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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부려대구]는 대구‧경북에서 먹고, 일하고, 놀고, 잠자는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모임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갖고 있는 고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역 현안부터 사회 문제, 실 없는 논쟁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정리된 이야기는 뉴스민을 통해 소개합니다.
보현: 안녕하세요. 2월 12일 수요일 저녁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AI 교과서는 대구 교육을 어떻게 바꿀까’입니다. 참석자는 박연수(10대 중학생), 김상천(20대 사범대생), 안영빈(30대 초등교사), 김민아(가명, 40대 초등교사), 조은희(50대 중등 수학교사) 입니다.
올해 1학기부터 초등학교 3,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영·수·정보 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AI 교과서)가 도입됩니다. 학교별 자율에 맡긴 교육부 지침과 달리 대구교육청은 “당장 올해 전면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죠. [관련기사=강은희, “AI 교과서, 대구는 자체 예산으로라도 전면 도입”(‘24.01.06.)]
제가 대구교육청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대구는 준비가 끝났다’거든요. 기기 보급, 네트워크망 구축, 교사 연수 등을 타 시도보다 일찍 적극적으로 준비해 왔다는 건데요.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교사, 학생, 사범대 학생 각자의 고민이 있을 것 같아요.
#교사들은 아직 AI 교과서 실물을 보지 못했다?
보현: AI 교과서를 사용해 본 적 있는 분?
민아: 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고, 영어 교과 전담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교실혁명 선도교사를 이수했는데, 이 연수에서 AI 교과서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봤어요. 결론적으론 AI 교과서의 완전한 실체를 본 적은 없는 거죠. 완성본이 아닌 일부 기능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정도였고, 업체도 피드백을 반영해서 새로 완성하겠다고 했거든요.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를 받은 선생님들이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는데, 교육을 받은 뒤 강사로 컨설팅을 나가는 사람조차 실체를 명확하게 얘기하지 못해요.
선정 과정에도 문제가 굉장히 많다고 봐요. 12월즈음 AI 교과서를 선정하라는 공문이 학교로 내려왔는데, 그때가 국회에서 AI 교과서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시키는 법안이 통과되기 직전이었어요. 다른 시·도교육청은 결정을 유보했거든요. AI 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 선정을 안 해도 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대구교육청은 ‘당장 법안 통과가 안 됐으니 AI 교과서를 선정하라’고 했죠. 그런데 법안이 통과됐잖아요. 결국 거부권이 행사되긴 했지만 어쨌든 올해는 교육부가 학교에 자율로 선택하라고 했죠. 그런데 이제 와선 그때 선정한 학교가 많으니까 우린 실시한다는 입장을 취해요.
보현: 대구교육청은 해당 학년, 과목 교사 대상으로 연수도 이미 다 마쳤다고 강조해요. 은희 선생님은 어떠신가요?
은희: 저는 중학교 수학교사이고요. 중학교는 작년 10월부터 12월 사이 연수를 실시했어요. 너무 바쁜 시기였거든요. 기말고사 출제 끝나고 수행평가 내고, 개인적으론 김장 일정이 겹쳐서 정신없는데 연수에 참석하라는 공지가 내려왔어요. 전 감기 몸살에 걸려서 못 갔거든요. 10월 말 첫 연수를 다녀온 선생님이 ‘‘체험안으로 했다. 교과서가 나오지도 않아서 연수자가 만든 예시를 보긴 했는데 실제 출판사에서 만든 것과 다르다’’고 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작년 2학기 내내 AI 교과서 실물을 못 봤어요. 1단원만 공개됐거든요. 수학 과목의 경우 실물 교과서는 8종인데 AI 교과서는 4종만 통과됐어요. 그래서 우리 학교 실물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 출판사가 달라요. 그러니까 선생님들은 더 부담인 거예요. 실물 교과서는 종이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교과 선생님들이 점수를 매겨서 1~3순위까지 정해요. 장·단점도 쓰고요. 그걸 학교운영위원회에 올린 뒤 결정되거든요. 그런데 AI 교과서는 1단원만 개발돼 있는 상태였어요. 업체간 경쟁 때문에 공개를 안 하는 건지, 아직 완벽하게 개발이 안 된 건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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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저는 올해 중학교 2학년 올라가고요. AI 교과서라는 걸 처음 들어서 오늘 모임에 오기 전에 찾아봤어요. 제 주변 친구들도 잘 모르고 있는 상황 같아요.
