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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가 인혁당 사건 50주기를 맞아 1975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사법 살인 당한 학교 동문 열사 추모비 건립을 저지하고 나섰다. 학교 측은 사전에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4.9 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 측은 박정희 동상은 건립하면서 작은 추모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29일 ‘4.9 통일열사 50주기 영남대 행사위원회(영남대 행사위)’는 인혁당 사건 50주기를 맞아 영남대 천마관(옛 종합강의동) 옆 통일동산에서 추모문화제를 진행하고,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 열사 추모비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이들은 영남대학교 동문으로 1975년 4월 9일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으로부터 사법 살인 당한 희생자들이다.
30년 전(1995년)에 영남대 총학생회와 민주동문회가 나서 이들을 추모하는 추모비를 건립한 적이 있다. 하지만 건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안 당국이 학내로 포크레인을 끌고 와 뽑아 가버렸다.
영남대 행사위는 철거되어버린 추모비를 새로 만들어 30년 만에 다시 건립을 시도한 거지만, 이번엔 학교가 나서 추모비 건립을 막고 나섰다. 학교 측은 추모비 건립을 앞두고 건립 예정지였던 통일통산 주변에 “학교 허가 없이 불법으로 학교부지에 구조물 등을 세울 목적으로 학교에 들어오거나, 퇴거요구를 받고도 응하지 않으면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으로 둘러쌌고, 인근에 포크레인까지 배치했다.

통일동산으로 향하는 입구 도로에는 입간판을 세워서 다시 한 번 법적 처벌을 강조했다. 입간판에는 주거침입 및 퇴거불응죄, 특수주거침입죄 등을 규율한 형법 조항과 관련 대법원 판례 그리고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민법 조항(자력구제)이 담겼다.
영남대 관계자는 “애초에 협조 요청이 없었고, 언론 보도를 통해 추모비 건립 소식을 알았다. 기본적으로 협의 없이 무단으로 구조물을 세우는 걸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영남대 행사위 측은 1995년 처음 추모비를 건립할 당시에도 학교 본부와 협의나 허락 없이 건립했다는 이유로 재설치 관련 협의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영남대 행사위 측은 이날 추모비 건립을 강행할 경우 불필요한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건립 계획을 유보했다. 이들은 추후 논의를 통해 추모비 건립 추진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2시 20분께 ‘4.9 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는 영남대학교 시계탑 앞에서 4.9 통일열사 50주기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추모비 건립을 막는 학교 측을 비판했다. 영남대 위원회가 준비한 추모문화제도 이곳에서 오후 3시 10분경부터 이어졌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사건을 조작하고 열사들을 고문하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자들에 대한 역사적 단죄는 이뤄지지 않았다.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간 그들은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유신독재자, 사법살인자 박정희는 대한민국 곳곳에 그를 찬양하는 동상이 세워지고 우상화를 통해 수구 보수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영남대 학내에도 박정희 동상이 건립됐다. 영남대는 건립 비용을 미주연합총동창회장에게 기부 받아 높이 약 3m 가량(기단 포함)이 되는 박정희 동상을 천마아너스파크에 건립했다. 동상 아래에는 영남대학교 설립자 박정희 선생이라고 적혀있고, 동상 왼쪽에는 ‘국민교육헌장’ 전문이, 오른쪽에는 약력이 소개돼 있다.
한편, 영남대 측은 기자회견 종료 후 추모문화제가 시작될 때도 다시 한 번 영남대 위원회 측에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불법’ 행사라고 경고했다. 영남대 총무처 관계자는 “사전에 협의가 없었던 불법 행사라는 점을 알렸고, 필요하면 규정에 따라 신청 절차를 밟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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