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 들고 모인 TK성소수자···”윤석열 퇴진, 혐오 차별도 퇴진”

08:11
Voiced by Amazon Polly

무지개 깃발이나 트랜스젠더, 양성애자를 상징하는 자긍심의 깃발이 ‘성난 오소리 졸업생 모임’과 같은 윤석열 퇴진 광장에 모인 시민 깃발과 나란히 나부꼈다.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가 이어지는 이곳 광장에 대구경북 성소수자와 엘라이(성소수자 차별에 저항하는 사람들)가 모였다. 한 손에는 응원봉을, 한 손에는 깃발을 들었다.

29일 오후 3시 30분 대구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서 무지개인권연대가 주최하고 인권재단 사람이 후원한 ‘윤석열 파면하고 가자 평등으로’ 집회가 열렸다. 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성소수자 시국대회다. 이들은 윤석열 퇴진 이후 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혐오와 차별이 없는 대구경북을 이뤄 나가자며 의지를 모았다.

▲29일 윤석열 파면하고 가자 평등으로 집회에서 나부끼는 자긍심의 깃발

성소수자 시국대회에서는 그간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도 꾸준히 참여하던 성소수자들이 윤석열 퇴진 운동에 함께 하면서 연대하고 연대를 받은 경험, 성소수자로서 차별 없이 인정받은 경험을 공유했다.

김상희(29) 씨는 윤석열퇴진 대구시국대회에 자긍심의 깃발을 들고 꾸준히 연대했다. 상희 씨는 성소수자로서 상처받고 이겨내는 일상을 살았고, 또 본인의 정체성도 어느 정도 공개된 상황에서 성소수자 깃발을 들고 광장에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상희 씨는 대구를 넘어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투쟁문화제 등 다양한 투쟁 현장에도 발걸음을 이어 왔다.

“제 정체성을 공개하곤 상처받는 날도 있었지만 그보다 많이 웃었습니다. 주변에서도 조심하기 시작했고, ‘엘라이’라는 말도 모르는 엘라이 친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지난 몇 달간 가볍지 않은 마음을 받았어요. 많은 분들이 깃발로 와서 자기도 퀴어이고, 깃발 들어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어요. 내가 든 깃발이 나만의 깃발이 아니라, 이 깃발을 반기는 모두의 깃발이라고 알았어요. 이 광장에 우리가 안전하게 있다고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윤석열 탄핵 시키고, 사회 대개혁까지 함께하고 싶어요.” _김상희 씨

자긍심의 깃발을 들고 연대에 나선 건 기린(활동명, 36) 씨도 마찬가지다. 기린 씨는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으로 향했다. 무지개 깃발이 튈까 걱정됐지만, 기린 씨는 그곳에서 넘실대는 무지개 깃발을 발견했다.

“이 광장에서는 그 어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가지고 있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한 명의 집회 참가자로서 그 자체로 존중받았습니다. 이전에 제가 느끼지 못한 연대의 마음이 이제 봄처럼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 집회가 보여주는 평등과 연대가 더 앞으로 나아가 차별금지법 제정, 민주주의 수호를 향하기를 뜨겁게 희망합니다. 사랑하는 동지들, 꼭 버텨냅시다.” _기린 씨

경남 시민 김민준(22) 씨는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하고 성소수자를 차별한 홍준표 시장을 규탄했다. 민준 씨는 “제가 학생일 때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무상급식을 중단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서 부스행사를 열려고 했는데 불법적 행정대집행을 했다”며 “윤석열은 여성가족부를 없애려 했고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윤석열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하고 있다. 다음주에는 윤석열을 파면하고, 혐오세력, 내란 동조세력을 물리치고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29일 윤석열 파면하고 가자 평등으로 집회가 열렸다.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정금교 목사는 연대 발언에 나섰다. 박 대표는 “47살에 장애인 야학을 다니며 세상에 나오게 됐다. 내가 학교에 못 갔던 건 내 탓 아닌 세상 탓이었다. 야학에 다니며 투쟁으로 바뀌는 세상을 처음 봤다”며 “안에만 있을 때 아무도 같이 살자고 하는 사람 없더라. 투쟁하니 세상이 바뀌더라. 열심히 투쟁해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같이 만들자”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우리가 대구에서 이렇게 함께 모인 건 기존 가치관, 이념에서부터 탈출했기 때문이다. 목사로서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마음보단 탈출한 사람들의 공동체로서 연대하고 있다는 것에 연대감을 말하겠다”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한 긍정, 인정이 우리 속에 늘 넘쳐나기를 바라고, 교회에서나 사회에서나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혐오와 차별 속에 살았던 우리는 내란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이 동료시민이 되는 평등한 일상으로 갈 것”이라며 “평등한 일상은 노동이 존엄하고 기후정의가 당연하고 차별금지법이 있는, 윤석열들은 없는 세상이다. 우리는 앞으로 말벌동지가 돼, 언제라도 모이고 외치자. 이를 통해 혐오와 차별로 단단한 TK콘크리트를 박살내자”라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집회에는 퀴어 아티스트 ‘이반지하’가 공연에 나서 호응을 얻었다.

▲이반지하가 공연을 하고 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