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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에 따라 치러지게 될 조기 대선 출마 시기를 두고 저울질하는 모습을 보이자, 시민단체가 “탄핵 즉시 사퇴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더 이상 꼼수로 일관하면 대선 후보로도 함량 미달”이라며 “홍준표 시장은 시기와 관계없이 탄핵 즉시 대구시장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홍준표 시장은 자신이 스스로 만든 정무직, 출자·출연기관 임원 임기 조례 개정 시도가 논란이 일자 이를 취소하기로 했다면서, 보궐선거 무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홍 시장은 “선거법이 개정된 걸 간과했다. 2월 28일 이후로 대구시장직을 사퇴하면 산하기관은 임기 보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상 단체장 보궐선거 실시 사유 확정 시기에 따라 선거 시기가 결정되는데, 이를 이용해 홍 시장이 2월 28일 이후 사퇴를 하면 내년 지방선거까지 새 시장을 선출하지 않아도 되어서 자신이 임명한 기관장들이 임기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다.
스스로 알박기 인사를 근절하겠다며 조례를 만들어놓고, 자신의 조기 대선 출마가 가시화되자 조례를 개정해 임기를 지켜주려 하던 홍 시장이 조례 개정 작업이 논란에 직면하자 선거법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미 경남도지사 시절 선거법을 악용해 도지사 보궐선거를 무산시킨 전력이 있는 홍 시장은 이를 통해 자신의 측근 인사들의 임기를 지켜줄 뿐 아니라, 대구시정도 장기간 대행 체제로 운영되어도 상관없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20일 우리복지시민연합(복지연합)은 성명을 내고 “장기간 시정 공백에 따른 대구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제 식구를 감싸며 사퇴를 저울질하는 홍준표 시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복지연합은 “조례를 개정해 오히려 ‘알박기 인사’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입법예고까지 마친 조례 개정을 포기하고 이제는 공직선거법을 악용해 사퇴 시기를 3월로 미뤄 보궐선거를 아예 못 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한다”며 “만약 이렇게 된다면, 제 식구 감싸는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대구시정의 공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장이 시민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대구시정을 걱정하는 사태를 불러오는 홍 시장은 참으로 몰염치하고 뻔뻔스럽다”며 “임기 일치 조례의 제정, 개정 입법예고, 개정 중단에 이르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대의를 보지 못하고 인기 영합적으로 행동하다 자신이 만든 줄에 스스로 얽매이게 되는 경솔하기 그지없는 홍 시장의 자승자박”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손바닥 뒤집듯이 해서 자기 사람 지키는 것이 1년 넘게 대구시정의 공백 문제보다 더 중요한가?”라며 “대구시장으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장기간 시정 공백 사태를 자초해서는 안 된다. 홍 시장이 입이 닳도록 말 한 대구굴기는 어디로 사라지고, 인기 영합적으로 만들어 단물만 쏙 다 빼 먹는 후안무치한 행위만 남기려고 하는가?”라고 힐난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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