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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가 시민 요구에 따라 박정희 기념 사업 조례의 폐지를 심의하게 됐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해 6월부터 진행한 조례 폐지 청구 주민발의 서명운동 결과 폐지 조례안 발의 요건(1만 3,690명)을 충족했다. 대구시의회에 주민 발의 조례가 청구된 건 2012년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안 이후 13년 만이다.
범시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6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진행된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의 폐지 조례안’ 주민 발의 청구 서명 운동에는 온·오프라인으로 1만 5,000여 명이 참여했다.
온라인으로 주민 청구 서명을 할 수 있는 ‘주민e직접’을 통해서만 1만 4,083명이 참여했고, 오프라인 서명운동에도 1,000여 명이 참여했다는 게 범시민운동본부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주민 서명을 통한 각종 청구를 두고 홍준표 대구시정이 ‘모용’ 등의 이유로 고발하는 사례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검증해 1만 4,754명의 서명만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16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가 더 이상 홍준표 시장 거수기 노릇을 하지 말고 시민 뜻을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금수 범시민운동본부 정책팀장(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7월부터 서명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한동안 서명 참여 인원이 주춤했다. 그러다 윤석열에 의해 일상적으로 위협받는 민주주의 현실을 지켜본 시민들이 박정희야말로 내란의 원조였구나, 기억하기 시작했고 폭발적으로 서명이 늘었다”고 소개했다.
강 팀장은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 시대의 시민 정신”이라며 “오늘 조례 폐지안 청구서를 의회에 접수한다. 시의회는 그동안 홍준표 시장의 거수기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나 이제 촉구한다. 홍준표는 이제 대구를 떠날 사람이다. 홍준표가 망쳐놓은 일들을 시의회가 바로잡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승무 범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오늘 시의회 소개를 보니까 함께하는 민생의회, 행동하는 정책의회라고 한다. 이제 공은 시의회로 넘어갔다”며 “시민의 의사는 이렇게 확인됐다. 말로만 하는 민생, 말로 하는 정책이 아니라 정말 시민과 함께하는 민생의회가 되고 시민과 함께 행동하는 정책 의회가 되길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홍준표의 퇴행과 독주를 견제하지 못하고 부화뇌동했던 지난 2년 6개월을 냉철하게 반성해야 한다. 대구시의회가 거수기 역할을 계속한다면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패거리들처럼 시의원들도 조만간 몰락할 홍준표, 멀지 않아 무너질 박정희의 동상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폐지 조례안 청구에 따라 시의회는 청구된 서명 명부를 검증하는 작업을 거친 후 의회 심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과 함께 박정희 동상을 건립할 예정이었던 대구대표도서관 앞 동상은 보류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11월 27일 대구의 한 조각가와 동상 건립 계약을 체결했지만 12월말께 이 계약을 취소했다. 홍 시장이 도서관 앞 동상 건립 계획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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