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배치거부, 노조탈퇴 회유 의혹까지···영덕 골프장 노조탄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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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군 소재 한 골프 리조트에서 지난해 캐디 노동조합이 결성된 후 사측의 노조 탄압 의혹이 제기된다. 노조 결성 후 추진한 교섭에는 불성실하게 임하면서 노조 간부를 업무 배치를 하지 않으면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는 거다. 사측은 노조와 협의에 성실히 임하고 있고, 노조 간부의 직장내 괴롭힘 의혹 때문에 이뤄진 조치라는 입장이다.

조정철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오션비치분회장은 영덕군 소재 오션비치 골프&리조트(오션비치)에서 2015년부터 일해 온 캐디다. 지난해 7월 조 분회장을 포함한 캐디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사측과 교섭에 나섰다. 업무는 사업주에 종속돼 있지만 ‘근로계약’은 체결하지 않는 특수고용직(특수형태근로종사자)으로서 어려운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교섭은 원활하지 않았다. 노조는 사측이 단체교섭 시작 5개월 만에 답변안을 전달하는 등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했다고 지적한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노조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조합원 10여 명에게 여러 사유를 들어 단기간 배치 거부 조치했으며, 특히 조 분회장에 대해서는 11월 15일부터 무기한 배치 거부 조치했다.

사측은 조 분회장이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됐다는 사유로 배치 거부 조치를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노조는 노조 탄압을 위한 부당노동행위로 받아들인다. 조 분회장에 대한 별다른 조사나 징계절차 없이 피해자와 분리한다는 이유로 배치 거부한 다음, 2월 현재까지도 추가 조치 없이 배치 거부를 이어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사측이 조합원 위주로 배치 거부 조치를 집중하고, 개별적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고도 설명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노조 탈퇴가 이어져 조합원 수도 점차 감소했다.

노조는 직장내 괴롭힘 문제가 노조탄압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미 유사 사례도 과거에 있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곳에는 과거 민주노총 경북일반노조 산하 지회로 노조가 결성된 바 있지만 와해됐다. 그 과정에서 2017년 당시 지회장이 한 여성 직원에 대해 성추행을 했다는 신고로 고초를 겪었다.

당시 재판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수사는 피해자 신고가 아닌 오션비치가 지회장의 성추행이 있었다는 진술서를 직원들에게 쓰도록 하고 이를 모아 수사기관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재판은 1심과 2심 모두 무죄 판결이 나면서 종결됐다.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노조는 큰 타격을 입고 와해됐다.

▲20일 오전 10시 30분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와 민주노총 포항지부가 포항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오션비치 노조탄압 실소유주 강제수사 및 엄벌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 사측의 민주노총 탈퇴 요구 정황 담긴 녹취록 공개
사측은 탈퇴 회유 부인

지난 20일 노조는 사측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포항고용노동지청에 고소했다. 고소에 앞서 오전 10시 30분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와 민주노총 포항지부는 포항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오션비치 노조탄압 실소유주 강제수사 및 엄벌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오션비치 대표이사가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회유하는 정황이 담긴 대화라며 녹음파일을 재생하기도 했다. 대표이사는 조합원에게 “나는 너희가 노조에 있는 한 계속 가. 너희가 일반 노조원도 아니고 원 투 잖아. 그러면 각별히 더 조심했어야지. 내가 옆에서 도와줄 테니까 각서라도 쓰고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해보자”라거나 “터놓고 얘기하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만 없으면 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 “복지 처우개선, 다 원하는 대로, 전과 동. 그리고 민주노총 빼고 내가 얘기한 대로 해서, 내가 회장님한테 무릎까지 꿇고”라고 언급한다.

노조는 “오션비치의 무리한 경기 운영이 이어져 캐디들이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오히려 벌당제 등 징계성 조치를 강화하며 캐디를 억압했고 캐디 노동자들이 노조 문을 두드렸다”며 “지난 연말 관련 법령에 따라 쟁의권을 확보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측은 조합원을 더욱 탄압했다. 10여 명의 조합원에게 갖은 이유를 들어 배치 거부 조치했고, 핵심 간부 2명에 대해서는 조사나 징계 절차 없이 직장 내 괴롭힘 분리조치를 이유로 무기한 배치 거부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수고용직인 캐디에게 배치 거부는 해고 아닌 해고다. 노조는 이런 상황에서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교섭을 재개하려 했으나 사측은 적반하장으로 노조의 수정안 선 제시를 요구하며 교섭 재개를 거부해 교섭도 기약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캐디를 복귀시키는 과정에서 단체행동이나 노조가입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 작성을 종용하거나 민주노총을 탈퇴하면 무기한 근무 정지를 취소하고 복귀를 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조 분회장은 “캐디는 본연의 경기 보조 업무를 넘어선 수많은 일을 강요 당했다. 제설 작업, 쓰레기 정리, 망가진 잔디 복구 작업 등 무임금으로 업무를 강요했다. 몸이 아파서 조퇴라도 하면 벌당이라는 징벌적 무급 노동을 부과했다”며 “노조의 주축이던 다른 동료는 과로 끝에 뇌출혈로 쓰러져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회사가 특수고용노동자인 우리에게 계약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결과다. 이 참혹한 현실을 참을 수 없어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5년 전 회사의 탄압으로 노조가 한 차례 해체되는 걸 목격했지만, 사람으로 살고 싶었고 어렵더라도 해야 할 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온갖 사소한 이유로 조합원들에게 부당한 출근 정지 처분을 했다. 악의적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조합원들이 위축됐고 많이 떠날 수밖에 없었다”라며 “나에게도 직장내 괴롭힘 분리를 이유로 무기한 출근 정지를 했다. 100일이 다 돼가는데 한 번도 조사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실상 해고”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조 분회장은 “노조만 포기하면 원상복귀시켜주겠다고 한다. 대표이사는 노조 탈퇴만 하면 복직과 요구사항도 들어주겠다고 한다.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한때 70명에 달했던 조합원 수가 이제 손에 꼽힐 정도로 줄었다. 노동부가 본연의 책임을 다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션비치 측은 노조 탄압은 없었다며 노조 주장 대부분을 부인했다. 조 분회장에 대한 배치 거부에 대해서는 한 캐디가 조 분회장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이 있었다며 회사에 신고했고, 이 때문에 피해자 분리 조치 차원에서 부득이 출근 정지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캐디가 오션비치 소속은 아니기 때문에 회사 차원의 징계는 할 수 없고 당사자끼리 노동청 진정 등 방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도 설명했다.

오션비치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노조 탈퇴 회유 녹취에 대해 “노조 탈퇴를 회유한 게 아니다. 일을 하고 싶다면서 대표님이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찾아왔기에 피해자에게 (‘가해자’ 복직을) 강요할 수는 없어서, 방법을 강구해보자 하는 차원(의 대화)이었다”며 “노조원이나 노조 간부라고 차별하지 않는다. 노조 탈퇴를 조건으로 회사를 복직시켜 준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오션비치 측은 노조와 교섭이 중단된 이유는 노조가 먼저 교섭을 중지하고 쟁의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반박했고, 조합원들에 대한 표적 배치 거부는 하지 않았으며 조합 가입 여부를 알 수도 없다고도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