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 앞둔 수성구 망월지에선 지금

로드킬 방지 펜스 설치 행사 진행
2, 3월 두꺼비 산란 시기 앞두고, 보호 활동 나서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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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2시 ‘전국 최대’ 두꺼지 집단 산란지로 알려진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사)자연보호수성구협의회에서 70여 명, 수성구청에서 30여 명은 두꺼비 산란을 앞두고 로드킬을 막기 위한 펜스를 치기 위해 나섰다. 욱수산 등산로 입구와 망월지 인근 약 400m가 이들에 의해 금세 펜스가 세워졌다. 두꺼비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내길 바라며 자연 정화 활동(플로깅)도 했다.

▲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서 수성구와 봉사단체 회원들이 두꺼비들의 로드킬 방지를 위한 펜스 설치를 하고 있다. 망월지는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로 알려져 있다.

봉사에 나선 시민단체 측은 지자체와 시민들의 관심을 강조했다. 황영희 (사)자연보호수성구협의회장은 “수성구의 캐릭터도 망월지에 사는 ‘뚜비’가 아닌가. 수성구에서 두꺼비 생태에 관심도 많고, 서식지 보존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 것 같다”며 “시민들도 두꺼비들의 생태 보존을 위해 주변 환경을 더 깨끗하게 보존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황 회장은 “저희가 여름에는 상류인 욱수천에 수질 개선을 위한 미꾸라지를 방생한다. 망월지에 흘러드는 물이 바로 욱수천에서 온다”며 “수성구에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가 있으니 수성구 주민으로도 자부심이 크다. 펜스를 치는 일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생명체를 보호하는 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심미경 수성구 생활환경국장은 “정말 추웠는데 좋은 일을 하러 이렇게 모여서 그런지 지금은 날씨도 너무 좋아졌다”며 “사실 우리는 내비게이션 없이 잘 움직이기도 어려운데, 두꺼비들이 어떻게 이렇게 왔다가 돌아가고 하는지 자연의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봉사에 나선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220억 원을 들여 생태교육관과 생태축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실시 설계 단계다. 내년쯤 되면 더 친환경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도 전했다.

1,000마리 어미 두꺼비가 망월지에 내려와
대규모 산란하고 욱수산으로 돌아가
수성구는 CCTV 모니터링, 생태조사 나서기도
망월지 두꺼비 상징, 캐릭터 ‘뚜비’도 만들어

수성구에 따르면 2007년 4월 망월지에서 대규모 두꺼비 산란지가 발견된 이후 매년 이맘때 로드킬 방지 펜스 설치에 나서고 있다. 매년 2, 3월 어미 두꺼비들은 서식지인 인근 욱수산에서 망월지로 내려와 알을 낳고 돌아간다. 암컷 한마리 당 1만 여 개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알들은 약 80일을 망월지에서 머무르며 올챙이에서 새끼두꺼비로 성장해 다시 욱수산으로 간다.

▲ 어미두꺼비가 망월지에 낳은 알들은 올챙이에서 새끼두꺼비로 성장해 다시 욱수산으로 향한다. (사진=수성구)
▲망월지 곳곳에는 두꺼비 보호 안내 표지판도 세워져 있다.

추승희 수성구 녹색환경과 환경관리팀 주무관은 “모니터링용 CCTV도 있어서 사무실에서 수시로 확인이 가능하고, 산란기 때는 저희가 주말에도 조를 짜서 모니터링을 하러 현장에 나온다”며 “두꺼비들이 도로 쪽으로 나가고 하면 손으로 조심스럽게 옮겨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수성구는 두꺼비 보호를 위해 인근에 12대 CCTV를 설치해 모니터링하고, 망월지 수위 및 수문 상태 점검, 수질 확인도 실시한다. 수질확인은 2월~5월 매월 2차례 진행된다. 수성구는 기후변화 영향을 많이 받는 두꺼비의 연구·관찰·보호를 위해 지난 2021년~2023년 생태기초조사 및 두꺼비 서식지 환경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매년 1,000마리 두꺼비가 집단 산란을 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지난 2022년에는 성체 두꺼비 60여마리(암수 각 30마리)에 무선추적장비를 부착해 구체적인 서식 범위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김홍근 수성구 녹색환경과 환경관리팀장은 두꺼비의 생태와 일생을 설명하면서 시민들의 관심도 당부했다. 수 년간 이 업무를 담당한 김 팀장은 거의 ‘두꺼비 박사’가 됐다. 김 팀장은 “이곳이 전국에서 두꺼비 최대 산란지인데, 잘 안보인다고 아쉬워 하는 시민분들도 계신다. 두꺼비는 습도가 중요한 양서류이기 때문에 습한 환경에 주로 움직인다”며 “비가 오거나 해 저물거나, 해 뜰 때 많이 이동을 한다. 예전보다 인근 개발이 많이 돼서 차량이 늘었는데, 주변을 지나실 때 두꺼비 이동도 떠올려주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에서 두꺼비 개체 모니터링에 나선 것은 수성구 망월지가 유일하다. 무선추적장비를 부착해 서식범위를 봤더니, 1.5~2km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망월지를 기준으로 양쪽 산봉우리까지 이동범위가 확인됐다”며 “인근에 우수지라는 저수지도 있는데, 수온 문제가 크고, 수심도 망월지가 낮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 2022년 수성구가 만든 캐릭터 ‘뚜비’는 망월지에 살고 있는 두꺼비에서 착안했다. 이날 로드킬 방지 펜스 설치 현장에 ‘뚜비’도 함께 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