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 22주기···“추모식 ‘무간지옥’ 만든 대구시”

참사희생자대책위, "상인들 요구 우리랑 같다"
'대구시가 책임자, 전임 대구시장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것'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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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주기 대구지하철참사 추모식에도 홍준표 대구시장은 불참하고 하루 전날 기억공간을 찾아 헌화했다. 시장의 처신에 따라 대구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간부급 관계자는 누구도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고통을 외면했다. 추모식 반대 집회를 하는 상인들로 어수선한 가운데 지역사회는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추도사에 나선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초대 이사장은 이 상황을 ‘아수라’, ‘무간지옥’으로 표현하면서 그 원인이 대구시에 있다고 비판했다.

▲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22주기 추모식’이 사고 시각에 맞춰 대구 동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렸다. 한 참사 유족이 추모식을 반대하는 상인들 앞에 서있다.

18일 오전 9시 53분 사고 시각에 맞춰 묵념을 하면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22주기 추모식’이 대구 동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시작됐다. 참사 유가족이기도 한 전재용 2.18안전문화재단 사무국장이 우원식 국회의장의 추도사를 대독했고, ▲법일 스님(대한불교 조계종 동화사 포교국장) ▲김태일 2.18 안전문화재단 초대 이사장 ▲박성찬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유족 대표)가 차례로 추도사를 전했다. 추모 공연은 백시향 한국문학예술원장의 추모시 낭송 및 박성태 중요무형문화재 대금산조 이수자 협연, 2.18합창단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회 위원장 인사말에 이어 참석자들이 추모탑 및 ‘추모 묘역’에 헌화하며 마무리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추모식에서도 공식적인 대구시 관계자들의 발언이나 내빈 참석은 없었다. 지역 정치권에선 허소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황영현 개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 신지애 기본소득당 최고위원 등이 모습을 보였다.

추모사에선 유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상인들과 갈등을 풀어야 할 책임이 대구시에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태일 전 이사장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영령들께 엎드려 통곡하며 용서를 구한다”며 “192위의 혼백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옆에서는 노래 소리가 들려오고 저렇듯 야속하고 속상한 얘기들이 들려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수라 또 이런 아수라가 없고, 이런 무간지옥 또 없다. 악몽같은 상황을 만든 것은 대구시다. 유가족들과 상인들에게 서로 다른 기대를 갖게 했다”면서 “상인들에게 추모시설이 들어서지 않을 거라고 하고, 유가족들에는 결국 추모시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하며 은밀한 합의를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이사장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가 결정적 계기였고, 당시 국민 성금 가운데 수십억 원의 돈이 여기에 투입됐다”며 “참사를 기억하며 시민 안전 문화를 형성하는 안전 문화 공원으로 만들어졌고, 또 앞으로 그런 기능을 해야 한다. 대구 시민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고, 안전한 세상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 사회 모두가 과거에 겪은 아픔과 당당하게 대면하고 그것을 치유하며 회복과 성장을 도모하자는 것이 목표인데 그것은 기억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며 “가슴 저미는 슬픔을 쓰다듬으며 대구를 안전과 생명의 도시로 가꾸어야 한다. 여기에 계신 시민, 정치인, 행정 공무원 여러분 제발 대구가 이렇게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이사장은 최근 대구시와 유족 간 민사소송 결과를 언급하면서, “재난 피해자를 지지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안전과 공동체의 정의를 위해서 필요하다”면서 “한 번 더 법원의 판단을 구해 볼 것이라고 하니 지혜로운 결정을 기대한다. 법은 따뜻해야 하고 약자의 편에 설 때 정의로운 것”이라고 했다.

▲ 추도사에 나선 김태일 전 2.18안전문화재단 초대 이사장은 이 상황을 ‘아수라’, ‘무간지옥’으로 표현하면서 그 원인이 대구시에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동화사 포교국장 법일 스님은 유족들에 위로를 전하면서, “지하철이 불연제로 화재 예방하는 국가의 안전 책임의 변화를 일으킨 계기가 됐었다”면서 “이 자리에서 드는 생각은 어느 한 이익을 위해서 반대를 한다거나 하는 거는 맞지 않다고 본다. 그들의 마음속에 자비로움이 깃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참사희생자대책위, “상인들 요구 우리랑 같다”
‘대구시가 책임자, 전임 대구시장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것’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수목장지 사용권한청구 소송에서 패소를 하고 유족들 상심이 컸다. 그래서 동화사 스님께 상처 받은 영혼들을 위로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며 “그래서 당초 예정된 추도식 순서에 갑작스런 변동이 생겼다. 지역 정치 관계자 분들께서 당초 추모사를 하시기로 했는데, 양해를 부탁 드린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추모식 동안 진행된 인근 상인의 집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상가번영회에선 대구시가 유족들과 상가번영회 이간질을 멈춰라고 한다. 이들도 대구시가 책임자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전임 대구시장이 약속한 바를 이행해 달라고 하는데 저희들의 주장과 같다. 재판을 통해 이런 사실 관계를 확인해서 내년 추모식에선 방해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18일 오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22주기 추모식’이 대구 동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렸다. 한 참사 유족이 ‘추모탑’ 옆에 위치한 ‘추모 묘역’에 헌화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