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동쪽으로 확산···”울진 원전, 만일의 사태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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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청송을 거쳐 영양군까지 빠르게 확산하면서, 원자력발전소가 설치된 울진군에서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산불 확산 지역과 원전은 상당히 이격되어 있지만, 산불 확산 속도가 빠른 데다 산불 확산 시 원전 안전 확보에 소방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진군에 따르면 26일 오후 6시 현재 산불 확산 지역과 가장 가까운 울진 지역은 온정면으로, 17km가량 떨어져 있다. 한울원전은 온정면에서도 40km가량 떨어져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현재 산불과 관련해 자체적 대응 단계인 ‘관심’ 단계로 두고 산불 경로를 감시하고 있다.

한수원 재난 비상 대응 단계는 대형 산불 발생 시 ‘관심’ 단계, 산불이 사업소에서 직선거리 7km 이내일 때 ‘주의’, 사업소에서 직선거리 3km 이내일 때 ‘경계’, 본부 경계 내 시설로 확산 시 ‘심각’ 단계로 규정한다. 실질적인 산불 대응 조치가 이뤄지는 단계는 주의 단계부터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재난 비상 대응 단계 중 ‘관심’ 단계이며, 자체 소방대와 유관기관 협조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불이 아직 원전에 이르지 못한 상태고, 2022년 울진 일대 산불 발생 당시 울진 원전 주변 지역 산림이 상당 부분 소실되어서, 당장 산불이 원전까지 향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산불의 확산이 빠른 데다 진화에도 어려움을 겪는 만큼 확산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2022년 산불 때도 현장을 확인했는데, 산불 피해가 워낙 컸다. 원전 주변에 산불이 나면 원전 안전에 소방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어서, 반대로 소방력이 필요한 다른 지역 진화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현재 산불 확산 속도가 빠르고 강수량도 진화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산불로 인해 송전설비 안전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전력(한전) 경북본부에 따르면 26일 오후 기준 산불 발생 지역 인근 송전탑 55기 중 점검이 필요한 20기 송전탑에 대한 안전 점검을 완료하고 정상 가동 중이다. 한전 경북본부는 일부 지역 정전은 저압 배전선로 손상 문제로, 송전선로와1 관련이 없다고도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