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길을 열겠다’ 대구에서 투쟁선포식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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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부터 시작하자. 최저임금조차 지켜지지 않는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청년들이 고통받는 대구, 노동자들이 전국 최하위 수준의 임금을 받는 대구, 열악한 일자리에 청년과 시민이 떠나는 대구를 저임금과 비정규직이 없는 도시로, 노동조합 하기 좋은 도시로, 그래서 노동이 존중받는 도시로 바꿔내자’ (결의문 중)

15일 오후 깃발을 들고 조끼를 입은 대구 지역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25년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준비한 이날 대회는 ‘지역을 새롭게, 노동을 당당하게, 사회대개혁 쟁취’라는 구호 아래 주최 측 추산 300여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한 시간가량의 대회가 끝난 뒤에는 곧바로 19차 대구시민시국대회가 열렸다.

▲15일 오후 3시 30분 ‘민주노총 대구본부 2025 투쟁선포식’이 열렸다. 주최측 추산 300여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이 참석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윤석열은 화물노동자, 조선소 하청노동자, 건설노동자 등 민주노총의 가장 열악한 노동자를 때려잡았고 여성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을 차별했다. 3월 중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나면 5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텐데 또다시 노동자, 시민을 차별하는 세상에서 살 순 없다”며 “윤석열 파면이 결정되면 민주노총은 더 큰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어떤 이가 대통령이 되는가를 넘어 노동자, 대구시민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광장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터에서 투쟁 중인 노동자들도 발언에 나섰다. 25년 차 방송작가인 염정열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지부장은 “방송작가 대부분이 한 방송국에서 정규직처럼 일하지만 무늬만 프리랜서인 비정규직 노동자다.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해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4대보험도 안 된다. 프로그램이 삭제되면 일을 했어도 돈을 받을 수 없다. 방송작가지부가 생긴 지 8년 됐지만 작년에야 처음 노동법상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아 단체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윤석열 계엄 이전부터 방송작가들은 계엄과 같은 상태로, 계엄처럼 말도 안 되는 노동환경 속에서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일해왔다. 노동이 존중받고 일하는 만큼 대가를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지회장은 성서공단에서 천막농성 중인 태경산업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김 지회장은 “5명밖에 되지 않는 조합원이 오늘로 123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늙은 노동자, 여성 노동자, 이주노동자 28명이 성서공단 노동조합에 가입했으나 회사는 노조 탈퇴를 강요하고 현장에 CCTV를 달고 해고하며 노동자를 통제했다”며 “우린 약자가 되기 싫고 시혜나 동정도 필요 없다. 노동자를 갈라치기 위해 교회 수당, 협조 수당을 주고 파업으로 내 몬 사장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태경산업에 민주노조를 뿌리내리는 건 작은 사업장 노동자도 노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아니지만 이들과의 연대를 약속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민주노총 대구본부의 광장 사업인 ‘달곰이지부 예비조합원’ 김민지 씨(26)는 “내 고향 대구를 사랑하지만 이곳의 노동환경까지 사랑하진 못한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지만 삶을 지탱하고자 하는 노동이 반대로 삶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며 “광장에서 각양각색의 사람, 다양한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를 만났다. 일상과 일터에서 당연하게 누려온 게 누군가의 투쟁 위에 세워졌음을 알게 된 순간 마음이 불편해졌다. 앞으로 노동자가 마주하게 될 부당한 대우 앞에 맞설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예민 대구여성회 대표도 “시민과 노동자가 다르지 않지만 그동안은 벽이 있었던 것 같다. 시민들은 이제 투쟁, 동지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데 민주노총 대구본부의 노고가 있었음을 알고 있다”며 “윤석열 파면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대전환 선두에 정치대개혁이 있다. 대구경북에서부터 변화의 싹을 키우자”고 강조했다.

▲집회 마지막 순서로는 전체 깃발이 무대를 향해 걸어오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