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민의 힘으로 이끌어낸 민주주의 복원···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파면

12월 4일부터 광장 지킨 대구·경북 시민들
대구에서만 25차례 시국대회, 연인원 11만 500여 명 참여
지칠 듯 지치지 않은 시민의 집념, 좌고우면 헌법재판소 견인

11:37
Voiced by Amazon Polly

대통령 윤석열이 파면됐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후 123일 만이다. 12월 4일부터 광장을 지키며 윤석열 파면을 요구한 시민의 힘이 이끌어낸 민주주의의 복원이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씨는 12.3 내란 사태 후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광장에서 응원봉을 든 시민들을 비웃듯 관저에 웅크렸다. 버티는 그에게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시민들도 광장을 지켰다. 대구에서도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가 25차례 열리면서 연인원 11만 500여 명이 응원봉을 들었다.

사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지난 1월 19일 새벽 윤 씨가 구속되는 시점을 거치면서 광장의 동력은 조금씩 힘을 잃었다. 12월 14일 저녁 대구 공평네거리에서 중앙네거리까지 왕복 6차선을 가로막은 4만 5,000여 명의 인파는 21일 2,000여 명으로 줄었고, 1월 19일을 거치고 설 연휴를 지나면서 2월 1일 17차 시국대회부터 참석 인원은 1,000명 이하로 떨어졌다.

그 사이 윤 씨는 재기를 도모했다. 헌법재판소 심리에 출석하며 직접 부하들을 다그쳤고, 아스팔트 위에 선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이윽고 3월 8일 그 다그침과 선동이 먹히기라도 한 것처럼 영어의 몸이었던 그가 관저로 복귀했다. 절망과 두려움이 다시 시민들을 거리로 이끌었고, 3월 8일 1,300여 명까지 늘어난 집회 참여 인원은 지난달 29일 25차까지 1,000여 명 규모를 유지했다. 3월 10일부터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평일 저녁에도 모여서 시민 행진을 이어가며 윤석열 파면을 촉구했다. 지칠 듯 지치지 않은 시민의 힘이 결국 좌고우면하던 헌법재판소를 헌법 원칙으로 복귀시켰다.

▲탄핵 심판의 날 대구 시민들이 윤석열 파면 결정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파면의 날 오전부터 광장은 들뜬 열기로 가득찼다. 광장에서 만난 제갈민정(33) 씨는 “판결이 나더라도 일상으로 복귀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광장을 통해 우리가 많은 억압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앞으론 이 억압을 바꾸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탄핵 이후의 숙제를 말했다.

민정 씨는 “제일 크게 생각하는 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면서도 “우선은 내란범들이 처벌되어야 한다. 윤석열이 확실히 자신의 죄에 대해 처벌 받는 과정이 이어질텐데, 이걸 잘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건희(24) 씨는 “앞으로도 계속해 노동조합이라든가,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 행사에 계속 나갈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건 제가 학생이고, 학생단체가 있는데 학생운동이 지난 20년 동안 붕괴되고 폐허가 되었다. 그걸 복구하는 것도 목표”라고 이어질 연대를 약속했다.

장지혁 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인용은 당연한 결과다. 지금까지 늦은 것조차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지만, 인용 결정으로 국민들이 용서할 걸로 본다”며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결과였기 때문에 다신 이런 비극이 우리 사회에 반복되지 않아야 하고, 더욱더 민주주의를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탄핵 심판 결과를 평했다.

박석준 상임집행위원장도 “판결 이후에도 갈등은 봉합되기 어렵다고 본다. 내란수괴가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헌정질서가 한계에 다다랏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시민들의 힘이 많이 작용할거라고 본다. 혐오나 폭력은 안된다는 건 분명해진 거 같다. 민주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 87년 6월 항쟁 이후로 또 다른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길우 상임대표는 “단순히 윤석열이 비상계엄으로 헌법을 위반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보다도 1987년 이후 보수양당에 의해 정치가 이뤄지다 보니 사회의 갈등과 차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러한 체제의 한계가 발생한 거란 생각이 든다”며 “이번 판결은 더 이상 진영 갈등, 세대 갈등, 가진자와 가지지 않은 자의 차별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체제 전환의 의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4일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언했다.

이상원, 박중엽, 김보현, 장은미 기자, 여종찬 PD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