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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월성원전 인접지 주민들이 10년 넘게 농성 중인 천막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수원은 해당 천막이 한수원 소유 토지에 무단으로 설치됐다며 건물을 철거하고, 해당 천막 철거 완료까지 월 5만 원의 임료를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대책위를 상대로 건물 등 철거 소송을 제기했다. 대책위가 한수원 소유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면서 물건을 적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수원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주대책위는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본부 홍보관 인근 50㎡ 규모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해당 천막은 2014년에 설치됐으며, 2025년 현재까지도 같은 위치에서 주민들의 이주대책 요구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
나아리 주민들은 10년이 넘도록 한수원에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협의가 이뤄지진 않았다. 지금까지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나아리 주민은 5가구다. 이들은 원전에서 1km가량 거리에 사는 인접지 주민이지만, 원자력안전법상 제한구역(914m)에 포함되지 않아 이주 관련 지원을 받지 못했다.

10년 넘게 농성을 이어오던 주민들은 뒤늦은 철거 요구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주대책위와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11일 한수원이 제기한 소송 첫 기일을 앞두고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앞에서 한수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 주민들은 월성 원전 위험을 잘 몰랐는데 후쿠시마 핵참사를 접하며 위험을 깨달았다. 주민 소변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도 검출됐다”며 “특별한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평생을 일군 논밭과 집을 제값에 팔고 자력으로 핵발전소에서 좀 더 먼 곳으로 이사하고 싶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한수원은 10년 넘게 진행된 집회 시위의 권리마저 빼앗으려 한다. 농성장 철거 소송에 기울인 만큼의 정성을 이주대책 마련에 쏟았다면 농성이 10년째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수원이 갑자기 소송에 나선 이유는 윤석열 정권의 핵진흥 정책에 있을 것이다. 한수원은 철거 소송을 철회하고 최인접 주민 이주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예정됐던 소송 첫 기일은 4월로 연기됐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