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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감소하고 있으나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향후 준공물량 비중과 분양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구, 달서구를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 것으로 예측되고, 동구에서도 신공항 종전부지 신규주택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중장기적으로 매매 시장에 하방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지난 22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발표한 보고서 ‘대구지역 상업용 및 주거용 부동산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대구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3년 이상 장기간 약세를 보였으나, 전반적인 하락세와 달리 수성구 등 일부 인기지역 소수 신축 아파트는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대구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2023년을 정점으로 줄고있으며 2025년 하반기부터는 공급이 대구 인구 대비 적정수요를 하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대구시가 2023년 2월부터 신규주택 사업에 대한 승인을 중단한 영향으로 보인다. 현재 대구에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는 모두 2022년까지 사업 승인을 받은 현장으로,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2024년 2만 4,368호, 2025년 1만 1,232호, 2026년 7,926호로 예상된다.
문제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2021년 3월 153호에 볼과했으나, 그 후 빠르게 증가해 1년 6개월 만인 2022년 8월 8,301호까지 늘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분위기 속에서, 대구도 2023년 2월 기준 1만 3,987호(전국의 25.4%)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023년 1월 277호에서 지난해 11월 1,812호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동구, 수성구를 중심으로 분포돼 있으나 앞으로는 2026년까지 입주 예정 물량이 늘어나는 달서구, 서구, 남구를 중심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주택시장 부진이 지속돼 미분양율이 상승하거나 중도금 및 잔금이 정상적으로 납입되지 못할 경우 제2금융권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한 현재 대구 내 미준공 사업장 25개 중 시공사 보증이 존재하는 사업장은 6개소에 불과하다는 부분도 지적됐다. 만약 추후 본PF 상환 시점까지 주택이 충분히 분양되지 않을 경우, 시행사가 미분양 물량에 대해 전세입자를 구하거나 담보대출 등으로 채무상환을 시도할 수 있고 이는 전세물량 공급 증가로 이어져 전세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현웅 한국은행 대경본부 과장은 “대구지역 주택시장은 최근 적지 않은 미분양 단지에서 할인분양이 지속되는 등 완전한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 내 주거용 부동산 개발의 사업승인부터 착공일까지의 기간이 길어지고, 건설공사비 증가 등으로 공사기간 또한 연장되고 있다”며 “향후 대구시가 신규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재개할 경우 지역별로 세분화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관련 종전부지 활용 신규주택 건설계획은 대구 주택시장에 중장기적인 공급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현재 아파트 분양율이 높은 동구에 대량으로 신규 주택공급이 이루어진다면 대구지역 전체의 주택수요를 흡수할 텐데, 이는 기업유치나 생활인구 증가 등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주택매매 가격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