영빈: 초등교사이고, 지금은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실장을 맡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연수를 업무시간에 받을 수 있지만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주말 등 업무 외 시간을 이용해야 하니 더 힘드신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런 불만이 작년부터 노동조합으로도 많이 접수됐어요.
상천: 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에 재학 중인데요. 학교에 미래교육센터, IB글로벌교육센터가 있거든요. 그래서 다른 학교에 비해 에듀테크, AI 교과서, IB 교육과정에 관한 정보가 빠르게 도는 편 같아요. 그럼에도 대부분 학생이 AI 교과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요. 공통으로 듣는 교직 과목에서 AI 교과서를 다루지 않거든요. 미래교육, IB 교육 관련해 예비 교원 연수가 꾸준히 실시되지만 그것도 사범대생 중 관심 있는 소수만 들어요. ‘디지털 교육’이라는 과목이 신설됐는데 그마저도 1학점짜리 수업이고요. 지금 보니 평점이 2.42네요. 강의평에도 ‘듣다 보면 절대 디지털 교육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만 강해지는 수업’, ‘교수님도 대놓고 뭘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신 수업’이라고 적혀 있네요.
작년에 교육부에서 청년자문단을 했는데, 그때 AI 교과서 시연을 보고 자문했던 경험이 있어요. 그때 프로토타입을 시연하는 민간업체 직원도 ‘‘완성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도입될 때는 훨씬 더 완성돼 있을 거고 무엇보다 보조도구로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거든요. ‘‘교과서를 대체하는 거냐, 교과서와 함께 쓰이는 거냐’’ 물었을 때 ‘‘교과서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지금 현장 상황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요.
#대구만 전면 도입하는 AI 교과서, 지역 분위기는
민아: 올해는 서책과 병행해서 쓸 수 있다 하니 그렇게 보는 게 맞긴 한데, 앞으로는 AI 교과서가 서책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아요. 프로토타입으로 연수를 받았을 때 대시보드 기능을 굉장히 강조했거든요. ‘하이테크 하이터치’, 즉 고도의 기술을 활용하되 그것이 채우지 못하는 걸 교사의 하이터치가 채운다는 거죠. 학생 개인마다 대시보드가 있어요. 예를 들어 한 학생은 25문제를 오답 없이 시간 안에 풀어요. 그리고 클릭을 통해 다른 학습을 하죠. 그런데 다른 학생은 반쯤 풀었지만 오답이 절반이고, 다른 걸 접속한 기록이 없어요. 그럼 이 학생은 AI 교과서에서 주어지는 활동 외에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기록이 남죠. 그걸 해석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주는 게 교사의 몫이 될 거고요. 이 기능 자체가 나쁘다고 보진 않아요.
그런데 왜 꼭 AI 교과서여야 하나요? 이 노력을 지금 교사들이 안 하고 있나요? 글쓰기 수업을 하면 교사가 ‘주리를 틀면서’ 쓰는 아이와 집중해서 쓰는 아이를 각각 관찰해요. 기록으로 남기지 않을 뿐이지 교사는 그걸 추적하며 알맞은 피드백을 주거든요. 지금도 이뤄지고 있는 걸 왜 하필 천문학적인 금액의 프로그램을 구독하면서 해야 하는가? 이게 교사들에겐 가장 큰 의문이고 그게 가져올 효용이 있는가,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을 것인가? 우려하는 거죠.
더 중요한 문제가 있어요. 지금은 학생들의 데이터가 교실 안에서 선생님들이 교육용으로만 쓰이거든요. 그리고 1년 뒤에 파기하죠. 학생의 낙인이 되면 안 되잖아요. 1학년 때 말썽 피우고 공부 못 했던 아이도 6학년 때 그 기록을 갖고 가지 않아요. 생활기록부 일부, 수행평가 A, B, C 정도로만 남아 있지, 그걸 어딘가에 공개하거나 담임선생님에게 인계하지 않거든요.
학생은 새 학년에서 새롭게 시작할 권리가 있고 우린 학생들이 새롭게 발전해 나가는 걸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 이 데이터가 AI 교과서에 누적되면 결국 사교육 업체에 넘어가는 거예요. 교육부가 아무리 컨트롤하고 서버를 관리, 감시한다 해도 그걸 운영하는 주체는 사교육 업체니까요. 이 윤리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요.
