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불통과 분열, 홍준표 퇴임···“잔당은 여전히 대구시에 남아”

11일 홍준표 퇴임식, 공개 예정이었지만 돌연 비공개 전환
시민단체 퇴임 환영(?) 기자회견, “홍준표의 대구시는 홍준표 독재체제”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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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불통과 분열이었다.

11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퇴임했다. 홍 시장은 오전 11시부터 산격동 대구시청사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갖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대구시는 전날 오후까지 기자들에게 퇴임식 출입을 안내하며 공개 행사로 예정했지만, 같은날 저녁 6시를 넘겨 돌연 비공개 행사로 공지했다. 대구시는 공개 예정이었던 행사를 비공개로 돌리면서 뚜렷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퇴임식 현장을 취재하려던 기자들은 퇴임식장 주변 취재도 대부분 통제당했다.

퇴임식을 1시간여 앞두곤 산격동 시청사 정문은 아수라장이 됐다. 대구시 측은 차량 출입구에서부터 청경 십수 명을 배치해 한 명, 한 명 검문 절차를 거쳤다. 그 탓에 차량이 길게 늘어서면서 혼란이 빚어졌고, 10시부터 시민단체 기자회견을 앞두고는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면서 또 혼란이 빚어졌다.

▲산격동 대구시청 앞 정문 출입구를 중앙으로 좌우로 경찰들이 사람 장벽을 세우고 홍준표 지지자와 시민단체 간 충돌을 막고 있다.

바리케이드 건너 정문 양쪽으로는 홍 시장을 지지하는 측과 홍 시장의 대선 출마를 비판하는 시민단체 측이 각각 집회 및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소란이 생겼다. 경찰이 양쪽의 충돌을 막기 위해 길게 사람 장벽을 만들면서 청사 정문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극명한 대립 장면이 연출됐다. 홍 시장을 지지하는 측은 시민단체를 향해 ‘빨갱이’라거나 욕설을 내뱉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은 홍 시장 퇴임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 홍 시장 이후 대구시정이 보인 퇴행을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재식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공유재산은 매각하면서 정작 자신이 살 관사는 새로 사고, 숙소라고 명칭 변경까지 한 채 계속 사용한 점, 신청사 이전, 취수원 이전, 제2대구의료원 건립 등을 무산시킨 점, 정책토론회 청구 인원을 기존보다 4배나 늘린 점,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운 점 등 홍 시장이 그간 대구에서 벌인 행위를 나열하면서 “오로지 보수 결집을 통한 대선 야욕을 드러냈다”고 성토했다.

▲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의 대통령 도전을 비판했다.

은 대표는 “그 결과 주민 참여는 실종되고, 의회는 무기력하게 거수기로 전락했고, 소통은 불통으로, 협치는 독단으로 치달았다”며 “홍준표는 오늘 떠나지만 독선과 독단, 불통과 아집의 상징으로 만든 그 잔당은 여전히 대구시에 남아 있다. 거수기를 자임한 대구시의회는 이제라도 민의를 수렴해 대구시정을 견제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홍 시장이 드디어 시장직을 내려 놓았다. 홍 시장의 사퇴를 계속해 요구했던 대구 시민사회단체들과 시민의 염원이 이루어진 것”이라며 “하지만 홍준표의 사직은 그동안 있었던 불통행정, 일방향 행정, 반인권, 반민주 행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가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라는 자신의 입신양명과 출세를 위해 대구를 헌신짝처럼 버려둔 채 떠나간다는 사실에 탄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홍 시장 취임 이래 대구에서 일어난 일은 그야말로 한 사람이 대구시를 얼마나 망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며 “부채감축이라는 목표로 이뤄진 수많은 예산 삭감으로 많은 시민이 고통 받았고, 각종 위원회 폐지 등으로 민주적 거버넌스가 무너져 버렸다. 뿐만 아니라 각종 주민참여제도를 무시하고 개악함으로써 지방자치의 근본을 훼손시켰으며, 금호강르네상스, 맑은물 하이웨이와 같은 삽질로 생태환경 훼손을 자행했다”고 짚었다.

또 “그야말로 군대만 동원되지 않았을 뿐 홍준표의 대구시는 홍준표 독재체제와 다를 바 없었다. 대구시의회도 무시하고, 언론도 무시하고, 서로 존중해야 할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장도 무시하고 시민사회도 무시하고 그야말로 민주주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시장이었고, 행정이었다”며 “아마도 지난 12.3 불법적이고,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한밤중의 해프닝이라고 표현한 건 역설적으로 극우를 끌어안으면서 대선 야욕을 드러낸 이중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문제투성이 홍준표가 대구시장을 그만두는 것은 대구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매우 모욕적인 일”이라며 “특히 2024년 6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번 더 탄핵이 이뤄진다면 탄핵당한 당은 대선을 포기하고 당은 없어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스스로의 말도 지키지 못하는 정치인이 무슨 낯짝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선단 말인가?”라고 힐난했다.

▲시민단체는 홍 시장이 지난해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탄핵을 한 번 더 당하면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장면을 피켓으로 만들어서 그 위에 소금을 뿌리는 퍼포먼서를 진행했다.

한편 비공개 퇴임식을 가진 홍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 대구시장직을 사퇴한다.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 사퇴한다. 지난 3년 동안 베풀어 주신 은혜 잊지 않겠다. 저는 꿈을 여러분들에게 주었고, 이제 그 꿈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대구시민과 대구시 공직자 여러분들의 몫”이라며 “저도 그 꿈을 완성시키는데 더욱 배전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