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소년의 이상, 청년의 열정, 어른의 품격

11:32
Voiced by Amazon Polly

3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이승환 콘서트에 가게 된 것은 순전히 윤석열 때문이다. 이승환 씨는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촛불문화제에 나서 공연을 펼쳤고, 1,213만 원도 주최 측에 기부했다. 당시 국회 첫 번째 탄핵소추안 부결 이후 상심하던 많은 시민들에게 그의 공연과 발언은 위로가 됐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구미시장은 크리스마스에 예정된 이승환의 구미 콘서트를 취소했다. ‘안전’을 이유로 공연 이틀 전 갑작스럽게 취소가 이뤄졌지만, 구미시는 안전을 위한 조치나 공연 기획사와 적절한 소통도 하지 않았다. 정치적 선동이라고 매도하고, 가수에게 부적절한 서약서를 요구했다. 정작 김장호 구미시장 본인은 지난달 동대구역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페이스북에 인증샷을 남기고, 누구보다 ‘정치적 선동’에 앞장서고 있다. 게다가 구미시는 콘서트 취소 결정 과정에서 검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구미시 ‘이승환 콘서트 취소 검토 자료’ 비공개 결정···자료는 있을까?(‘25.03.14)]

이승환 구미 콘서트가 취소되고 며칠 뒤, 구미에서 촛불집회를 겸한 이승환 영상 콘서트가 열렸다. 구미시장이 취소하지 않았더라면 열리지 않았을 집회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취소될 리 없었을 공연이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 만난 이승환 씨의 팬들은 구미시장이 나쁜 선례를 남긴 것,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일으켜 평범한 일상이 침범 받고 가수가 공격 타깃이 된 상황에 분노하는 마음을 전했다. 이들은 콘서트에서 이뤄지는 팬 이벤트를 설명하며, 사랑하는 가수의 공연을 자랑했다. 그의 라이브 공연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관련기사=구미시청 앞 ‘이승환 콘서트’ 연 시민들···“밖에선 구미인민공화국이란다”(‘24.12.27)

▲ 3월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이승환 35주년 콘서트 <HEAVEN>에서 가수 이승환. (사진= ‘lime’ 제공)

콘서트에서 이승환 씨는 구미콘서트 취소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첫 멘트부터 “구미 사는 4살 동생이 인생 살 만큼 살았다는 가수 이승환”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3시간을 꽉 채운 그의 공연은 감미로운 음색과 재치 있는 멘트, 애절한 사랑 노래와 신나는 노래들로 울리고 웃겼다. 빛나는 응원봉을 든 관객들 앞에 선 그에게 ‘소년의 이상, 청년의 열정, 어른의 품격’이 느껴졌다. 이 말은 그가 자신의 신조처럼 자주 하는 말이라고 한다.

취소되지 않았다면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연인들이 즐겼을 공연도 이랬을 것이다. 상식적인 이야기에 용기가 필요하고, 본업이 공권력에 의해 방해받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현재 구미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이승환 씨는 직접 소송비용을 부담하고, 승소에 따른 배상금이 발생하면 구미시 ‘우리 꿈빛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전액 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공연 후반부 이런 언급도 했다.

“이번 주 어느 날 아주 기쁜 소식(‘탄핵’)이 들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가 한 이런 말 때문에 공연이 다시는 취소되지 않는, 진정한 자유와 정의가 바로 서는, 그리고 ‘윤석열’이 그렇게 말하는 공정과 상식이 바로 서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이승환이 정치하거나, 인기 얻으려고 그런 것이 아니냐고 한다. 오히려 인기 떨어졌다. 오히려 돈 못 번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저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나아지고, 덜 부끄러운 사람이 되겠다. 어디가서든 내 최애는 이승환이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자랑스러워 하실 수 있도록 더 좋은 가수,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