#교실에선 이미 디지털 기기가 사용되고 있다
보현: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넘어서, 지금의 교실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아요. 이미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만으로 조금 놀랐는데요. 어떤 사례가 있나요?
연수: 수행평가에서 챗GPT 사용이 허용된 적 있어요. PPT를 만들어서 발표하는 형식의 평가도 많고요. 칸 아카데미(무료 교육플랫폼)를 이용해서 수학문제를 복습하기도 해요. 개인별로 태블릿 기기가 제공되고, 그날 쓰고 그날 반납하는 형태로 관리돼요. 교실마다 태블릿 보관함이 있는데 가끔 안 내는 친구들도 있고, 먼저 문제를 다 푼 다음에 인터넷으로 딴짓을 하거나 친구들끼리 쪽지를 주고받기도 해요.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이나 기본으로 깔려 있는 메일 앱을 이용하는 편이에요. 뒤에서 보면 다른 창을 띄운 애들이 보여요. 신경이 쓰이긴 해요.
민아: 교탁에 서서 보는 교사들은 감이 잡혀요. 그런데 학생들이 서책을 두고 딴짓하는 것, 학생들이 손에 태블릿을 하나씩 들고 있는 상태에서 딴짓하는 것 중에 고르라면 후자가 훨씬 (통제가) 어렵죠.
컴퓨터실로 이동해서 코딩, 소프트웨어 교육 같은 걸 하면 자기에게 주어진 과업을 다 한 경우에 한해 자유시간을 주기도 해요. 타자 연습이나 다음 시간에 해야 하는 협업 과제를 하도록 안내하거든요. 저학년 같은 경우에는 난리가 납니다. 타자 연습 하는 애들은 양반이에요. 포털 사이트를 클릭하고 노래를 틀고 시끌시끌하죠. 고학년은 의도적으로 딴짓을 해요. 교육적이지 않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사진을 클릭해 놓고 친구들이랑 서로 보여주죠. 그런데 컴퓨터실에선 나오면 그만이에요. 아이들에게 1인 1 태블릿 기기를 쥐여준다? 이건 정말 문제죠.
#AI 교과서 도입 준비 완벽? 거짓말이다
보현: 대구교육청은 ‘AI 교과서 적용 학년 1인 1기기 100% 보급 완료’라고 하거든요. 그만큼 준비가 됐다는 건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연수: 제가 다니는 중학교는 학생마다 태블릿이 다 제공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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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 초등학교는 (준비가) 완전히 다 안 된 상태예요. 거짓말을 하고 있다니까요. 1인 1기기 보급 안 됐고요. 심지어 저희 학교는 실물화상기도 학교 예산이 없어서 안 사주고 있어요. 실물화상기는 에듀테크의 기본 중 기본이거든요. 작년 기준 우리 학교 영어실에는 태블릿이 없었고, 담임들에게도 완전히 다 지급되지 않은 걸로 알아요. 학생들도 5, 6학년 같은 고학년 위주로 태블릿을 넣어줬는데, 그마저도 학생 모두에게 제공된 건지 모르겠네요.
교실혁명 선도교사 얘기를 잠깐 더 하자면요. 엑스코, 만촌 인터불고 같은 곳에서 연수를 했거든요. 간식도 화려했어요. 결혼식 뷔페 같은 게 쫙 깔려서 돈 쓰기 바쁜, 그런 연수였어요. 결국 이들은 사설 업체잖아요. 대구를 맡아서 했던 업체가 3곳 정도인 걸로 알아요. 연수의 질은 점심 식사, 주차의 편의성, 업체 직원들이 얼마나 친절했는가로 판가름 나죠. 연수 후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 있어요.
무엇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는지를 물어봐야 해요. 업체 입장에선 교사들이 기분 좋게 돌아가야 하고, 자기들의 프로토타입에 관심을 보여야 (AI 교과서가) 선정될 확률이 높아지는 거잖아요. 선생님들이 프로토타입을 사용했고, 그 피드백을 받아 갔겠지만요. 그런 자리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이면에는 업체들이 ‘어떻게든 선생님들 마음을 사야 한다’는 게 강하게 보였던 연수였어요.
