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국회의 향한 에브리타임 온라인 괴롭힘···“정신과 치료 받아”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죄 처벌 가능···일반적인 명예훼손보다 처벌 수위 높아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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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인터뷰는 이름과 얼굴, 학교 모두 익명으로 나갔으면 합니다. 에브리타임(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앱)에서의 공격 정도가 심해서요.”

지난 4일,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서 만난 대학생 A 씨는 인터뷰가 끝나고 헤어진 뒤 이런 문자를 보내왔다. 여러 우려 때문에 A 씨와 인터뷰는 결국 기사로 나가지 못했다. <뉴스민>은 이후 2주간 경북대, 계명대, 영남대 등에서 윤석열 퇴진 운동을 펼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내 커뮤니티 내 혐오 표현 사례와 그로 인한 심리 상태를 물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대구경북 대학가에서도 대학생이 주체로 나선 모임이 결성돼 퇴진 촉구 대자보 게시, 학내 기자회견, 집회 참석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경북대학교 대학생 모임’, ‘영남대학교 민주학생 연대’, ‘계명인 목소리 연대’ 등 학교별 모임이 만들어졌고 이들 중 일부는 ‘대구경북청년대학생 시국회의’라는 단체로 모였다.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13일 동성로에서 시국대회를 열기도 했다. [관련기사=TK청년대학생 시국대회, “윤석열 퇴진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24.12.13.)]

▲제보받은 에브리타임 게시글 일부 내용

학생 모임 회원 일부는 이 과정에서 에브리타임 내에서 과도한 혐오 표현 등 온라인 괴롭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증언했다. 신상 털기, 유포, 트롤링(좌표 찍어 집단공격) 등 온라인 괴롭힘의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언론 인터뷰나 기자회견 사진 등을 게시하며 조롱하고, 개인의 학과와 실명을 거론하며 비하·협박하는 내용까지 게시되기도 했다.

실제 2주간 제보받은 사례에는 ‘적당히 나대라’, ‘좌빨이다’, ‘찢어버리기 전에 대자보 떼라’, ‘니들 이번에는 어디 갔냐. 저번에는 ××하더니’ 등 스피커에 대한 조롱, 폭력성을 띤 협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게시글들은 앱 특성상 익명으로 작성되며, 이용자들의 신고 횟수가 누적되면 자동 삭제되어서 현재는 확인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

대학생 B 씨는 “실명으로 대자보를 작성한 학생의 이름을 언급하며 비난한 글이 올라온 적 있다. 심지어 좋아요 수가 많아 HOT 게시판에 올라가기도 했다. 이후 이 학생은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고 대자보 수정을 회원들과 의논했다. 상처받아 우왕좌왕하고 충격 받아 하는 게 느껴져 (동료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에브리타임엔 늘 혐오 표현이 넘쳐난다. 그러나 실명이 언급되는 경우 당사자가 받는 상처는 매우 크다. 익명 뒤에 숨어 악마가 되는 사람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에브리타임에서 공격 대상이 된 경험이 있는 대학생 C 씨는 “집단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불안하고 겁이 나는 마음이 컸다. 최근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이 사태가 끝나더라도 여론과 긴 싸움이 이어질 것 같아 막막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 대처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들은 ‘게시글을 여러번 신고해서 글이 내려가게끔 한다’,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고 혐오 게시글은 계속해서 올라오기 때문에 무시하려 한다’, ‘단체 카톡방에서 서로 다독인다’고 답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인모임 대구지부, 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는 정도를 넘은 온라인 익명 게시글에 대해선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수영 변호사(법무법인 맑은뜻)는 “모욕적인 말을 했다면 사이버 모욕죄, 사실을 왜곡했다면 사이버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며 “일반적인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보다 훨씬 가중처벌될 수 있다. 다수 청중 앞에서 말로 명예훼손을 하는 것보다 전파 가능성이 크고 (온라인 공간에) 남아 있으니 회수 가능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름이나 사진으로 특정하지 않았더라도 개인을 유추, 식별할 수 있는 간접 정황을 붙여서 올렸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 측도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백래시가 심해지는 시기인 만큼 추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