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도 대구 시민 1,300여 명 응원봉 들고, “윤석열 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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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둔 주말에도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향한 대구 시민들의 열기는 이어졌다. 25일 오후 5시부터 동성로 CGV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16차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1,300여 명이 참석해 윤석열 파면과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했다.

시국대회는 앞서 열린 15차례의 시국대회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발언과 노래 공연, 행진, 마무리 집회 등으로 채워졌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12월 4일부터 16차례 열린 시국대회에는 현재까지 연인원으로 10만 3,0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해 응원봉을 들고 있다.

▲25일 오후 5시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16차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 1,300여 명이 모여 윤석열 파면을 촉구했다,

설 연휴를 앞둔 만큼 이날 시국대회는 서로에게 새해 인사를 건네고, 봄이 오기 전에 윤석열 파면이 이뤄지기 바라는 마음을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자유 발언에 나선 이은진 씨(30대)는 “설 명절 동안 즐겁고 평안히 쉬길 바라고, 혹여 내란당을 지지하는 친척분을 만나더라도 당당한 민주시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달서구에 거주하며 환경교육사로 일하고 있다는 이 씨는 환경교육사답게 기후위기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그는 “그린벨트를 해하고 4대강의 강물을 막고, 산을 밀고 골프장을 만들고, 후쿠시마 핵폐기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노후 원전을 고집하고, 없는 바다에서 석유를 뽑으려 들고 환경 교육 예산도 다 훔쳐 간 윤석열과 국민의힘 해체를 절실하게 외친다”며 “계엄 이전에 전 지구 걱정하는 것만으로 바빴는데, 지금은 나라 걱정까지 해야 해서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은 인류가 기후 관측을 시작한 후 처음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더 오른 첫 번째 해였다. 이상기후의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지구 온도 +1.5도는 기후재앙의 티핑포인트”라며 “지구의 자기 치유 한계선인 기온 +1.5도를 넘어가면 지구는 자기 치유 회복 탄력성을 상실하고 마치 젠가 탑이 무너지듯 지구 시스템이 연쇄적인 재앙으로 번하고 만다. 다음 세대 이야기도 아니고, 몇십 년 후 노후 이야기도 아니고, 지금 당장 눈앞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홍준표는 대구시 예산으로 트럼프 취임식에 티켓을 사곤 들어가지도 않고 호텔에서 죽치다가 왔다고 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윤석열 같은 인간”이라며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첫날에 한 일이 +1.5도를 지키자는 기후협약을 탈퇴한 일이다. 홍준표 주제에 그런 자리에 낀다고 혈세를 낭비한 것도 황당한데, 그것도 모자라 참석도 않고 돌아온 건 그냥 놀다 온 거 아니냐”고 힐난했다.

윤석열 구속과 긴 설 연휴 기간을 거치며 느슨해질 수 있는 스스로를 다잡는 발언도 이어졌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시국대회 사회자로 무대에 섰던 남은주 전 대구여성회 대표는 한 명의 시민으로 무대에 올라 “게으른 저와 늘 싸우며 다짐한다”고 말했다.

남 전 대표는 “8년 전 저와 같이 집회에 나오면서 돈도 세고, 광장의 한 자리를 차지한 아들은 12.3 내란 때 군대에 있었다. 며칠 연락이 안 됐다. 정말 걱정이 많았다. 통화가 겨우 되어서 괜찮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했다. 그렇지만 옆 사단은 유서를 썼다는 이야길 전해주기도 했다”며 “너한테 시민들에게 총칼을 겨누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 같냐고 물으니, 아들은 ‘탈영 해야죠’라고 했다. ‘엄마 MZ 군인의 순기능이에요, 우리는 전쟁은 못 할 거 같은데 계엄은 막을 수 있어요’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저는 식집사(식물을 키우는 사람)이고, 아들이 떠맡기고 간 열대어를 키우는, 돌보는 자이기도 하다. 약간 치매가 있는 부모님도 돌보고 항암 투병을 하는 아버님도 돌보고 있다”며 “8년 전 사회도 보고 여러 실무를 보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광장에 나오는 것에 만족했다. 설 앞두고 나오기 쉬우셨나? 저는 주말 집회 두 번을 빠졌다. 그러니 꾀가 나더라. 안 와도 되지 않을까, 사람들 많이 나오고, 응원봉 든 사람이 해주겠지. 탄핵도 됐고, 이젠 잘되지 않을까? 꾀가 나더라. 그래서 오늘 약속을 드리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를 보면, 상그럽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만 가고, 김문수가 대권 후보가 되면 국민의힘이 부활할 것 같은 뉴스가 판친다. 불안하지 않으신가. 저는 너무 불안하다. 이러다 국민의힘이 해체되긴 커녕, 더 건재할까봐. 다음 정권이 또 국민의힘에 넘어갈까 걱정된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며 “추워서, 바빠서, 게을러서, 이불 밖은 너무 위험해서, 게을러서 나오기 싫은, 유난히도 따뜻한 이 겨울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때임에도 게으른 저와 늘 싸우며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저는 민주주의가 누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15년 간 활동가로 살았으니 이젠 이불 속에서 게을러도 되지 않을까 순간순간 생각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누리는 게 아니라 돌보는 거더라”며 “일주일에 한 번 청소 안 하면 녹조가 가득 끼는 열대어 어항처럼, 일주일 동안 물 안 주면 말라가는 식물처럼, 민주주의는 늘 우리가 지켜보고, 말랐는지, 배고픈지, 고민하고 돌봐야 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걸 깨달아 간다. 그래서 약속드린다. 귀찮지만, 너무 힘들지만 광장에 계속 서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는 설 연휴가 끝나고 이어지는 주말(2월 1일)에도 17차 시국대회로 이어갈 예정이다. 17차 시국대회는 설 연휴를 맞아 탄핵노래자랑 대회도 프로그램으로 추가해 진행한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