상천: 대구교육청이 화려한 걸 좋아한다는 얘기를 사범대 친구와 나눈 적 있어요. 시민교육, 인권교육, 환경교육, 민주시민교육 같은 걸 교육청과 협업하는 타 대학 사범대도 있거든요. 그 지역 교육청이 관심 있는 방향으로 사범대도 움직이니까요. 대구는 IB 교육, 미래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IB교육·AI 교과서에 투입되는 예산, 사람에게 써야 한다
보현: IB 교육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네요. 강은희 교육감의 역점사업이기도 하죠. 전 아무리 관련 자료를 읽어봐도 정확히 ‘이게 뭐다’ 잘 안 잡히더라고요.
연수: IB 교육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긴 어려운데, 1지망으로 생각하는 고등학교가 IB 학교여서 찾아본 적 있어요. PPT를 활용하는 발표 수업이 많다더라고요. 그 부분에 자신이 있어서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민아: IB 학교 때문에 군위 교육이 박살 나고 있어요. IB 학교를 만들려고 군위초·중·고 학생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고 있거든요. 장학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나고 있다더라고요. 군위 선생님들도 경북으로 이탈하고, 학생은 칠곡 등지로 전학을 간다고 들었어요. 교육공동화가 일어나고 있는 거죠. 부계초 같은 경우는 수녀님들이 강하게 반대하셨거든요. 그래서 거기를 미래학교로 선정했고 결국 군위초, 부계초 2개 학교를 살린다고 해요. AI 교과서를 포함해서 이런 대구교육청의 기조 자체가 굉장히 문제 있다고 봐요.
은희: 최근 IB 교육과정을 도입한 중학교에서 탈출한 선생님을 만났는데요. 도저히 못 하겠다면서도 동료 선생님과 의리 때문에 3년을 채우고 나오셨거든요. 그 선생님 말론 IB 업체에 내야 하는 비용, 교사들의 원격 연수 비용이 적지 않대요. 세금이든 학교가 부담해야 하는 돈이든 어쨌든 돈으로 굴러가는 건데 문제는 그 과정을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냐는 거죠. 일반 교육과정과 IB 교육과정 2개를 운영해야 하는데 시간은 한정돼 있고, 그러다 보면 학생들 기초 다질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민아: 초등학교도 비슷한 상황이에요. 대구교육청이 예산의 상당수를 IB 교육과정에 퍼붓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 없거든요. 그런 데다 AI 교과서 구독료까지 지방 재정으로 내라고 했잖아요. 벌써 올해 또래 활동비가 1만 원씩 삭감됐어요. 코로나19 기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코로나 키즈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입학할 때쯤 됐거든요. 이들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고 또래 활동을 못 하니 그걸 극복하기 위해 건강한 관계 맺기, 마음 돌봄 같은 데 쓸 수 있도록 주는 예산이에요. 2년 전엔 학생 1인 당 10만 원 정도를 썼거든요. 그게 작년에 3만 원이 됐고요. 올해는 2만 원이에요.
이 뿐만이 아니에요. 기초학력 지원 프로그램으로 ‘도움닫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거든요. 원래 3~6학년 대상이었는데 올해는 3학년만 실시해요. 예산이 없으니까요. 학습터 교사 수당도 매년 줄고 있어요. 학생들 기초 학력, 복지 관련 필수 예산은 계속 줄고 있는데 AI 교과서, IB 학교 예산은 매년 늘고 있어요.
올해 대구교육청 예산이 작년 대비 1,800억 원 정도 늘었대요. 그래서 4조 2,700억 원이라는데 이 예산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왜 필요한 예산은 자꾸 줄어드는가? 왜 내 수업시간에는 실물화상기를 아직도 받지 못하는가? 왜 태블릿은 자꾸 고장 나는가?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어요. 교육청은 듣지 않죠.
#AI 교과서, 오히려 교육 격차 심화시킬 것
상천: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야 할 것 같아요. 청소년은 어른보다 통제력이나 주의집중력이 발달해 있지 않잖아요. 많은 정보 중 스스로 선택해서 무언갈 할 수 있게 한 게 AI 교과서이고, 교육부는 ‘그만큼 활용할 수 있는 게 많다’고 하죠. 반대로 보면 집중을 흐트러뜨릴 만한 요소가 많다는 거고요.
