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체커] ‘권한 대행의 대통령 놀이’?···‘권한 대행 도지사 놀이’ 만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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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여권은 내란에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누구보다 빠르게 조기 대선을 이야기하며 몸풀기에 나섰다. 대구경북 독립언론 <뉴스민>은 공개적으로 임기가 정해진 시장직을 ‘조기 졸업’하고 대선에 나설 뜻을 밝힌 우리 지역 단체장, 홍 시장이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지 검증하는 일환으로 그가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주장의 팩트체크를 해보기로 했다.

조기 대선 채비를 이어가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조기 대선 시기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인 헌법재판관 임명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홍 시장은 윤석열 지키기에 나선 국민의힘 일부와 극우 세력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최상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기재부 장관의 대통령 놀이가 도를 넘었다”며 “기막힌 노릇”이라고 최상목 권한대행을 비판했다.

지난달 31일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 3인 중 조한창, 정계선 재판관을 임명했다. 이를 두고 홍 시장은 2일 SNS를 통해 “헌법재판관 임명은 헌법상 국가 원수인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며 “엄연히 아직 대통령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권한대행의 대행인 기재부 장관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건 참 웃지 못할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박근혜 탄핵 때는 헌재 파면 결정 후 비로소 황교안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했고, 한덕수 대행 탄핵 후에는 헌재재판관 임명은 헌법상 물 건너간 거라고 봤는데, 기재부 장관의 대통령 놀이가 도를 넘었다”고 최 권한대행을 비난했다.

▲홍준표 시장이 최상목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대통령 놀이”라고 비난했다.

홍 시장의 이 같은 주장은 이미 여러차례 정리된 사실 관계를 무시하는 내용이다. 우선 최 권한대행은 권한대행의 대행이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홍 시장이 인용한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국무총리가 탄핵되어 그 직을 수행할 수 없으므로, 법률이 정한 순서대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다.

홍 시장 주장대로 헌법재판관 임명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있다. 다시 말하면, 헌법재판관 임명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을 주도한 혐의로 탄핵돼 권한을 행사할 수 없고, 그 권한은 대행에게 넘어가 있다. 따라서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명분은 충분히 있다.

다만,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이 권한대행에겐 없으므로, 그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엄밀한 검토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이에 대한 학계의 중론은 헌법재판관 9인을 국회 3인, 대법원 3인, 대통령 3인으로 나눠 추천할 수 있게 했고, 이번의 경우는 국회 몫 3인이므로 권한대행도 충분히 임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회나 대법원이 추천한 후보자를 거부할 근거는 없으므로, 단순 행정 절차에 불과한 ‘임명’은 대행도 가능하다는 논지다.

지난 30일 헌법학자 100여 명이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임명하는 재판관과는 달리, 국회가 선출하는 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라며 “국회가 선출하는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충분히 임명할 수 있다”고 밝혔고, 헌법재판소도 거듭 권한대행의 임명권을 인정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우리 헌법에 대한 최종적 해석 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가 대행의 임명권을 인정했는데도 최대한 탄핵을 늦추거나 무산시키려는 일부가 이를 애써 무시하고 있는 거다. 특히 이들이 대행에게 임명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주요 근거가 홍 시장이 든 것과 같은 2017년 박근혜 탄핵 정국의 헌법재판관 임명 사례다. 홍 시장 주장처럼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이 헌재 파면 결정 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건 사실이지만, 그 구체적 사실은 지금과 차이가 있다.

우선 당시 임명된 재판관은 대법원 추천 몫이었는데, 대법원의 후보자 추천 절차가 늦어지면서 전임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 만료 직전에 후보자가 추천됐다.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는 3월 13일까지였고, 대법원이 후보자를 추천한 건 3월 6일이다. 탄핵 심판이 3월 10일에 있었으므로, 인사청문회 등 절차 진행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이 탄핵 심판 전에 가능하지 않았다. 절차를 모두 마무리한 후에 임명된 것이 3월 29일, 탄핵 심판 뒤였던 것이지 황 대행이 한덕수 국무총리처럼 일부로 거부하거나 지연한 것이 아니다.

이보다 앞서 1월엔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을 인선해야 했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대한 인선을 권한대행이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소장은 대법원 몫이던 이정미 재판관과 달리 대통령 몫이라서 논의의 영역이 달라진다. 대통령이 직접 후보자를 지명하고 임명까지 하는 것이어서, 이처럼 적극적인 대통령 권한을 대행이 행사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무엇보다 홍 시장은 2017년 탄핵 대선에 나서면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무산시키기 위해 꼼수 사직을 한 탓에 1년이 넘게 경남 도정을 도지사 권한대행이 맡아 운영하게 한 인물이다. 권한대행에게 예산권과 인사권까지 행사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