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청년 2만 명 사회적 고립 상태···대구시 올해 예산 1억 원 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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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시간이 길어졌어요,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는데 붙지를 못했어요, 계속 공부하면서 사람과 관계가 줄어들었어요, 원래도 낮가림이 있어 사람을 사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따돌림을 당하고 고등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멀리 다니면서 피했고 다르게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취업이 길어지면서 의미가 없어졌어요.” (은둔 원인에 대한 응답 중)

“5~6시쯤 기상해서 9시까지 오디오북이나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를 시청해요, 10시에 아침을 먹고 집안일을 해요 낮 시간은 주로 누워서 핸드폰을 사용하는데 중독 수준이에요, 7시에 엄마와 저녁을 먹고 10~11시에 잠을 자요.” (생활 패턴에 대한 응답 중)

대구시가 지난해 7월 진행한 ‘사회적 고립청년 실태조사’ 심층조사 답변 중 일부다. 가족관계, 학교폭력, 장기화된 취업 준비 등의 이유로 고립된 청년들은 무너진 생활패턴과 어려운 경제상황을 토로하면서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구시는 2022년 10월 ‘대구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1년 반 만인 지난해 7월 대구 내 사회적 고립청년 규모를 확인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대구시는 조례에서 사회적 고립청년을 ‘사회적·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가족 등과 제한적인 관계만 맺고 지내며 사회참여 과정에 어려움을 느끼고 사회적 관계를 단절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가구조사 결과 대구시 사회적 고립청년 발현율은 3.6%로 나타났다. 이중 경미한 고립에 해당하는 활동형이 3.1%, 심각한 고립에 해당하는 고립‧은둔형이 0.5%였다. (자료=대구시 사회적 고립청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조사는 가구조사와 청년 개별 조사, 심층조사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의 사회적 고립청년은 3.6%다. 대구에 거주하는 19~39세 청년인구 58만 4,000명(2023년 말 기준)에 적용하면 약 2만 1,000명이 사회적 고립상태에 놓여 있다.

이 중 3.1%(1만 8,000명)는 사회적 관계 부족, 사회적지지 부족, 우울증 2단계 이상 중 2가지에 해당하는 ‘경미한 고립’에 해당했다.

‘심각한 고립’에 해당하는 0.5%(2,900명)는 다시 ‘고립형’과 ‘은둔형’으로 분류됐다. 사회적 관계가 없거나 매우 부족, 사회적지지가 없거나 매우 부족, 우울증 3단계 이상 중 2가지에 해당하는 ‘고립형’이 0.3%(2,000명 내외), 취업 또는 학업 등 사회적‧ 외출 등 물리적 단절 상태인 ‘은둔형’이 0.2%(1,000명 내외)에 달했다.

사회적 고립상태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지지나 사회적 관계망이 부족한 ‘잠재적 고립청년’ 비율도 4.3%(2만 5,000명)에 달했다.

사회적 고립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는 ▲학업 및 취업 기회 제공(29.9%) ▲ 심리상담(19.7%) ▲생활을 위한 경제적 지원(14.8%), 취미 등 사회활동 지원(14.3%) ▲가까운 사람(가족, 친척, 친구) 등의 이해와 지지(11.7%) 순으로 답했다.

사회적 고립청년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에 대해선 ‘사회적 고립청년에 대한 이해교육’이라 응답한 가구 비율이 30.2%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사회적 고립청년에 대한 직접적인 프로그램(20.4%) ▲가족 관계 관련 상담(19.7%) 순으로 나타났다.

가구 특성으로는 ‘월세로 거주하는 1인 가구’에서 사회적 고립청년 발현이 높게 나타났다. 가구 소득이 높아질수록 사회적 고립청년은 낮은 비율로 나타나며, 사회적 고립청년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 현재 하고 있는 일(생활)에 대한 가치 점수는 비고립 청년 대비 매우 낮았다.

가구 조사 외 대구에 거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2차례에 걸쳐 온라인 설문조사도 진행됐는데, 응답자 2,547명 중 잠재적 고립청년이 4.1%(105명), 고립청년이 24.6%(627명)으로 나타났다.

심층조사는 사회적 고립 경험 청년, 사회적 고립청년 보호자, 전문가 대면 집단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장기적인 경기침체 및 취업난 등으로 사회적 고립청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지원정책 프로그램에 대해선 ‘취업 관련, 상담 프로그램 등에 대한 만족도는 높게 나타나지만 대상이 고정돼 있다’, ‘사회적 고립청년 관련 사업과 기관이 파편화되어 있다’, ‘종합적인 정책과 프로그램을 위해선 개별 예산이 필요하다. 전반적인 인력, 정책기반 부족이 심각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

▲사회적 고립청년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대책을 수립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지만 대구시는 미온적 태도를 보여 왔다. 대구시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올해 예산안에 신규 사업으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사업’ 1억 원을 배정했다. 

사회적 고립청년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대책을 수립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지만 대구시는 미온적 태도를 보여 왔다. 타 지자체에 비해 실태조사, 대책 수립이 늦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지만 여전히 충분한 예산과 종합적인 계획 수립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올해 예산안에 신규 사업으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사업’ 1억 원을 배정했다. 사업설명서에 따르면 심리상담 지원, 관계회복 프로그램 제공, 사례 발굴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