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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 소광리 안일왕산 정상에서 600년 이상 자리를 지켰을 대왕소나무가 사실상 고사한 것으로 보인다. 대왕소나무는 둘레 5m, 높이 14m에 달하는 금강소나무로, 수령이 600년을 넘어섰고 크기도 커 ‘대왕소나무’라 불리며 보전 가치가 높은 나무로 여겨졌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대왕소나무의 고사 징후는 지난해 7월부터 확인됐다. 10월경부터 수목의 활력이 사라졌고, 솔잎이 붉은색과 갈색으로 변했다. 12월에는 잎이 탈락했다. 지금은 본래 붉은 빛을 띠는 가지 상당 부분이 회색으로 변했다.
대왕소나무처럼 고사하는 금강소나무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울진 소광리, 삼척 풍곡리 등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고사하는 금강소나무 군집을 20개소 이상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울진 금강송면 왕피리, 전곡리, 북면 두천리, 봉화 석포면 대현리, 소천면 고선리 등지로 고사 군집이 확인됐으며, 2020년 이후에는 백두대간 일대, 2022년부터는 설악산국립공원, 태백산국립공원, 왕피천생태경관보전지역 등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생태축 곳곳에서도 고사가 확인됐다고 한다.
녹색연합은 대왕소나무를 비롯한 이어지는 금강소나무 고사의 원인으로 기후스트레스를 지목하고 있다. 금강소나무가 자생하는 울진, 삼척, 봉화 지역의 적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겨울철 수분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수분이 부족하게 되면 나무의 광합성량이 떨어지고 반대로 호흡량이 늘어나 체내 수분을 잃게 된다. 즉, 점차 고사하게 된다.
녹색연합은 “울진 삼척 봉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의 금강소나무에 대한 특별관리 필요하다. 태백산국립공원과 설악산국립공원의 금강소나무도 기후위기 적응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백두대간 보호구역을 비롯한 주요 보호구역에 서식하는 금강소나무는 보전적 가치가 높은 숲이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금강소나무 주요 서식지에 대한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관리 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후위기는 생물다양성 위기를 가져온다. 기후위기로 인해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살피는 것은 자연 정책과 산림정책의 핵심”이라며 “금강소나무 고사와 변화 상황을 생물다양성 위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로 스트레스 받으면서 고사하고 있는 금강소나무를 정밀 관찰해야 한다. 집단 고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어떤 조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기후위기 적응 차원에서 생물다양성 위기 대응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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