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구경북 시⋅도당위원장 선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최고위원 10명 중 5명을 권역별 시⋅도당위원장 가운데 호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임 시⋅도당위원장들은 내년 대선 후보 경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현직 위원장이 연임에 도전한 가운데 대구와 경북 모두 경선이 치러진다. 대구시당은 지난 2일 후보 공모 마감 결과 조기석 현 대구시당위원장, 임대윤 동구갑지역위원장(전 동구청장)이 등록했고, 경북도당은 지난 1일 오중기 현 경북도당위원장, 김현권 국회의원(비례)이 등록했다.
이들 가운데 위원장은 부산, 울산, 경남 시⋅도당 위원장단 호선으로 영남권 최고위원이 된다. 위원장 후보가 곧 최고위원 후보인 만큼 후보의 계파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합의 추대로 부산시당위원장으로 확정된 최인호 의원(사하갑)이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도 친문계 위원장이 당선된다면 영남권 최고위원 자리는 친문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기석 위원장, 박지원계→문재인계
오중기 위원장, 김근태계→문재인계
대구⋅경북 시도당위원장 후보 가운데 친문계로 분류되는 이는 각각 조기석 위원장과 오중기 위원장이다. 조기석 위원장은 그동안 대구경북호남향우회회장을 지내는 등 친박지원계 인사로 분류됐지만, 지금은 친문계로 거론된다. 조 위원장이 친문계 인사로 두드러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더민주당이 주류(친문)-비주류 간 갈등을 겪고 있을 때다.
지난해 9월 조기석 위원장은 오중기 위원장 등과 더민주당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지지 성명을 내는 등 사실상 문 대표 지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냈다. 당시 호남 지역위원장들은 이 성명에 동참하지 않았고, 박지원 의원도 문 대표가 호남을 홀대하고 있다며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었다. 박지원 의원 등 호남 지역 의원들이 더민주당을 탈당할 때도 조 위원장은 당에 남았고, 지난 총선에서 달성군에 출마하기도 했다.
오중기 위원장은 스스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 고 김근태 의원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인사다. 김근태계 의원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이인영 의원이 지난 2014년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선 오 위원장에게 후원금을 내기도 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오 위원장은 개인 SNS에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주 올리면서 친분을 드러냈고, “우리당의 자산 문재인을 지키며 경북을 자신의 안방이라 여기는 새누리당의 오만함에 맞서 정권교체의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도당 위원장 출마 변을 남기면서 친문계를 자처했다.
임대윤, 김부겸-손학규와 가까워
김현권, 계파 정치와 거리
반면 임대윤 동구갑지역위원장은 더민주당 대선 후보군 가운데는 김부겸 의원, 손학규 고문과 가깝다. 임 위원장은 손 고문의 당대표 정무특보를 지낸 바 있다. 또, 손 고문, 김 의원 등과 가까운 이강철 전 대통령 비서관의 2005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도우며 민주당으로 복귀했다. 지난 총선에서는 김부겸 의원을 후방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권 의원은 SNS를 통해 위원장 출마를 밝히면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나의 후원회장은 문재인이었다”며 “대선 때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문 후보를 도왔다”고 문 전 대표와 관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내 선거를 앞두고 누구누구와 찍은 사진이 넘쳐난다. 과거 새누리당에서 친박, 비박 가릴 것 없이 박근혜 후보와 사진으로 홍보물을 장식했던 꼴불견 못지않다”며 “정치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로지 헌법 정신과 주권자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밝혀 계파 간 다툼으로 선거가 비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내비쳤다.
김 의원이 계파 정치에 몸담길 꺼리기 때문인지 성향을 분명하게 구분 짓기 쉽지 않다. <한국일보>는 지난 총선 직후 김 의원을 민평련, 86그룹으로 구분했지만, <영남일보>는 최근 김 의원을 김부겸계로 구분하기도 했다.
한편, 대구시당은 10, 11일 이틀간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한 ARS 투표와 12일 대의원대회 투표를 통해 위원장을 선출하고, 경북도당은 9, 10일 ARS 투표와 12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위원장을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