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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수의계약으로 기소된 후 의회에서 제명된 배태숙 대구 중구의회 의원(무소속, 비례)이 지난달 31일 임시로 직을 회복했다. 의장직까지 맡고 있던 배 의원은 복귀하자마자 의회 인사를 단행했는데, 이를 두고 의회 안팎에선 집행정지 인용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구의회 입장을 대표할 실무자를 배제하기 위한 거란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진 비위 행위에 더해 불법 수의계약 관련 추가 정황이 속속 나오는 상황에서도 배 의원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배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2023년 초 시작됐다. 그해 2월 시민단체 등이 배 의원이 차명 회사로 중구청과 인쇄물 제작 등 다수의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공론화했다. 대구참여연대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감사 결과 배 의원이 구의원 당선 후 유령회사를 설립해 중구청 등과 1,600여만 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게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중구의회는 배 의원에게 겨우 30일 출석정지 징계 처분을 내렸고, 1년 뒤인 지난해 7월에는 위계공무집행 방해와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배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까지 선출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배 의원은 위계공무집행방해,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1월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배 의원을 제명했다. 12월 열린 중구의회 본회의에서 의원 5명은 배 의장의 불법 수의계약 추가 의혹을 폭로한 뒤, 배 의장에 대한 의원직 제명안과 불신임 의결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관련 기사 ‘불법 수의계약’ 의혹 배태숙 대구 중구의원 제명 (24.12.19.)]
하지만 배 의원은 의회 결정에 반발해 곧바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대구지법은 임시 처분으로 가처분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징계 조치를 중단하라고 통지했다. 법원 결정은 만약 비례대표 공석을 뒷순위가 채운 뒤 배 의장이 법원 판결 이후 복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걸로 해석된다.
배 의원은 지난달 31일 업무에 임시 복귀한 직후 의회 사무과장 등 2명을 전문위원실로 인사 조치했다. 이들 2명은 배 의원의 징계 가처분 심문 과정에서 중구의회 소송수행자 3명 중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회 사무과장 자리는 정책지원실에 있던 파견 기간 6개월 남은 구청 공무원이 맡았다.
7일 오전 대구지법 제1행정부 심리로 배 의원이 중구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사건에서 중구의회는 “원고가 의장으로 복귀하면 불법 수의계약과 관련해 공정한 절차 등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제명 선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배 의원 측은 “의장 재직 당시 불법 수의계약과 관련해 자료를 요구하면 제공하는 등 조사를 방해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구의회와 배 의장 양측이 17일까지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면 이달 중순쯤 법원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4.10 보궐선거로 당선된 임태훈 의원(국민의힘, 동인·삼덕·성내1·남산1·대봉1·2동)을 제외한 나머지 중구의원 5명은 배 의원 복귀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일 “배 의원 차명회사로 의심되는 업체가 중구청, 도심재생문화재단 등과 42차례에 걸쳐 1,500여만원의 거래를 한 걸 추가 확인했다”며 배 의원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구지검에 고발했다.
김오성 중구의회 의원(국민의힘, 성내2·3·대신·남산2·3·4동)은 “5명 의원 생각은 동일하다. 배 의원이 의회에 의장으로 복귀해선 안 된다. 이미 나머지 의원들 뿐 아니라 구민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며 “만약 돌아온다면 다시 징계에 나설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이 임시 복귀한 직후 인사를 단행한 걸 두고도 “사무과장을 전문위원으로 좌천시킨 것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 본인이 불리한 상황이니 증거를 인멸시키겠다는 걸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재철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신·성내2·3·남산2·3·4동)도 “돌이켜보면 중구의회 분란 중심에 늘 배 의원이 있었다. 만약 배 의원이 복귀하더라도 추가로 나온 비위 정황들을 가지고 윤리위원회를 다시 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숙 의원은 8일 오전까지 <뉴스민>의 전화, 문자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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