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호캉스’ 간 홍준표?···취임식 행사 포기하고 호텔서 시청

대구참여연대, “홍 시장 행보 납득 어려워···호텔에서 몸이나 녹여”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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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워싱턴 호캉스’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에 방문한 홍 시장이 정작 참석해야 할 취임식엔 몰려든 인파와 추위를 이유로 가지 않은 채 호텔에서 스크린으로 시청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홍준표 시장이 SNS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가지 않고 호텔에서 시청했다고 밝혔다.

21일 오전 7시 47분께 홍 시장은 자신은 SNS를 통해 “취임식 아레나 행사에는 2만 명이 초대되었는데 가보니 엄두가 나지 않아 참석을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와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취임식을 봤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은 현지시각으로 20일 워싱턴 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렸다. 이른바 ‘직관’이 가능한 의사당 취임식장에는 미국 내 핵심 인사 등 소수만 참석할 수 있어서, 국내 정치권의 미국행이 별무소용하다는 분석은 처음부터 제기됐다. 실제로 중앙홀에 참석한 국내 인사는 한국 정부 대표로 간 조현동 주미대사가 유일하다.

홍 시장을 포함한 그 외 인사들은 상·하원을 통해서 20만 장 넘게 배부됐다는 취임식 입장권을 가졌고, 이들 중 일부는 의사당에서 도보로 30분 가량 떨어진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중계로 취임식을 지켜볼 수 있다. 홍 시장이 이야기한 ‘취임식 아레나 행사’란 이걸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방미단으로 미국에 간 나경원 의원 등이 이곳에 참석해서 찍은 기념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레나 행사에 가더라도 어차피 중계로 봐야 한다는 걸 고려한 홍 시장이 좀 더 편안한 호텔방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취임식 만찬 행사인 안보 관계자들 중심인 커맨더 인 치프볼 행사에도 왔는데 이 추운 날에도 끝없이 이어진 줄을 보고 참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홍 시장은 “만찬 행사는 일반 시민들이 참석하는 리버티볼 행사, 둘째가 스폰서들이 대부분 참석하는 스타라이트 행사, 마지막엔 소수 안보 관계자들이 주로 참석하는 커맨더볼 행사인데 세 행사 모두 월트컨벤션 센터에서 층별로 동시에 진행하는 관계로 입장은 같이 하게 된다. 그래서 혼잡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각지의 수십억 명 중 초대된 소수의 인원들 이라서 그런지 모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져 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들 즐겁기만 하다”며 “좀 더 기다려보고 참석 여부를 결정해야 겠다”고 덧붙였다.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영하 16도라는 날씨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홍 시장의 행보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구참여연대는 “홍 시장을 비롯한 국회 여·야 방미단의 트럼프 취임식 참석이 한·미와 관련된 논의가 아니라 단순히 사진을 찍으러 간다는 비판이 있었으며, 일주일 전부터 영하권 날씨로 인해 실내로 옮겨질 경우 실익이 더욱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 받았다고 할 때부터 해당 초청장이 상·하원에 배분된 좌석표라는 점과 지역 주민과 외국 의원, 지역 투자 기업에 교부하는 좌석권에 가까우며 좌석도 취임 선서를 하게 되는 의회 의사당에서 최소 100m 이상 떨어져 있어 트럼프와 만남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치인이라면 취임식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구참여연대는 “호텔에서 취임식을 봤다는 홍 시장은 대체 무엇을 하는 건가. 조기 대선이 열리면 트럼프와 맞짱 뜰 사람은 자신뿐이라던 홍 시장이 추워서 호텔에서 몸이나 녹이고 있는가. 대구시정을 버려두고 미국에서 SNS하고 있는 홍 시장은 마냥 즐거운가. 공적 목적이 불분명한 일로 시장이 자리를 비우는 것도 문제지만 만약 그 비용을 시민의 세금으로 썼다면 더욱 문제”라며 관련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개된 정보를 검토한 후 문제가 있다면 홍 시장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많은 시민이 홍 시장이 왜 미국에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있다. 대구시는 관련 정보를 조속히 공개하고, 홍 시장은 귀국 즉시 무엇을 했는지,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