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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무도한 자에게 권력을 내어주었을 때 국가시스템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처절한 경험을 하며, 대한민국은 다시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21세기의 민주주의는 형형색색, 각양각색의 응원봉처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뉴스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응원봉을 든 그들, ‘민주주의자’들을 만나고, 기록한다.
‘경북 영천 농사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종국(59) 씨는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줄곧 대구시민시국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가 줄곧 시국대회에 참석하게 만드는 동력은 바로 ‘분노’다. 김 씨는 대화 도중에도 여러차례 열이 오른다며 답답해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차고 넘쳐요. 어느 하나를 꼽기 어려울 정도 아닌가요? 이태원 참사부터 시작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문제도 그렇고요. 청년·과학기술·노인복지 예산을 늘리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삭감한 것도 있었죠. 고발사주 논란과 검찰 권력 의혹들 등 논란이 한 두 가지 아니잖아요. 계엄 사태 이전에도 이미 탄핵 사유가 넘쳤다고 생각해요.”
경북대 국악학과 87학번으로 대금을 전공한 김 씨는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받아 경북 영천에서 사과 농사를 20년 가까이 지었다. 기후위기 영향으로 영천에서 사과 재배가 어려워지면서부터는 마늘과 복숭아 농사를 짓는다. 대학시절에는 학생운동, 이후에도 통일운동과 농민운동에 적극 나서왔다. 1993년 영천농민회의 창립멤버기도 하다.
국악전공한 영천농사꾼 김종국 씨
학생운동, 통일운동, 농민운동도 활발히 해와
윤석열 거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식량안보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대학까지 나온 아들이 농사꾼 되는 것을 아버지는 탐탁치 않아 했지만 김 씨는 고집을 부려 기어이 농사꾼의 길을 택했다. 김 씨는 “사회에 나가야 하는데 나도 원래 ‘촌놈’이고, 그때 농업 문제도 엄청 심각했다.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WTO 체제로 넘어가는 시기였다”며 “노동자, 농민의 본질적인 문제의식에서 농민의 삶을 살아야 되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재임기간에 행사한 법률안 거부권 가운데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로 여겼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급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재임기간 25차례의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작물에 새로운 질병도 많이 생기고, 농사짓는 것도 옛날보다 더 어려움이 크다. 전체적으로 다 그럴 것”이라면서 “농업은 근간산업으로 국가적으로 중요한데도, 정책적으로 홀대했다. 양곡관리법도 기본적으로 농업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하는, 굉장히 중요한 법”이라고 짚었다.
이어 “단순히 시장에 맡겨서 가격을 높이고 내리는 것이 아니라 식량 안보는 경제, 국가 안보 못지 않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선진국일수록 식량자립도가 높고, 빈국일수록 자립도가 낮다. 우리는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농업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언제까지 식량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럼에도 그는 현재 농사꾼으로서 사는 것이 녹록치 않다고 솔직한 속내도 전했다. 그는 농한기인 겨울에는 덤프 트럭 운전을 한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농사만 지어서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일을 시작했다. 이제는 봄까지 그 기간을 좀 더 늘려야 할 거 같고, 현재는 부업인데 벌이가 이게 더 나으니까 앞으로는 본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새로운 민주적 권력 만들어지길 바래
“윤석열 대통령 만든 국민의힘은 아웃되어야”
언론의 양비론적 시각도 비판
김 씨는 윤석열 구속이 중간 매듭이라면, 새로운 민주적인 권력을 만드는 것이 매듭의 마무리라고 본다.윤석열 탄핵 정국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으로 이 위기를 나라가 잘 극복하기 바랐다. 특히 지난 19일 윤석열 지지자들이 일으킨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과 관련해 극우세력과 국민의힘, 언론의 책임도 짚었다.
“비상사태 또는 전시사변 상황에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인데, 내란을 선포한 윤석열이 1차적 잘못이 있고, 폭동까지 가게 만든 것은 기득권 카르텔이라고 생각해요. 수구적 생각을 하는 거대한 기득권 카르텔이 폭도들을 선동했어요. 감옥에 가야 할, 죄를 지은 사람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하니까 지지자들은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언론은 따옴표로 그대로 주장을 실어 날라준 거죠. 심지어 윤상현 국회의원은 ‘우리가 책임져줄게’라고 말하는 영상도 있더군요.”
김 씨는 “헌법에 보수와 진보가 무슨 상관이냐. 위법을 했으면 법대로 처벌을 해야 하는 것이 법치주의 국가의 가장 기본인데, 그걸 무시하고 법 질서를 파괴하는 앞잡이 노릇을 한다”며 “언론이 중립을 가장해 잘못된 것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 법의 위반에선 중립이 있을 수 없다. 그러지 말아야 할 문제에 자꾸 중립적 태도를 취하니까, 사회문제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범법 행위마저 희석 시키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독재 정치 제대로 청산 안 돼
기득권 카르텔로 이어져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힘은 바로 ‘민중’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갈림길에 있던 지난 18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제15차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선 자유발언에도 나섰다. 김 씨는 역사적 관점을 통해 윤석열과 국민의힘 행태를 비판하고, 윤석열 탄핵을 통해 독립운동과 동학농민운동으로 상징되는 민중의 역사가 써내려가길 기원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여러 차례 역사적 관점을 통해 사안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현재의 문제도 과거 독재 정치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해 계속해서 기득권 카르텔이 이어진다고 봤다. 김 씨는 “‘반민특위’가 해제되고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반민특위는 박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의 약칭으로,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친일파들의 민족반역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1948년 제헌국회에 설치됐던 특별기구다.
“뉴라이트의 본질은 결국 나라가 위기에 빠져도 나만 잘먹고 잘살겠다는 기회주의에서 출발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역사적으로 기회주의자들과 (그렇지않은 민중과의) 갈등, 모순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어떤 세대에는 기회주의자들이 앞서거나 득세할 때도 있었지요. 1894년 동학농민의 후예들이 우리 전봉준투쟁단으로 남태령으로 갔어요. 거긴 옛날에 우금치였던 곳이잖아요. 우리 같은 약자, 민중의 DNA에는 ‘절대 죽지 않는’ 그런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정신들이 역사적으로 민중에게 공유돼 있고요.”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