면서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송경인 대표는 “아직도 (세월호 참사 내용이 담긴) ‘금요일에는 돌아오렴’ 책을 펴지 못한다. 슬픔과 분노는 11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한 켠에 또렷하게 자리잡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적인 삶의 이슈와 만나며 더 생생해진다. 왜 구출하지 못했는가 하는 질문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우리는 세월호 이후 다른 세상이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나름 고군분투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안전한 나라에 살고 있나. 국가폭력으로부터 안전한가”라며 “국가가 자신의 책임을 제대로 다 할 수 있게 우리는 투표도 잘하고 죽지도 말고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한 세상을 향한 희망의 돌을 힘차게 굴려 보자”고 강조했다.
김재환 조직부장도 “산업재해와 중대재해 사례를 알리는 사이렌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울린다”며 “건설현장에선 떨어져서, 반도체공장에선 직업병으로, 학교급식실에선 폐암에 걸려 사람이 죽는다.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용광로에 빠져 사람이 그렇게 죽는다”고 짚었다.
김 부장은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 노동자가 하루에 7명, 1년에 2,400명이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하지 못한다”며 “일터에서 노동자가 쓰러져 가는 대한민국에서 세월호를 기억한다는 것은 내 목숨이 위험한 현장에서 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 위에서, 길 위에서, 그리고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을 넘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투쟁”이라며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민주주의를 위해 연대하고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엄정원 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12살, 초등학생 5학년으로 사회의 규칙을 알아가던 시기였다”며 “2014년 4월 16일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와 배가 침몰하는 생방송이 계속 나왔다. 국가는 움직이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엄 씨는 “구조도, 수습도, 애초에 원인이 무엇인지 짚는 것조차 제대로 된 것 하나 없었다”며 “책임 소재를 떠넘기는 행태가 오늘날 와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날 얻은 국가에 대한 불신과 사회에 대한 절망이 오늘 저를 이곳에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청년 대학생으로 세월호 11주기를 맞아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며 “연대하고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전과 다른 4월을 살고 싶다. 언제나 우리는 계속 함께하고 지지할 것이라 말하고 싶다”고 목소리 높혔다.
정금교 대구 4·16연대 공동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일상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렇지만 세월호참사로 깨어난 시민들은 박근혜라는 어리석은 대통령을 몰아냈고, 그 시민의 힘이 윤석열이라는 무자비한 대통령도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세월호참사로 우리는 참사 피해자가 참사 주체가 되도록, 피해자 목소리에 집중하도록 했다”며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국가의 폭력이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각인했다. 시민의 연대라는 강력한 힘을 우리는 경험하고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1주기 추모제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는 세계를 다시 확신하고 또 다짐한다. 우리는 계속 기억할 것이고, 계속 행동할 것”이라며 “우리의 구호는 여전하다. 진상규명하라, 안전사회 건설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라고 강조했다.
한편, 본대회에 앞서 오후 2시부터 세월호참사 등 사회적 참사를 주제로 한 사진전과 생명존중 안전사회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대구 4.16연대는 참사 당일인 오는 4월 16일에는 옛 대구백화점 인근에서 추모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