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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시장 김장호)가 가수 이승환 씨의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후 제기되는 소송과 정보공개청구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구미시와 김장호 시장은 콘서트를 취소한 정보는 재판을 이유로 비공개하면서도 정작 재판에도 답변서 조차내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13민사단독은 피고 김장호 구미시장과 구미시에 석명준비명령을 내렸다. 석명준비명령은 재판부가 소송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는 사항에 대해 ‘어떤 사실이나 자료가 있는지 밝히라’고 요구하는 절차다.
지난 1월 22일 이승환 씨는 자신(1억 원)을 포함해 (주)드림팩토리클럽(1억 원), 구미공연 예매자 100명(1인당 50만 원씩, 5,000만 원)으로 총 2억 5,000만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피고인 김 시장과 구미시는 지난 2월 6일 소장을 받았지만, 한 달 가까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피고는 소장에 대한 답변을 기재한 서면을 30일 내에 제출해야 한다. 여기엔 원고의 청구취지에 대한 답변을 포함해 청구 원인에 대해 인정 또는 부인할 것인지 입장을 밝히고, 원고의 청구에 응할 것인지 여부 및 근거 사유가 설명되어야 한다. 또 답변과 관련된 증거 자료도 첨부되어야 한다.
그러나 김 시장과 구미시는 지난 10일에서야 뒤늦게 변호인 선임에 따른 소송위임장 제출했고, 이후에도 답변서가 제출되지 않았다. 김 시장과 구미시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자, 재판부가 직권으로 기한을 정해 답변서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석명준비명령’이다. 정해진 기한 내에 석명준비명령에 따르지 못하면, 김 시장과 구미시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커진다.

김 시장과 구미시가 재판 대응에도 적극적이지 않고, 관련한 정보공개청구에도 비공개로 대응하면서, 이들이 정당한 근거 없이 이승환 콘서트를 취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이어진다. 지난 11일 구미시는 이승환 구미 콘서트 예매자로, 손해배상 소송인단으로 참여하는 송수지 씨가 청구한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비공개 한 바 있다.
송 씨는 구미시에 이승환 콘서트 취소와 관련해 자문위원회 또는 법률 검토과정에서 작성된 의견서, 검토 문서 등을 요구했다. 갑작스런 콘서트 취소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만큼 그에 따른 안전조치나 법률 문제, 논의 과정이 수반됐는지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구미시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했다.
송 씨가 확보한 정보공개심의회 회의록 자료에 따르면, 김호섭 구미시 부시장은 위원장으로 회의에 참석해서 “선제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한 단 한명의 원고에게 특정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으므로 정보공개가 불가능 하다”고 말했고, 다른 위원들도 동의했다. 재판을 사유로 삼았지만, 정작 재판에서도 적극적인 설명은 없어서 원고들의 의문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구미시 ‘이승환 콘서트 취소 검토 자료’ 비공개 결정···자료는 있을까?(‘25.03.14)
소극적인 소송 대응이나, 정보 비공개 배경엔 구미시가 적절한 절차와 노력 없이 콘서트를 취소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송 씨가 정보공개 대상으로 적시한 안전조치에 대한 법적, 행정적 근거 자료에 대한 내역이다. 당시 구미시가 콘서트를 취소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안전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구미시 차원에서 관련한 검토나 조치가 선행되었어야 한다는 게 송 씨의 추론이다.
송 씨는 구미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와 별도로 구미경찰서에도 당시 콘서트 경비나 안전 문제로 구미시나 구미문화예술회관과 주고 받은 공문, 협조 요청 현황 등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는데, 구미경찰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구미경찰서 경비안보과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구미시로부터 경찰 인력 배치 요청 받은 사실이 없다”며 “안전관리와 관련해 경비업법상 100명 이상 사람이 모이는 예술행사장에 경비원을 배치하도록 되어있는데, 공연주최 측 경비업체에서 집단민원현장 경비원 배치 허가 신청서를 범죄예방대응과에서 접수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송 씨는 “구미시가 콘서트를 취소하면서 안전을 위한 조치를 이유로 들었는데, 구체적인 안전 조치나 행정적인 노력이 있었는지 당연히 설명이 됐어야 한다”며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콘서트 취소로 피해를 입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공적인 정보”라고 짚었다.
이어 “소송 중이라는 이유를 댈 것이라면 애초에 정보공개심의회는 왜 개최한 것인가”라며 “공개할 자료가 없는 것이 아닌가. 취소 과정에서 공식적인 논의와 절차가 부재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정보를 비공개하면서도 기한 연장 결정을 남용하고,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구성이나 진행 역시 구미시가 중심이 돼 자의적인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스민>은 재판 준비와 콘서트 취소 과정 등에 대해 김 시장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와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구미시는 크리마스에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1,183석)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이승환 씨의 콘서트를 취소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승환 씨의 탄핵 촉구 촛불문화제 참석 사실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한 사실을 밝혔다. 김 시장은 취소 근거를 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9조 1항 6호를 에 따라 공익상 이유로 공연을 취소한다고 했다. 절차와 관련해선 “지역 민간 전문가, 대학교수의 자문을 듣고, 위원회 의견을 수렴했다”고 했다. [관련기사=‘극우세력’ 손 잡은 구미시, 공연 이틀 전 이승환 콘서트 일방 취소(‘24.12.23)]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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