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측근 ‘알박기’ 부정채용 의혹···“내가 5년간 신분 보장 만들어놔”

2022년 7월 별정직 채용된 뉴미디어담당관, 최근 임기제공무원으로 재채용
홍준표, “내가 나가면 잘려 나가면 안되니까 5년 근무할 수 있게 조치”

14:30
Voiced by Amazon Polly

조기대선 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내려놓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신의 퇴임과 함께 당연면직 대상인 측근을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정 채용한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8일 홍 시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뉴미디어팀장에 새로 임용된 김 모(37) 씨에 대해 “부채를 갚았다”면서 채용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해당 채용 절차에는 김 씨를 포함해 최소 11명이 응시한 것으로 확인되어서 부당한 채용 절차로 최소 10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홍준표 시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뉴미디어팀장에 새로 임용된 김 모(37) 씨에 대해 “부채를 갚았다”면서 채용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지방별정직공무원 인사규정에 따르면 채용시 공고 없이 채용할 수 있는 지방별정직 비서는 임용권자가 퇴직할 경우 당연면직된다. 홍 시장은 2022년 7월 지방별정직으로 들인 뉴미디어담당관 김 씨를 계속 근무하도록 하기 위해 공개 채용 절차를 통해 임기제공무원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사실상 채용 대상을 내정한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사실을 홍 시장이 스스로 밝혔다.

지난 8일 홍준표 시장은 기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김 모 씨를 뉴미디어팀장으로 채용한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김##은 내가 앞으로 5년간 신분 보장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다”며 “처음에 자기가 결심해서 왔기 때문에 내가 나가면 잘려 나가면 안 되니까 5년 근무할 수 있게 조치 다 해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4급 하라고 하니까, 자기가 5급이 더 낫다고 그래서”라며 “월급은 똑같을 거다. 이제 부채도 갚았다. 내가 있을 때 고생한 사람들은 오늘 아침까지 전부 부채 갚는 절차를 다 해놨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대구시는 뉴미디어팀장을 임기제공무원으로 새로 뽑는 채용 계획을 세웠다.

홍 시장의 ‘부채 갚기’를 위해서 대구시는 지난 1월 8일 뉴미디어팀장을 임기 2년의 지방임기제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일단 시작하는 임기는 2년이지만 홍 시장이 밝힌 대로 최대 5년까지 연장이 가능한 조건도 포함됐다. 연봉은 하한액 6,730만여 원이고 연봉 외 각종 수당은 별도다.

임용자격은 ▲학사학위 취득 후 5년 이상 관련 분야 실무경력 ▲8년 이상 관련 분야 실무경력 ▲6급 또는 6급 상당 이상의 공무원으로 2년 이상 관련 분야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채용된 김 씨는 2022년 6월 시장직 인수위원을 지냈고, 7월부터 별정직공무원으로 대구시 뉴미디어담당관으로 일했다. 이전에는 지역 일간지에서 유튜브 등 콘텐츠 제작 업무를 했다.

대구시는 계획을 수립한 이튿날(9일) 채용공고를 냈고 20일부터 원서를 접수 받았다. 원서 접수 인원은 확인되지 않지만, 지난 2월 4일 대구시가 서류 전형 합격자 명단을 공지한 걸 보면 11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 김 씨를 포함해서다. 대구시는 11명을 대상으로 2월 13일 면접을 진행했고, 21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외형상으로는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이지만, 홍 시장이 지난 8일 스스로 한 이야기에 근거하면 사실상 김 씨가 내정된 상태에서 채용 절차만 요식행위로 진행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위해 면접관들이 점수를 조작하거나 이미 결정된 점수를 배점하는 방식으로 채점에 영향을 줬다면 채용비리로 볼 수 있다.

지난 2022년 7월 홍 시장이 시장에 취임하면서 단체장과 정무직,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조례를 제정하며 스스로 한 말을 허무는 행위이기도 하다. 당시 홍 시장은 SNS를 통해 “정무직과 산하단체장 임기를 선출된 단체장 임기와 일치시켜 알박기 인사를 금지하도록 하고 더 이상 블랙리스트 논쟁이 없도록 단체장, 정무직,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조례를 제출할 예정”이라면서 “원래 양심적인 공직자라면 의례 그렇게 해야 하는데, 임명권자가 바뀌었음에도 임기를 내세워 비양심적 몽니를 부리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