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각 기초지자체가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는 보호소를 운영하는 민간위탁 기관에 따라 동물의 사망률(자연사, 안락사)과 입양률 차이가 크게 나는 걸로 확인된다. 보호소 간의 차이를 줄이고 전반적인 보호소 환경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 지자체의 관심이 요청된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21년부터 2024년(1~10월)까지 최근 4년 간 대구 기초자치단체 9곳 유기동물보호소의 입소, 입양, 자연사, 안락사 등 관리 실태를 살폈다. 중구·서구·수성구·달성군은 대구시수의사회, 동구·북구, 남구, 달서구는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와 각각 민간위탁을 맺어 운영되고 있다. 대구시수의사회는 관내 동물병원 4~7곳에서,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는 동구 금강동에 위치한 시설에서 4개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를 통합 운영한다. 군위군은 관내 동물병원 1곳과 계약해 운영 중이다.
먼저 보호소의 유기동물 사망은 자연사 또는 안락사로 나눠 볼 수 있는데, 민간위탁 기관에 따라 자연사와 안락사 비율이 차이를 보였다. 대구 보호소에서 이뤄지는 강아지 자연사율은 평균 8%, 고양이 안락사율은 평균 3%여서 유의미한 비교가 어려웠지만, 강아지 안락사율, 고양이 자연사율에선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된다.
고양이 자연사율은 대구시수의사회가 위탁 운영하는 ▲중구(36.2%) ▲서구(39.4%) ▲수성구(45.9%) ▲달성군(61.5%)로 각각 나타났다.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가 위탁 운영하는 ▲동구(81.6%) ▲북구(86.4%) ▲남구(79.2%) ▲달서구(81.9%)로 나타났다. 두 곳의 자연사율 평균은 45.7%, 82.2%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강아지 안락사율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대구시수의사회가 위탁 운영하는 ▲중구(14.7%) ▲서구(11.1%) ▲수성구(2.8%) ▲달성군(30.2%)로 각각 나타났다.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가 위탁 운영하는 ▲동구(39.9%) ▲북구(36.7%) ▲남구(25.7%) ▲달서구(47%)로 나타났다. 자연사율에 비해선 차이가 줄었지만 마찬가지로 두 곳의 평균 안락사율 차이는 14.7%, 37.3%로 편차를 보인다.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가 운영하는 곳은 입양 성과도 저조했다. 대구시수의사회가 민간위탁하는 ▲중구(51.5%) ▲서구(51.2%) ▲수성구(48.3%) ▲달성군(36%)로 입양 비율이 확인된다.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가 민간위탁하는 ▲동구(18.9%) ▲북구(14.5%) ▲남구(18.7%) ▲달서구(16.4%)로 나타났다. 평균 역시 46.7%, 17.1%로 차이가 컸다.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봐도 같은 기간 북구에 입소한 개, 고양이 1,595마리 중 입양된 경우는 232마리에 그쳤다. 반면 서구는 2,433마리 중 1,245마리가 입양돼 51.2%에 달했고, 수성구도 3,366마리 중 1,626마리(48.3%)로 실제 입양 동물 숫자는 가장 많았다.

한편, 대구 유기동물보호소에선 대체로 고양이 입소 비중이 크다. 대구 시내와 인접한 중구·수성구는 개에 비해 고양이 입소가 3~4배 가량 더 많았다. 2021년~2024년 사이 ▲중구(개 : 225마리, 고양이 : 1,007마리) ▲수성구(개 : 790마리, 고양이 : 2,576마리) ▲서구(개 : 558마리, 고양이 : 1,875마리) ▲달성군(개 : 1,440마리, 고양이 : 1,785마리) ▲북구(개 : 724마리, 고양이 : 871마리) ▲남구(개 : 378마리, 고양이 : 528마리) ▲달서구(개 : 788마리, 고양이 : 1,069마리) 등으로 집계됐다.
다만 동구와 군위군 유기동물 보호소에선 고양이 보다 개가 입소 비중이 컸다. ▲동구 (개 : 927마리, 고양이 : 635마리) ▲군위군 (개 : 815마리, 고양이 : 98마리)로 확인된다. 동구는 1.5배로 상대적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반면, 군위군은 개가 고양이 보다 8배 정도 더 많았다.
지자체 관심, 예산과 인력이
유기동물 보호소 현실 바꿀 수 있어
민간위탁 관리주체의 차이는 규모와 예산,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수의사회(동구·북구, 남구, 달서구)는 보호가능 동물 수가 250마리,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북구, 남구, 달서구, 동구)는 100마리로 차이가 있다. 보호가능 동물 수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보호비는 1두당 15만원으로 동일하지만 이에 따라 실제 집행되는 예산도 대구시수의사회 쪽이 컸다. 객관적 수치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보호 측면에서도 동물병원에서는 관리인력이나 환경이 상대적으로 여유롭다고 볼 수 있다.
대구시 농산유통과 동물관리팀 관계자는 “두 민간위탁 관리주체에 따른 차이는 정확하게 따져보지는 않아 차이가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 좀 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다만 보호비용 단가가 지난해 12만 원에서 올해 15만 원으로 올라 상황이 전체적으로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동물보호 예산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 녹색환경과 동물관리팀 관계자는 “담당하는 동물병원에서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입양을 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써주셔서 입양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 같다”며 “예쁘게 사진을 찍어야 더 눈길을 받을 수 있으니까 사진에도 공을 많이 들이는 걸로 알고있다. 동물 케어를 위해 전담 직원을 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소 간의 차이를 줄이고 전반적인 보호소 환경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 지자체의 관심이 요청된다. 동물자유연대 유기동물 보고서는 “자연사율은 동물의 보호·관리에 있어 자원 투입과도 연관 있다”며 “마리 당 비용과 자연사율의 상관 관계를 확인 가능하다. 자연사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마리 당 보호비용도 17개 시도 중 최하위”라고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개·고양이 자연사율(2023년 기준)이 가장 높은 지역은 울산, 광주에 이어 대구가 3번째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장은 “지금과 같은 보호소 상황에서는 결국 한계가 있다.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고 보호소 환경을 개선해야 건강한 아이들이 입양도 잘 갈 수 있다”면서 “밑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보호소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선순환 구조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