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홍준표의 세 번째 양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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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동인동 대구시청사 기자실을 찾은 홍준표 시장이 한 말이다. 문장을 하나하나 쪼개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거두절미하고 시장님, 그냥 대선 꿈은 접고 재선 시장에 집중하시라고 하고 싶다. 홍준표 시정 2년을 지나오며 그가 해놓은 일을 보면, 그거 말곤 대구가 살길(?)이 없다 싶어서다.

지난해 11월 25일, 홍준표 시장의 대구시장 재선을 주문하는 칼럼을 썼다. 그로부터 열흘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발생하고 조기 대선의 판이 열릴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그도 마찬가지일거다. [관련기사=[#053/054] 홍준표 시장이 재선을 해야 하는 이유(‘24.11.25)]

당시 홍 시장의 재선을 주문하는 칼럼을 쓴 이유는 앞뒤 재지 않고 아무렇게나 한 그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때 그는 “감히 말씀드리면 나 아니면 복잡한 난제를 못 풀어나간다”고 했다. 그가 대구시장이 된 후 거의 전부라도 되는 듯 몰입한 TK신공항 사업을 예로 들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만에 그는 시장이 없어도 된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가 조기 대선에 나서면 시정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물음이 나오자 “1월 중순에 행정부시장이 내려올 것”이라면서 “만에 하나 시장이 사퇴하더라도 대구시가 흔들림 없게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행정부시장을 얼마 전에 교체 준비를 했다”고 했다.

이어서 “대구시정 공백은 100+1에 대한 모든 절차에 관한 건 준비를 다 해놨다”며 “이제 공무원들이 집행만 하면 되는 그런 절차에 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없어도 행정부시장만으로도 충분히 대구시정을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11월 18일과 12월 26일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일단 ‘집행’만 하면 된다는 말은 거짓말에 가깝다. TK신공항을 보자. 홍 시장의 만병통치약 신공항특별법 2차 개정안은 지난달 18일 조용히 발의됐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대구시가 공항 사업을 직접 할 경우 필요한 자금을 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을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 거다.

홍 시장은 가덕도에는 국비를 투자하는데, TK신공항에 정부 자금을 ‘빌려주는’ 것도 안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과 별개로 현재까지 국회를 통해 확인되는 사실은 관련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사실무근,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는거다. 물론, 법이 제정되면 달라질 가능성은 있지만, 법 없이 ‘집행’은 불가능하다. [관련기사=홍준표와 채무계상면제 약속? 세 번 부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24.11.14)]

더구나 2023년에 특별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국민의힘 의원 74명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9명이 발의에 동참했고, 지난 1차 개정 당시에도 김태년, 박균택, 박홍근, 백해련 등 민주당 의원 4명이 발의에 동참했지만 이번 2차 개정안에는 민주당 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윤재옥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11명이 동참했는데, 전부 대구 지역구 의원들이다. 대구 지역구 의원들만 12명이 발의했다는 의미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되려는 판국이니 누가 관심을 두었겠나 싶기도 하지만, 갈수록 쪼그라드는 관심도가 우려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조기 대선에서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야 든든한 지원군이 생기는 셈이니 걱정할 것도 없겠지만, 그가 떨어진다면? 전례 없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관료가 누가 있을까. 홍 시장은 지난 11월에 이런 문제를 두고 “내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을 거다”라고 호언장담했다. 조기 대선 이후엔, 시장도 아니고 대선 후보 ‘자격’도 없을 ‘자연인’ 홍준표로도 가능한 일일까?

그러니,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한다. 홍 시장은 제발 끈기를 갖고 대구시장 재선으로 지금까지 벌여놓은 100+1 대구 대개혁을 완수하시라. 벌써 몇 번째인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기 꿈만 좇는 경우가. 혹여 그럼에도 꿈을 좇을 요량이면, 제발 최선을 다하시라. 양다리를 걸친 채 달릴 수나 있나? 경남도지사와 대통령, 국회의원과 대구시장, 다시 대구시장과 대통령. 양다리도 세 번이면, 가랑이가 찢어지지 않겠나.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