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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2시 ‘4.9 통일열사 인혁당사건 50주기 시민대회 : 시대의 어둠이 광장의 빛으로’가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독재자에 희생된 민주열사를 추모하고, 박정희 동상이 광장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날 윤석열 파면 소식을 언급하며,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고 더 나은 세상을 소원했다.

임성종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 상임공동대표는 사회자로 나서, 먼저 인혁당 사건을 설명하고 행사 취지를 전했다. 임 대표는 “독재자 박정희가 계엄을 남발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간첩으로 몰던 야만적 행위가 정점에 달한 날이 바로 1975년 4월 9일이었다”며 “누명을 씌우고 고문을 자행하고 사건을 조작해 사형선고를 내린지 불과 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열사들이 산화한 지 벌써 반세기가 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사법학회는 이날을 사법 사상 암흑의 날로 지정하고, 법조인들도 가장 부끄러운 판결로 꼽는다. 그럼에도 아직 반성하지 못하는 세력들이 있다. 2024년 12월 23일 이곳 동대구역 광장, 대구의 관문에 독재자의 동상이 세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곳을 박정희 광장으로 바꾼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해 권력에 눈 먼 세력들이 있다. 인혁당 열사들의 추모와 박정희의 망령을 떨쳐내기 위해 시민대회를 여러분과 개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행사는 ▲공연 ▲대회사 ▲추모사 ▲퍼레이드 ▲헌화 등으로 진행됐다. 지역정치권에선 차규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대구시당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에서 이영수 경북도당 위원장·허소 대구시당 위원장,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신원호 기본소득당 대구시당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찬수 4.9통일열사 50주기행사위원회 상임대표는 대회사에서 “열사들이 가신 지 50년, 어김없이 올해도 봄은 왔다. 민주열사들이 원했던 ‘4.19’ 4월 혁명은 자주적인 나라, 평화로운 통일조국이었다. 광장의 열기는 뜨거웠지만, 박정희 군부 세력이 혁명을 강탈했다”며 “열사들이 살았던 그 시절 만큼이나 오늘날 우리 시대의 아픔이 못지않다”고 했다.
계속해서 김 대표는 “이 시대의 아픔을 광장에서 빛났던 불빛의 혁명으로 완수하기 위한 다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우리는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진정한 민주정부 수립을 통해 열사들이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잡은 손 놓지 않고 함께 전진하자. 광장의 불빛을 일상의 연대로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경북대 사회학과 재학생인 이채은 씨(여정남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 학생위원회)는 추모사를 통해 “윤석열 파면 선고 바로 다음 날 4.9통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사실이 벅차고 안도감이 든다”며 “열사의 정신을 되새기며, 그 뜻을 오늘날 현실 속에서 청년으로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된다”고 짚었다.
이 씨는 “여정남 열사를 정치사회학 수업시간에 처음 알고, 평범한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쓰인 역사를 처음 접하고 충격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학교에 여정남 공원이 만들어지기까지 또 다른 선배들이 학교 측과 고군분투했다고 한다. 기억을 지우려는 권력과 기억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싸움으로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역사적 인식이 중요하다”며 “많은 분들이 역사적 인식을 바로 세우는데 앞장선 선배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서 모인 것처럼, 이 에너지를 원동력 삼아 일상에 돌아가서도 열사들의 역사 이야기를 꺼내고, 공론장을 계속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생인 이건희 씨(영남대학교 민주학생연대 집행위원)도 추모사를 전하며, “통일열사 선배는 제게 각별하다. 민청학련과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제가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국은 왜, 대구는 왜,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가지게 된 계기”라고 했다.
이 씨는 “우리는 왜 유신정권의 사법 살인 희생자 8분을 기리는 공간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지, 빨갱이로 매도하고 5.16을 군사혁명으로 부르는 자들이 있는지 의문을 마음 속에 품어왔다”며 “지난달 영남대에서 열린 추모제에선 대학본부가 이들을 위한 추모비 하나 세우지 못하게 막으면서 추모제를 망쳤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박정희 동상은 되고, 그에게 희생된 동문 추모비는 안 된다?(‘25.03.29)]
이어 “그래도 희망이 있다. 우리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끌어내렸고, 깃발과 응원봉을 들고 노동자·농민·여성·청소년·성소수자·장애인 모두가 하나되어 광장에 모였다”면서 “4.9통일열사 선배님들이 꿈꾸던 세상은 반독재 민주화는 물론, 자주통일과 경제주권이 있는 세상이었다. 우리 모두 앞으로 나아가자. 탄핵을 넘어 사회대개혁으로 가자”고 외쳤다.

시민대회는 퍼레이드로 마무리 됐다. 시민대회 모든 참석자가 박정희 동상으로 이동해 동상 철거를 외치면서 동대구역광장에서 ‘독재자 박정희 망령’이 사라지길 바라는 목소리를 냈다. 행렬 선두에는 통일열사·여성·노동자·청년·환경·장애·성소수자 등 이슈를 상징하는 단체·개인들이 대표자로 나섰다.
이들은 각자 ‘내란세력 청산은 자주통일의 시작’, ‘성평등 세상, 윤석열 파면으로 한걸음 더’, ‘모든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 노동권을 온전히 보장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 ‘청년학생들이 앞장서서 민족민주운동의 새날을 열자’, ‘남은 시간 4년 100여일 그 다음에도 봄! -동대구역광장 기후시계를 보라’,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진짜 민주주의는 윤석열들 없는 세상. 차별금지법 있는 세상’ 등의 손피켓을 통해, 탄핵 이후 기대하는 세상에 대해 목소리 냈다.
대구시 측으로부터 별도 동상 방호 요청은 없었지만, 대구경찰은 동상 주변으로 철제 펜스를 두르고, 경력 200여 명을 배치해 ‘동상 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