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뉴스민이 독자와 나눈 대화를 전합니다. 뉴스민 기자들이 후원회원인 뉴민스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내용을 소개합니다. 뉴스민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뉴민스와 독자님은 여기로 신청 부탁드립니다.
대구 동구 2.28기념학생도서관 근처의 작은 빵집 ‘구수’. 가게 이름 그대로 바게트, 깜빠뉴, 치아바타, 식빵 같은 구수한 빵들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다. <뉴스민>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찾은 날은 마침 가게 오픈 1주년을 앞둔 2일이었다. 오후 4시쯤, 인근 고등학교에서 하교하는 학생들과 동서시장에서 장을 본 어르신들이 익숙한 듯 가게를 드나든다. 창 너머로 지나가는 이웃들과도 눈인사를 나누며, 가게를 운영하는 배아름, 임형준(33세) 씨가 인터뷰에 응했다.
어둑한 새벽, 동네에서 가장 먼저 불을 밝히는 ‘구수’. 하드 계열 빵이 주력인 이곳은 전날 반죽을 준비하고, 새벽 일찍 나와 성형과 굽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긴 시간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도 빵값이 왜 이렇게 저렴한지 물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구나 마음 편히 드나들며 안부를 나눌 수 있는, 문턱이 낮은 가게였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다. 소비자에게 가격은 첫 번째 문턱이기에 이윤이 조금 적더라도 일단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아름 씨는 전공과는 전혀 다른 제빵 일을 시작했다. 한 친구는 그 선택을 응원하며 책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을 선물했다. ‘작아도 진짜인 것’을 하고 싶었던 아름 씨에게 그 책은 하나의 가능성이었다. 서울에서 빵을 배우고 다시 고향 대구로 내려오던 시기, 마침 책을 선물했던 친구의 추천으로 <뉴스민> 후원을 시작하게 됐다.

형준 씨는 “대학생 때부터 뉴스민을 지역 소식을 접하는 창구로 알고 있었지만, 후원을 시작한 뒤 더 큰 애정을 가지고 기사를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접견 시간은 10분, 동료시민이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제목의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버스기사 관련 보도가 인상 깊었다. 우리는 모두 일상에서 연결되어 있는데, 언론 보도는 종종 각자를 ‘그들’로 구분하며 분리한다. 그런 건조한 사실 보도는 오해를 낳기 쉬운데, 뉴스민은 그 단편적인 문장 뒤의 맥락까지 짚어줘서 감사했다. ‘불법 이주노동자를 숨겨주고 공무원을 다치게 했다’는 식의 보도만 보면 버스기사를 비난하게 되지만, 그 뒤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쉽게 판단할 수 없으니까.”
<뉴스민>에 바라는 점을 묻자, 두 사람은 “개인의 욕심으로는 바라는 점이 끝도 없지만, 지금은 뉴스민이 살아남아 줬으면 한다”며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오오극장 이야기도 함께 꺼냈다. 오오극장은 2015년에 문을 연, 현재 대구 유일의 독립영화 전용관이다. 두 사람은 오오극장 역시 오래전부터 후원하고 있다.
“서울에 있다가 다시 대구로 돌아왔을 때, 시민 대다수가 지향하는 가치관이 우리와 달라 보였고, 이곳에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몇 번이고 주저했다. 그렇기에 독립언론 뉴스민과 독립영화관 오오극장은 우리에게 정말 귀한 존재였다. 조금 답답한 일상이라도, 오오극장에서 상영하는 독립영화와 뉴스민의 기사가 전해주는 시선 덕분에 물리적인 시야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후원의 효능감을 아주 크게 느끼고 있다. 구수에도 ‘독립’을 붙일 수 있을까. 지역, 모든 살아 있는 생명과 공존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가게 안에서도 꾸준히 해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