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일 이어진 내란의 밤 끝난 날, 대구에서 열린 마지막 시국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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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승리했다. 우리가 승리했다.”

4일 저녁 7시,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에서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구에서 열린 26번째 시국대회다. 이날까지 대구시민시국대회에 참석한 시민은 누적 11만 2,500명이다.

꼬박 4개월간 대구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수많은 기자회견, 집회, 선전전을 열었다. 마지막 시국대회에 참석한 2,000여 명의 시민은 헌법재판소 판결을 환영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나누며 축제를 즐겼다.

▲4월 4일 저녁 7시 공평네거리에서 26차 대구시민시국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2,000명 시민이 참석했다.

26차 시국대회는 2시간 동안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는 윤석열 파면을 이뤄낸 123일의 투쟁을 되짚는 내용으로, 2부는 민주주의와 함께 그려갈 새로운 미래를 구체적으로 논하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첫 발언자로 나선 이재동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의장은 아리랑 가사를 개사한 노래로 포문을 열었다. 이 의장은 “잔치 같은 혁명을 쭉 만들어 가야 한다. 투쟁의 과정 속에 가슴 졸였던 일이 많았지만 남태령, 한남동 투쟁처럼 감격의 순간도 있었다”며 “대구경북이 웃기는 지역이라 하지만, 앞으론 아닐 것이다. 큰불이 지나가고 남은 잔불은 사람들이 끈다. 그들이 없으면 언제 또 불이 날지 모른다. 아직 내란 잔당과 동조세력은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라고 말했다.

정금교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공동대표는 시국대회를 준비한 이들과 시민들에 감사함을 전했다. 정 공동대표는 “시국집회를 위해 일한 집행위원회, 공동대표단에 감사한다. 이번 집회를 통해 대구의 시민사회활동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볼 수 있었다. 노동, 통일, 종교, 장애인, 여성, 정당, 환경, 인권, 평화운동 등 다양한 단체가 있고, 이들로 인해 대구가 유지됨을 기억해달라”며 “계엄 선포로 모인 시민들, 특히 젊은 그대들에게 감사하다”고 남겼다.

▲이재동 전농 경북도연맹 의장은 “아직 내란 잔당과 동조세력은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라고 말했다.

2부에선 장애, 여성, 소수자, 시민사회 등 우리 앞에 놓인 과제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박동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광장에는 계단, 경사로, 수어통역, 공간이 있었다. 여러분 덕분에 123일 동안 광장에서 시민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면서 “윤석열은 감옥에서 나왔지만 지역사회 속 장애인과 가족의 삶은 여전히 감옥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도움과 동정을 받겠다는 게 아니다.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의 권리를 원한다. 정치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수빈 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우리의 힘으로 광장에 평등과 연대를 세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집회를 마친 뒤 좁고 어두운 골목에서 집까지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길 바라는 일상을 살고 있다”며 “시민의 힘으로 윤석열 파면을 이뤘지만 단지 이것 하나만 바라보고 모인 건 아니다. 광장에서 성차별을 비롯한 구태를 몰아낸 것처럼 직장, 일상, 온라인 등 모든 공간에서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린 나를 지탱하는 힘, 가장 나다운 것을 갖고 이 자리를 지켰다. 누군가에겐 그게 응원봉, 깃발, 피켓이겠지만 나에겐 페미니즘이다. 윤석열 파면 이후의 세계에서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로 만나자”고 말했다.

천용길 씨는 “최종 인사권자가 저 난리를 치는 와중에도 우리가 안전하게 집회를 할 수 있도록 애써준 경찰관 여러분께 감사하다. 대구 경찰을 힘들게 했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곧 물러난다고 한다”며 “이틀전 대구시의원을 뽑는 재보궐선거가 있었다. 대구시의회는 33명 중 32명이 같은 정당이다. 재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다른 정당도 25%를 득표했지만 시의회에는 들어갈 수 없다. TK가 콘크리트라서 그런 게 아니다. 국회가 대구시민의 민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내년 지방선거 전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아 씨도 “집회를 만들고 광장을 채우고 목소리 내는 우리 모두 그간 고생 많았다. 하지만 ‘수고하셨습니다’가 작별 인사가 아니길 바란다”며 “윤석열 파면은 기쁘지만 아직 나의 성정체성을 직장에 들켰을 때 차별 받을 걸 걱정하고 짝꿍과 법적인 결합도 불가능한 세상이다. 앞으로도 바꾸어가야 할 게 많다. 최애야, 살기좋은 세상 같이 만들어가자”고 외쳤다.

이날 집회 사이사이 공공운수노조 경산시립합창단지회, 임정득, 오늘하루, 맥박의 공연이 진행됐다. 그동안의 집회를 채워 준 공연자들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