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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부터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전국 곳곳에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22일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5개 시·군에 걸쳐 번지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한 원인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기후위기’다. 실제 이상기온과 건조한 대기환경 때문이 산불이 더 자주, 오래, 크게 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의성 산불처럼 피해가 통제불가능한 수준으로 확대된 건 산림청의 산림 관리 정책 때문이라 지적한다. 20여년 간 진행된 숲가꾸기 정책으로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림이 확대됐고, 무분별한 임도(임산 도로) 확장은 산불 확산 경로가 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산림 정책부터 진화 시스템까지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림청의 산림 정책 보는 전혀 다른 시각
산림청의 숲가꾸기는 1998년 IMF 이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임시 사업으로 시작했다. 이후 천연림과 인공조림지의 나무를 솎아베거나 가지치기, 덩굴 제거 등 나무를 관리하는 상시 사업으로 전환했다. 산림청은 숲가꾸기가 산불 예방에 효과적인 방법이라 보고 있으며 이 사업에 매년 수백억 원을 들이고 있다. 숲가꾸기가 풍속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반면, 산림 내 연료물질을 제거해 산불 위험성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국내외 연구결과를 근거로 든다.
반면 전문가들 중에선 ‘산림청의 거짓말’이라며 강한 비판이 나온다. 이들은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활엽수는 반복적으로 베어지고 소나무 같은 침엽수 비중이 높아졌다고 본다. 수분을 머금은 활엽수와 달리 침엽수는 건조하기 때문에 빠르고 오래 탄다. 작은 나무들은 큰 나무가 자라는 데 방해되기 때문에 베어지는데 그 때문에 바람이 쉽게 통하고, 그 바람길을 따라 산불이 빠르게 확산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경향신문>은 국회 농림축산식품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최근 9년간 산림청이 침엽수 비율을 1.5배 늘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언급된 ‘경제림 조성 연도별 수종비율’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경제림의 침엽수 조림 면적은 8,111㏊(49.5%), 활엽수 면적은 8,273㏊(50.5%)였다.
이 면적은 10년이 지난 지난해 침엽수 9,138㏊(73%), 활엽수 3,386㏊(27%)로 달라졌다. 산림청이 매년 450억~600억 원을 들여 침엽수림을 늘려온 결과다. 침엽수는 곧고 빠르게 성장해 생산성이 높아서 목재 시장에서 주로 사용돼 산림 소유주들이 선호하는 수종이다.
임도를 바라보는 산림청과 전문가 간 시각차도 크다. 임도는 임산물을 나르거나 삼림 관리를 위해 만든 도로다. 일반적으로 산불 발생 시 산불 확산을 저지하는 방화선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산림청은 우리나라 임도 밀도가 미국 등 임업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아, 특수진화차 등 장비를 산에서 이용해 초기에 빠르게 불길을 잡기 위해선 임도를 더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임도는 급경사면에 만들어져 산사태를 일으키고, 숲을 안 좋은 형태로 훼손시키는 데다 임도길을 따라 오히려 불길이 번지는 등 산불 확산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홍 교수 등이 2024년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게재한 논문 ‘도로 밀도와 식생 유형이 대형산불 피해에 미치는 영향-2023년 홍성산불을 중심으로’에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가 상세히 담겨 있다. 2003년 산림청 산불 공식 통계 이후 서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산불인 2023년 홍성 산불의 경우 현장조사 결과 임도와 가까울수록 산불 피해면적이 증가했다. 홍성 산불 전체 피해면적의 80%가 넘는 지역이 소나무가 우점하는 침엽수림이고, 이들 지역은 면적 뿐 아니라 피해 강도도 강하게 나타났다.
홍 교수는 “산림청 1년 예산이 2조 원가량인데 그중 절반 이상이 숲가꾸기, 임도, 사방댐 사업에 쓰인다. 기관 예산의 절반 이상이 쓰이는 사업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기관이 어디 있겠나”며 “활엽수림은 산불에 강하고 소나무림은 약한데, 척박지에 잘 자라는 소나무를 위해 활엽수림을 베어 왔다. 게다가 임도를 늘려 산불 초기진화가 어렵게 만들었다. 임도 주변으로 해가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니 건조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숲가꾸기를 가장 많이 하는 지역이 대구·경북이다. 송이가 많이 나서 그렇다. 숲가꾸기란 탈 것을 줄이면 산불이 작아진다는 논리로 나무를 솎아베기하고 어린 식생을 베어내 숲의 밀도를 낮추고 인공조림을 하는 정책”이라며 “기후위기가 원인이라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산림 정책의 방향이다. 해답은 간단하다. 숲에 물을 머금은 활엽수가 많으면 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2023년 10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그해 여름 발생한 예천 산사태의 원인이 임도, 숲가꾸기 등 산립 사업 때문이라 지적한 바 있는데, 당시 남성현 산림청장은 “환경이든 산림경영이든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 극단적 확증 편향주의로 생태계 보전만 해야 한다는 걸로 저는 들린다”며 “전 세계적으로 숲가꾸기, 임도는 산림을 경영하고 재난 관리를 위한 아주 필수적인 정책”이라 답했다.
#산불 진화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나
의성 산불을 두고 또 하나 주요하게 지적되는 건 산불 진화 시스템의 허점이다. 산불 진화 인력은 산불전문예방진화대(예방진화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특수진화대), 공중진화대다. 지자체 소속인 예방진화대원은 전국에 8,000여 명이 있는데, 사실상 핵심 인력이자 산림청 소속인 특수진화대는 435명, 공중진화대는 104명뿐이다.
예방진화대원은 보통 겨울과 봄 5개월 정도 단기 계약직 형태로 근무한다. 평소에는 산불 예방 활동을, 화재 발생 시엔 진화 작업에 투입되는데 최저임금 수준의 처우 때문에 주로 60대 이상 고령자가 지원한다. 지난 22일 경남 산청군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됐다 순직한 예방진화대원 3명도 60대였다. 산불이 나면 주로 방화선 구축 등 초동 진화를 맡는 게 이들이다. 소방기관도 지원을 하지만 상황실을 운영하며 지자체와 소방기관을 지휘하는 건 산림청이다.

지난 주말부터 산청과 의성 화재현장을 다녀온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소장은 “현장에 퍼져 있는 예방진화대가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를 여러 차례 봤다. 산불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인력을 투입해 초기에 잡아야 한다. 지금은 산불이 커지는 걸 바라만 보다가, 쫓아가면서 진화 인력과 헬기를 부르고 있다. 산림청은 불을 다룰 줄 모른다. 불을 다스리는 게 아니라 쫓아다닌다”고 지적했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도 “예방진화대원은 초기진화에서 큰 역할을 하기 어렵다. 특수진화대, 공중진화대는 인원이 너무 적고 출동이 늦다. 산림청은 ‘지자체마다 공무원진화대 3만 명을 만들었다’거나 ‘드론, 웨어러블을 이용해 산불을 다룬다’고 홍보해 왔는데 실효성 있겠나”라며 “전문인력인 소방공무원이 불을 끄면 된다. 이제라도 산불대응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