실물 교과서는 전문가들이 지식의 층위와 체계를 고려해서 배치하잖아요. 저는 책을 넘기면서 목차를 자주 들여다보고 앞 단원의 개념과 지금 공부하는 개념의 연관성을 살펴봤던 것 같은데, AI 교과서는 오히려 그걸 방해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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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 연수님은 어때요? 수업시간에 태블릿을 활용하는 것의 장점이 있다고 보나요?
연수: 태블릿을 활용해서 수업 시간에 PPT를 만드는 건 재밌고 효율적이거든요. 다만 그것에 더해 친구들에게 설명해 주는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 같아요. 내용을 정리하면서 공부하고 친구들에게 설명하면서 복습하고요. 칸 아카데미로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도 좋은데요. 맞춤형 문제가 나오니까 좋지만 쓰는 학생만 쓰는 경향이 있어요. 선생님이 과제를 하라고 해도 1년 동안 미루는 친구도 봤거든요.
민아: 그래서 저는 AI 교과서가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거라 봐요. 디지털 문해력과 기초 소양이 갖춰진 학생은 어떤 상황에 던져놔도 잘 해내요. 저희가 걱정하는 건 스마트폰 중독, 쇼츠 중독에 있는 학생들이죠. 이 학생에게 AI 교과서 명목으로 태블릿을 안겨준다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입에 물려주는 거죠. 생선을 먹지 말고 생선을 탐구하라 한다고 그게 되겠냐고요.
단순히 교육 격차만 우려되는 게 아니에요. 학생 생활에서도 드러나요. 우울, 자살, 분노조절 장애같이 학생들 정신 건강이 피폐해지는 쪽으로 드러날 거란 게 대다수 선생님이 우려하는 방향이에요. AI 교과서 구독료로 갈 예산은 사실 스마트폰 중독, 우울, 자살충독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잠시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고 책을 보고 생각하거나 디톡스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쓰여야 해요.
보현: 잠깐 물어보고 갈게요. 연수님은 언제부터 휴대폰을 갖고 있었나요?
연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요. 반 친구들은 그때나 이미 그 전부터 다 갖고 있어요. 저도 컨트롤이 잘 안 돼서 시험기간에는 자주 쓰는 SNS 앱을 지우고 시험이 끝나면 다시 까는 편이에요.
영빈: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아이들이 다 어른들 쓰는 스마트폰을 목에 걸고 있어요. 보통 중학교는 휴대폰을 걷는 편이고 초등학교, 고등학교는 자율로 하는 곳이 많은 것 같아요. 물건 파손, 분실 우려도 있고 학부모님들이 걱정하시는 이슈도 있죠.
은희: 중학교 2학년 담임을 했는데 성적은 휴대폰을 멀리할 수 있는 아이가 얻는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스스로 휴대폰을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느냐가 핵심인 거죠.
상천: 부모님 경제력과 관련 있어요. 부모가 얼마나 아이나 아이의 성적에 관심 갖느냐에 따라 통제 여부도 갈리더라고요.
민아: 초등학교에도 밤에 게임하고 수업시간에는 조는 학생이 많거든요. 현장체험학습을 가도 아이들이 다 휴대폰만 보고 있어요. 돌발 상황, 일탈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까 휴대폰을 걷지 못하거든요. 이제 휴대폰이 아닌 태블릿을 손에 쥐어 준다는 거죠. 대구교육청이 원하는 맞춤형 교육이 그런 거라면 성공이에요.
연수: 저희는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걷어요. 제가 휴대폰 담당이라 개수를 세거든요. 가끔 집에 놓고 왔다고 거짓말하는 친구도 있어요. 다른 학교 이야기 들어보면 공기계를 두고 나머지 폰을 제출하는 경우도 있대요. 투폰을 쓰는 거죠.
상천: 디지털 교육이라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봐요. 완성도 있는 AI 교과서가 잘만 도입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지금 현장 상황이 도저히 AI 교과서나 디지털 교육을 실행할 환경이 안 되는데 너무 급하게 도입하는 게 문제인 거죠.
은희: 디지털에 중독된 아이들을 건져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되는 상황이에요.
