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잘가요, 경남 사람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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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의 사퇴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오늘(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결론이 나오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오는 26일이 취임 1,000일이라며 990일이 되던 16일에 알렸다. 열흘이나 앞두고 1,000일을 기념한 그의 속내도 어쩌면 임박한 퇴임 시점을 염두한 것일지 모른다. 잘 가시라, 경남 사람 홍준표여.

개인적으론 그에게 ‘경남 사람’이란 정체성을 명확하게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최근 불거진 명태균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그를 둘러싼 주요 인맥을 봐도 그렇다. 명태균부터 해서 명 씨와 연루된 홍 시장 주변 인물도 경남에 연고를 둔 이들이다. 박재기, 최용휘가 그렇고 최용휘를 대신해 명 씨 측에 돈을 줬다는 서울본부 전 공무원 박 모 씨도 그렇다. 명 씨 측이 방송을 통해 홍 시장을 몰아붙이자 자기가 가장 잘 아는 문제라며 기자들을 만나 브리핑한 정장수 경제부시장조차도 경남 출신으로 경남에서 홍 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그들 외에도 홍 시장이 경남에서부터 인연을 맺어서 대구로 데려온 인물이 한둘이 아닌데, 그렇게 그가 경남 출신들을 대구로 불러오는 기저에는 대구를 ‘기득권 카르텔’의 도시로 본 탓이 자리한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당선된 후 취임하기도 전에 그는 “기득권 카르텔을 깨지 않으면 대구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기득권 카르텔’이 무엇인지 불명확했지만, 대체로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뜻을 밝히는 이들을 향해 ‘기득권 카르텔’이란 딱지를 붙이는 경향을 보였다.

대구시 공무원을 공개경쟁으로 뽑을 때 두던 응시자의 거주지 제한 규정도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풀면서 “폐쇄성 극복”을 명분으로 삼았다. 홍 시장은 “지역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높여 대구가 한반도 3대시로 재도약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지난 14일 ‘이별 연습’이라며 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도 ‘토호들하고 지역 기자들, 좌파단체들이 나보고 나가라고 난리던데 내가 나가면 좋아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대구를 토호들이 판치는 폐쇄적 도시로 보는 경남 사람 홍준표다.

정말 그런가? 대구는 어느 도시보다 민주주의를 위한 아래에서부터의 역동성과 다양성, 개방성이 돋보이는 도시다. 그런 곳을 더 폐쇄적으로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경남 사람 홍준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로 17회차를 맞는 대구퀴어축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손쉽게 멸시와 공격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성소수자이고, 홍 시장 역시 그 멸시와 공격의 대열에 기꺼이 올라탔다. 축제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곳에서 여는 건 안 된다는 옹졸한 이유로. 이들조차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면서 ‘폐쇄성 타파’를 말하는 이가 경남 사람 홍준표다.

보수 정치세력조차 무시하지 못하는 2.28민주화운동의 도시이고, 그 운동의 명맥을 잇던 이들이 무참하게 사법살인 당한 인혁당의 도시이기도 하다. 올해로 50주기를 맞는 인혁당 사건의 주요 피해자들이 대구에서 나고, 대구에서 자라, 대구에서 활동하다가 박정희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 피해자들과 유가족의 피맺힌 절규가 아직 다 가시지도 않았는데, 대구를 오가는 관문 동대구역에 떡하니 폐쇄의 상징, 박정희 동상을 세운 이도 경남 사람 홍준표다.

경남도지사를 퇴임하며 준비된 퇴임사를 읽던 그가 울음을 참지 못한 대목은 “아버지, 어머니의 산소가 가까이 있어 자주 갈 수 있어 좋았다”에서부터다. 그 시절엔 매달 어머니 산소를 찾았다는 회고도 남아있다. 이제 대구 미래 100년도 준비를 마치셨다 하니, 그렇게 애뜻한 고향 땅에서 고향을 위해 봉사하며 남은 여생 편히 보내시길 간절히 기원한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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