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림의 날’···환경단체, “포항시 ‘산림파괴’ 행위 멈춰라”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위한 수종전환사업 비판
대규모 골프장 조성사업, 항사댐 건설 등 문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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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세계 산림의 날을 앞두고, 포항환경운동연합은 포항시와 산림청의 ‘산림파괴’ 행위를 비판하며 산림보호에 힘 써달라고 주문했다. 20일 포항환경운동연합은 경북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수종전환사업을 비롯해 대규모 골프장 조성사업, 홍수조절용 항사댐 건설, 양학·학산·환호 민간공원특례사업, 풍력발전사업 등으로 인해 산림파괴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기후위기 시대에 육지의 탄소저장소인 산림을 보호하고 육성하기는커녕 점점 더 파괴하는 행위들이 곳곳에서 공공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산림의 탄소저장과 온도조절, 홍수조절 기능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포항시는 2,000만 그루 나무 심기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이유로 그 이상의 나무를 베어내고 있다. 포항시와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 수종전환사업을 중단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산사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며 “골프장, 댐, 아파트단지에 내준 도시공원, 풍력발전 등을 위해 훼손해도 되는 자연은 없다. 산림 생태계 보호야말로 탄소중립을 위해 육지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 20일 포항환경운동연합은 경북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수종전환사업을 비롯해 대규모 골프장 조성사업, 홍수조절용 항사댐 건설, 양학·학산·환호 민간공원특례사업, 풍력발전사업 등으로 인해 산림파괴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포항환경운동연합)

포항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없애기 위해 임업적 방제를 한다며 수종전환 사업을 위해 모두베기를 하고 있다. 포항시 면적 전체 11만 2,000ha 중에 산림 면적이 7만 5,000ha이고, 소나무 우림은 2만 1,000ha이다. 그중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된 1만 5,300ha 중 2024년부터 2025년 상반기에 예정된 임업적 방제와 숲가꾸기 규모는 모두 380ha이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특별방제구역의 2.5% 방제를 시작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을 막겠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이지만 불가능한 일을 하기 위해 산림청은 계속 예산을 책정할 것이고 지자체는 그 예산에 기대어 숲 파괴에 앞장서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증되지 않은 일본 특산종 편백나무 묘목 등을 심어 다시 건강한 산림을 조성하겠다고 한다”면서 “숲의 발달과정에서 소나무 숲은 쇠퇴하고 참나무 등 활엽수림으로 천이하여 혼효림이 조성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수종전환사업 중단과 방제사업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벌목으로 인한 자연 재해 우려도 짚었다. 단체는 “기계면 내단2리의 마을회관 뒷산은 모두베기를 한 후 산사태 위험 때문에 주민들의 걱정이 태산”이라며 “최근 모두베기를 실시한 지역들에 대해 당장 올여름 집중호우에 대비한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대규모 골프장 조성사업과 홍수조절용 항사댐 건설, 양학·학산·환호 민간공원특례사업, 풍력발전사업 등으로 인한 산림파괴 문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단체에 따르면 포항SKGC골프장(18홀), 오렌지 구룡포 골프장(18홀)에 이어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추가지정 구역 255만㎡ 중 절반 이상이 18홀 골프장 조성을 위한 체육시설로 예정되어 있다.

항사댐 건설과 관련해서도 예정지인 오천읍 항사리 일원은 산림보호구역으로 생태자연도 1등급, 국토환경성평가지도 1등급으로 상수원 보호구역이라고 짚었다. 공원 부지에 20~30%의 비공원시설(아파트)을 허용한 후 나머지는 도시공원을 조성하여 기부채납하는 민간공원특례사업이 악용된다는 지적도 했다.

이들은 포항시의 3개소 양학·학산·환호 민간공원특례사업 부지 총면적 207만 3,425㎡이 ‘공원 품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되면, 시민을 위한 녹지공간이자 공원이 사유화되게 된다고 우려했다. 오천읍, 죽장면, 기계면 등을 중심으로 추진된 풍력발전 사업으로 산림훼손과 소음, 주민 갈등을 겪는다고도 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18홀 규모당 100만㎡가 넘는 산림을 없애고 영원히 복원할 수 없는 녹색 사막을 조성하는 것이 골프장이다. 골프장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이 산림을 파괴하는 가장 나쁜 개발사업”이라고 했다.

이어 “대홍수를 기다리며 빈 물그릇으로 존재할 홍수조절용 항사댐 대신 항사리 일대의 깊은 산림을 지키는 것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며 “민간공원특례사업은 특혜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데, 도심의 허파로 불린 숲이 아파트로 변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또한 “풍력발전이 산 정상 경사지의 나무를 베고 새로운 도로를 만들어야 하므로 산림훼손을 전제로 한다”면서 “그 결과 집중호우 시 산사태 위험도 커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전환의 당위성만으로 산지 풍력발전이 친환경에너지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