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떠나니, 대구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도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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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대구에선 도입이 늦춰진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가 조례 제정을 통해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홍 시장의 조기대선 출마가 확실시된 올해 들어 북구와 중구에서 조례를 제정했고, 다른 지자체도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어서, 큰 장애물이 제거된 영향이 큰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점심시간 휴무제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공무원이 민원 업무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공무원이 교대근무를 통해 점심식사를 하기 때문에 민원인이 끊김없이 민원을 볼 수 있지만, 창구 직원이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업무가 몰리고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는 불편함이 있다. 공공기관, 우체국, 은행 등에서 점심시간 휴무를 실시하고 있으며 광주, 부산이 2021년 도입, 울산이 2022년 도입하는 등 전국 100여 개 지자체가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 중이다.

홍준표 시장 반대 뒤 중단된 논의

대구에서도 이미 관련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된 바 있다. 지난 2022년 11월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는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을 예고했다가 몇 달 뒤 시행을 잠정 보류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본부는 홍준표 시장 반대 때문에 구청장군수협의회가 입장을 바꿨다고 본다.

2022년 9월 당시 구청장군수협의회장이던 조재구 남구청장은 공무원노조 대구본부와 면담에서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홍보 후 4월부터 시범운영’을 약속했으나, 두 달 뒤인 11월 ‘주민 불편을 외면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홍준표 시장이 본인 SNS에 ‘점심시간에 교대 근무라도 해서 민원의 공백이 없어야지 일부 공무원노조에서 시위를 한다고 해서 점심시간에 민원실을 폐쇄한다는 것은 공직사회 기본도리에 관한 문제’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직후였다.

▲2022년 11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현재 전국 100여 개 지자체가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 근거가 되는 조례를 마련했고, 이 중 80여 곳 이상이 휴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구에선 노조 차원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수성구와 달서구, 중구 등 5개 구군의 16개 행정복지센터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했으며, 지난달 26일 대구시 구청장군수협의회에서도 대구 구군 전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 시기를 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3월 대구 북구와 중구가 ‘민원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다른 구군도 조례 제정을 논의 중이다. 공무원노조는 조례 제정을 거쳐 시행 시기를 조율하면 올해 하반기에는 점심시간 휴무제가 시행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조창현 공무원노조 대구본부장은 “주민 혼란을 이유로 전체 구군이 시행 시기를 맞추려 하고 있다. 일부 행정복지센터에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지만 민원이나 혼란은 아직 없다. 대부분 주민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기 때문이라 본다”며 “‘제때 밥을 먹을 수 없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교대근무로 인한 저연차 공무원의 불안감과 행정서비스의 질 하락도 관련돼 있다. 특히 중구는 2명이 근무하는 행정복지센터가 많은 편이다.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와서 구청장, 군수가 재논의를 시작한 건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홍 시장이 대선에 출마하기 때문이라 볼 수밖에 없다”며 “3년 전에도 이미 언론에 하겠다고 발표할 만큼 필요성에는 공감했을 텐데, 홍 시장 눈치를 보면서 중단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불편을 외면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댔다. 공무원과 시민을 대립적인 관계로 두는, 나쁜 정치”라고 지적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