#현장 목소리 ‘‘학급당 인원부터 줄여달라’’
민아: 저는 AI 교과서보다 학습 튜터가 더 필요하다고 봐요. 사람을 하나 더 보내주는 게 나아요. 지금 우리 학교 1학년 상황은요. 한 반을 제외한 모든 반에 특수 학생이 1명씩 있고, 그 외에 문제행동이나 특이사항 있는 학생이 3~4명씩 들어와요. 총인원이 27명이거든요. 3월 시작 인원이 이 정도면 중간에 전학 오는 학생도 있으니 (가르치기) 쉽지 않죠. 이게 과연 교사 한 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가부터 살펴봐야 해요.
은희: 우리 중학교도 2023년엔 한 반에 23명 정도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새로 입학할 학생은 27~29명까지도 돼요. 8반이던 걸 6반까지 줄이면서 학급당 인원수를 늘려가고 있어요.
민아: 맞아요. 그런 식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고무줄처럼 늘려요. 그래 놓고 대구교육청은 정원 안에 들어 있다고 자꾸 말하는거예요. 24명과 27명은 천지 차이에요. 예전처럼 전체적으로 ‘해’라고 해서 학생들이 따라오지 않거든요. 일일이 봐줘야 해요.
보현: 그걸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게 교육청 주장이거든요. 교사가 모든 학생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AI 교과서가 대신 질문에 답을 해주고, 교사가 특정 학생을 보고 있을 때 나머지 학생을 관리해 줄 수 있다는 거죠.
은희: 그 화면으로 정말 모든 게 관리가 될까요?
민아: 대구교육청이 교육부 정책을 그렇게 잘 따르는 이유가 뭘까요? 이주호 교육부장관, 강은희 대구교육감 두 사람은 사업가예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바라고, 단기 성과를 내려 하죠. 교육은 단기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거든요. 사업가 마인드로 교육을 보면서 자꾸 인건비를 줄이고 애들을 몰아넣으려 한다고 봐요. 그 마인드가 대구 교육을 망치고 있고요. 선생님들은 학생 수 20명으로만 맞춰줘도 대구교육의 문제점 절반 이상은 해결된다고 해요.
상천: 이주호 장관이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요. 강은희 교육감도 사업가 출신이잖아요. 교육부 관료들도 일반 행정으로 행정고시를 쳐서 들어온 사람이 대부분일 거고요. 행정직 5급 공채 일반행정 시험과목에 교육학이 없어요. 그러니 현장 교사들이 원하는 바를 교육부나 교육청에 전달해도 이해를 못 하는 거 아닐까요.
민아: 대구교육청도 AI 교과서 도입에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개별 학교에 선택하라고 맡겨두면 되잖아요. 연수받은 교사들이 정말 만족스러웠다면 선택을 하겠죠.
은희: 저희는 이미 AI 교과서가 학교운영위원회까지 통과한 상태였는데, 2월 초 교육부에서 자율도입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잖아요. 언론보도가 난 걸 보고 그 기사를 찾아서 수학과 선생님들에게 공유했어요. 저는 사실 이걸 얘기하면서도 좀 귀찮았어요. 이미 학교운영위까지 통과한 사항인 데다 저만 전교조거든요. 그런데 다른 선생님들, 그러니까 연수를 받은 선생님들이 너무 적극적으로 AI 교과서에 반대한다며 같이 교장실에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선생님들 적극성에 사실 좀 놀랐어요. 영어과 선생님도 ‘나도 갈래’ 하고 합류하면서 여럿이 같이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렸죠.
영빈: 노조에 있으니까 여러 의견을 듣는데, 전반적으로 은희 선생님 학교와 비슷한 분위기예요. 조합원 아닌 선생님이 노조로 연락해서 ‘어떻게 해야 하냐’ 묻기도 하시고요.
민아: 어쨌든 결정권은 교장, 교감 선생님께 있으니 제동을 걸긴 쉽지 않다고 봐요. 교육청 압박도 있을 거고 기본적으로 교장, 교감 선생님들은 ‘대구교육청에서 돈을 지원해 준다니 학교 돈은 안 써도 된다. 그러니 손해는 아니다. 쓰든 안 쓰든 우리 하기 나름이고, 하기 싫으면 시늉만 내도 된다’는 입장인 것 같아요.
