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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의대 정원 증원 반대를 명분으로 시작된 전공의 파업이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지역 보건의료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선 전공의 빈자리를 진료지원간호사(PA 간호사)로 메웠고, 그만큼 돌보는 환자 수는 줄었다. 지역보건의료단체는 사실상 지역의료가 붕괴 위기에 있다면서 정부와 대구시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일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의료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역 상급종합병원 5곳 중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을 제외한 4개 병원(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영남대의료원, 계명대 동산의료원)에 대한 전공의·전문의 감소, PA 간호사 현황 등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지역 5개 대학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는 2023년 대비 2024년에 733명이 감소했다. 자료 제출을 거부한 대구가톨릭대병원을 포함한 수치로, 가톨릭대병원을 빼면 604명이다. 이들 4개 병원은 전공의만 부족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문의도 73명 줄었다. 경북대병원에서 가장 많은 49명이 감소했고, 영남대의료원 15명, 계명대 동산의료원 7명, 칠곡경북대병원 2명 순이다. 전문의마저 줄어든 각 병원은 상시적으로 전문의 채용 공고를 내놓고 의사를 모집하고 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졍현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전문의 임용은 통상적으로 1, 2월에 채용 공고를 내고 3월에 임용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그런데 지금은 1년 내내 공고를 내는 실정”이라며 “한 병원은 정년 퇴직 교수들이 나간 자리에 채용이 안되니까, 그분들(퇴직 교수)을 그냥 계약직으로 계속 채용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병원은 돌아간다.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또 다른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PA 간호사다. 정부는 그간 불법 딱지가 붙여진 이들을 양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그 핵심이 되는 시행규칙 마련을 미루고 있다.
1년새 4개 병원 PA 간호사는 기존보다 2배 가량 늘어났다. 경북대병원에선 이전까지 37명에 그쳤던 PA 간호사가 193명까지 급증했고, 칠곡경북대병원 74명 → 107명, 영남대의료원 129명 → 202명, 계명대 동산의료원 136명 → 225명까지 늘었다.
문제는 정부가 PA 간호사 양성화를 추진하면서 내놓은 최소한의 자격 요건 조차 지켜지지 않는 PA 간호사 거의 20%에 가깝다는 점이다. 정부는 PA 간호사의 자격 권고 기준을 최소 임상 경력 3년 이상, 교육훈련시간 80시간 이상으로 정했다. 현재 4개 병원 PA 간호사 중 임상 경력 3년 이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인원은 133명이다. 35명은 경력이 없는 신규 간호사다.
이정현 집행위원장은 “전공의가 나가고 전문의가 빠져나간 자리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복지부 권고 기준을 임상 경력 3년 이상으로 하라고 했지만 그걸 못 지키는 부분이 18.3%가 되고, 교육 훈련도 80시간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해외에선 진료 지원 간호사 대부분의 교육이 거의 2년”이라고 설명했다.
그탓에 이들은 현재의 의료진 누수 실태가 각 병원의 외래진료나 응급수술 등의 의료 행위 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4개 병원이 입원, 외래, 응급 환자가 감소했고, 수술도 줄었다. 칠곡경북대병원만 응급수술 건수가 2,057건에서 2,224건으로 소폭 증가한 것이 눈에 띄는 지경이다.
정백근 경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대구의 상급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급격히 소실 당했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며 “전체적으로 의료 제공량이 감소했는데, 상대적으로 외래 진료량이 적게 감소하고 상급종합병원이 특히 잘할 수 있는 응급 입원, 수술 제공량은 훨씬 큰 폭으로 감소했다. 웬만한 종합병원과 비슷한 것”이라고 짚었다.
정 교수는 “그간 전공의는 낮은 인건비에 기반해서 병원과 전문의 인력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최적의 수단이었다”며 “그런데 그 빈자리를 지금은 전공의보다 인건비가 더 낮은 PA 간호사로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충분한 교육 훈련을 받은 간호사로 바꾼다면 문제가 훨씬 덜 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 자료에도 나오지만, 임상 경력이 부족한 간호사 비율이 18.3%다. 이건 굉장히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간호사들을 역량이 있게 만들려면 교육 훈련과 관련되어 있는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며 “그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현장 문제를 빨리 해결해서 병원 수입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교육 훈련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의료 수익은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적 경영 전략으로 대구시의 상급종합병원들이 지금 상황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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