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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2시께 대구 반월당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를 우연히 지나는데 등골이 서늘했다. 질서 유지를 하는 집회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고, 몇몇 경찰에 의존하는 듯했다. 특히 구 중앙파출소 앞 통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행인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극우 유튜버 같은 윤석열 대통령의 상황 인식 태도를 고려하면, 그들이 행하는 어떤 비이성적 행동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극우세력의 밑도 끝도 없는 부정선거 타령이나, 내란 옹호 발언도 거기에 근거를 더했다.
같은 날 오후 5시부터 중앙로역 인근서 진행된 제15차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서도 윤석열 지지자 몇몇이 눈에 띄었다. 급기야 집회 마무리쯤에는 집회 참가들에게 시비도 걸어와 집회 관계자들이 나서기도 했다. 다행히 상황은 금방 정리됐다.
지난 19일 새벽엔 내란 우두머리의 구속 영장이 받아들여졌다. 여러 차례 체포에 불응하고, 자신의 내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던 터다. 그리고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다. 극단적인 그의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고, 영장판사를 찾아다녔다. 질서를 유지하려는 경찰과 취재기자를 폭행해 다치게 하는 일도 발생했다.
어쩌면 극우 세력의 법원 폭동은 예견된 일이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와 그의 지지자들이 헌법기관인 법원을 상대로 폭력을 저지른 ‘1.19 폭동’은 닮았다. 대통령 윤석열은 체포영장 집행을 자신이 가진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거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저로 달러가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내란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은 ‘법이 무너졌다’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자신을 지켜달라’며 사저 인근을 ‘전쟁터’처럼 만든 것도 그가 유발한 일이다. 자신이 보인 말과 행동 그대로 그의 지지자들도 법을 무시하고, 윤석열을 지키는데 물리력 행사를 서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사실상 법원 폭동의 배후는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이다. 국민의힘과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도 한몫한 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후 나온 윤석열 변호인 측이 전한 대통령 입장은 더 기만적이다. 평화적 방법을 주문하고, 경찰에 관용적 자세를 요청하기도 했다. 사법 절차에서 최선을 다해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과 정당성도 밝히겠다고 했다. 체포된 직후 지금까지 묵비권을 행사하고, 불응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지연해 왔던 대통령은 이렇듯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대통령부터 국민의힘, 그를 둘러싼 극우 유튜버들, 선동에 휩쓸리는 그의 지지자들마저 우리 사회의 헌법기관과 민주주의의 큰 적이 되고 있다. 단순히 극우적인 발상과 생각으로 공론장을 혼탁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폭력사태 같은 직접적인 물리적 위협으로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당한 법 집행, 사회 질서, 민주주의가 함께 위협받고 있다. ‘빨갱이’ 선동을 하던 그들이 북한보다 더 못된 정치 세력이 돼 버렸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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