은희: 그런데 어쨌든 AI 교과서를 도입한다면 정말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학생들을 교육하는 게 교육자의 역할이잖아요. ‘(신청) 해놓고 안 써도 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개학 앞두고 아직도 구독료 협상 중
영빈: 아직 구독료가 정해지지 않은 문제도 있어요. (2월 12일 기준) 교육부, 17개 시도교육청 담당자와 업체가 협상 중인데 4만 원부터 13만 원까지 양측이 생각하는 금액 차가 커요. 원래 학생 1명당 실물 교과서가 만 원이었다면, 여기에 AI 교과서 대략 중간값 6만 원 정도가 더해지잖아요. 영, 수, 정보 세 과목이면 18만 원이죠. 학생 한 명당 더해지는 가격만요. 다 합하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요.
전 교육자료로 쓸 순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굵직한 사업을 할 때는 시범학교, 연구학교 등 현장 적응기간을 거치는데 이런 과정도 없었단 거죠. 검증도 안 된 교과서를 교육부 지침에 반하면서까지 일괄 도입하겠다고 대구교육청은 학교에 사실상 통지를 한 거고, 여기에 버틸 학교장은 없는 상황에서 그 결과에 대한 감당은 오롯이 학급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지게 돼요. 대구교육청 담당과에 전화해서 ‘‘전면도입이라고 명시해서 공문을 내려라’’고 하면 답이 없어요. 그렇게는 못 하고 대신 우회적인 표현으로 은근히 압박 하는거죠. 교육부 지침이랑 다른 내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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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 결국 교장, 교감을 압박해서 ‘예산은 교육청이 쓰니 너희는 손해 볼 거 없지 않냐. 그냥 하자는 대로 시늉만 해’라고 흘러가게 만든 거고 여기에 더해 ‘선생님들은 다들 동의했다’고 하는 거죠. 연수에 참여했고, 만족도가 높았다는 게 그 근거고요. 그런데 우린 알잖아요. 다 강제연수였던 걸.
은희: 저나 제 주변에서 처음엔 자율연수라 그래서 아무도 신청을 안 했었는데, 직후에 강제라는 말이 돌면서 신청했어요.
영빈: 전교조 전임을 맡은 지 한 달 좀 더 됐는데, 솔직히 헌법재판소에 나와 있는 윤석열을 보는 것 같아요. 대구교육청을 보면 말이 안 되는 소리를 계속하니까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근거를 찾아서 반박해야 되거든요. 다른 시도교육청은 이렇게까진 안 해요. 좀 답답하죠.
민아: 우리가 물건을 선택할 때 가성비를 고려하잖아요. 휴대폰을 사더라도 기기의 성능과 나의 라이프스타일, 가격을 비교해서 가장 적절한 걸 선택하는 거예요. 그럼 후회가 없죠.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쓰겠다 결정했을 땐 무리가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 대구에선 그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죠? 그 비용은 합리적인가요? 논의는 충분히 이뤄졌나요?
아까도 말했지만 기초 복지와 교육의 필수적인 예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 학생과 위기 학생은 늘어나는데 그들에게 지원할 예산을 제쳐놓고 AI 교과서 도입을 하는 게 가성비가 뛰어난가, 학교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인가. 전 아니라고 봐요.
보현: 코로나19 영향이 있을까요? 연수님 생각은 어때요? 코로나 키즈라 불리는 연령대에 해당하나요?
연수: 전 그때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요. 3~4개월 정도 학교를 안 가고 집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선생님이 화면에 얼굴이 나오게 하라고 하셔서 항상 들어가긴 했는데, 늦게 오는 친구들은 정해져 있어요. 대부분 남자 친구들이긴 해요.
은희: 교사인 저도 온라인 연수를 들으면 대체로 클릭만 하거든요. 아무리 집중하려 노력해도 잘 안돼요. 다만 때에 따라 필요할 순 있다고 생각해요. 병원에 있거나 집안 사정 등으로 학교에 출석할 수 없는 학생이나 코로나19처럼 천재지변이 일어난 경우에는 교육자료로 활용될 수 있죠. 그런데 현실에서 학교에 오는 게 훨씬 낫고 서책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 교육자료를 천문학적인 비용을 주면서 일괄 도입하는 건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에요.
상천: 학교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가 있는데 그걸 해결하는 방식으로 AI 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건 결국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해결을 도모하는 거라 봐요.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인데 ‘왜 꼭 AI 교과서여야 하는가’에서부터 설득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교직 과목에서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인데요. AI 교과서는 맞춤형 교육이기 때문에 학생의 취약점을 파악해서 알려준다, 그걸 활용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강조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떠먹여 주는 게 과연 좋은 걸까?’’ 물어보시더라고요. 학생이 넘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일으켜 주는 게 올바른 교육이냐는 건데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좋은 교육인지, 물고기를 잡아주는 게 좋은 교육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수학 과목을 예로 들면 부족한 개념을 알고 그걸 채울 수 있게 바로 자료를 던져준다고 하는데, 내가 뭘 알고 모르는지 그래서 뭘 채워야 하는지를 인지시키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AI 교과서, 학교를 어떻게 바꿀까
보현: AI 교과서, 그리고 대구교육청의 정책 방향에 관해 폭넓게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뭐라고 보시나요?
연수: 학생 수 얘기를 해주신 게 공감이 됐는데요. 저희가 수학, 영어는 한 수업에 선생님 두 분이 들어오기도 하시거든요. 그럼 한 번에 지도하는 학생 수가 절반이 되니까 좀 더 맞춤형으로 수업을 해주세요. 앞에서 선생님 한 분이 수업을 해주실 때 뒤에서 못 따라오는 친구가 있으면 다른 선생님 한 분이 그 친구 맞춤형으로 도움을 주세요. 문제를 풀어보라 하신 뒤 한 분은 왼쪽 끝에서, 다른 한 분은 오른쪽 끝에서 푸는 모습을 봐주시거든요. 수업 중에 손 들고 궁금한 걸 물어보기 꺼려지는데, 그렇게 한 명 씩 봐주시니까 확실히 도움이 돼요.
챗GPT 같은 AI를 사용해서 과제를 할 때도 좀 불안했던 것 같아요. 사회, 도덕 과목이었는데 자료조사뿐만 아니라 내 생각까지 AI에 맡겨버리게 되더라고요. 자기 역량을 나타내기보단 AI가 써준 걸 받아쓰기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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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 1수업 2교사제하고 튜터제가 운영되고 있어요. 학교에서 신청하면 되는데, 작년까지 튜터는 2명까지 지원되고, 1수업 2교사제는 원하는 대로 가능했어요. 올해는 예산이 줄었고요. 튜터도 한 명까지만 지원할 수 있게 됐어요. 이렇게 학생, 교사 만족도가 높은 예산은 줄이고 AI 교과서 예산은 대폭 배정한 게 답답해요.
상천: 사범대 학생 입장에선 교원 양성과 현장교육이 연계가 안 되는 느낌이 들어요. 교육 과정과 실제 교육 트렌드, 교육 현장 상황이 다른 것도 문제이고, 무엇보다 지금 가장 사범대 내에서 주요한 이슈는 ‘개방형 교원 양성 체제’ 같아요. 교사 신규채용 수와 사범대 입학 학생 수가 연동되지 않아서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생존의 두려움이 있달까요.
민아: 학생, 교사, 공무직, 행정직 등 모든 학교 사람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해요. 학교 교육이 가정과 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선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교사라도 능력을 발휘할 수 없어요. 자기 검열을 하면서 위축되거든요.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이라도 받게 되면 그 집 아이는 버블 속에 내버려두게 돼요. 교사도 사람이니까요. 교사의 정신 건강이 피폐해지면 바로 옆의 학생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이런 부분을 보완해 나가면서 좋은 것들로 메꿔가는 게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이에요. AI 교과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은희: 중학교도 부적응 학생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여요. 예전에는 학교 교실에 못 들어가는 학생은 없었던 것 같거든요. 요샌 한 학년에 2~3명씩 꼭 있어요.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못 듣는 상태의 학생인 거죠. 성적이랑 상관없어요. 타인과 대면하고 교류하는 걸 어려워해요. 사회적 스킬은 계속 써야 느는데, 또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역동,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견딜 수 없어 하는 게 느껴져요. 이걸 극복하는 데 쓰이는 예산은 정말 얼마 없어요.
민아: 있다 해도 충분치 않아요. 예산이 정말 빠듯하게 돌아가요. 모든 과에서 예산이 갑자기 팍 늘어나는 일이 잘 없거든요. 쓰던 예산을 그대로 유지만 해줘도 고마운데 유독 IB 교육, AI 교과서 같은 에듀테크 예산만 계속 늘어요.
정리=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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