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우리는 사드 반대 운동의 내부세력이다

[연속기고-사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3) 최창진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15:32

[편집자 주=7월 13일 정부는 경북 성주를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으로 발표했습니다. 일방적인 결정에 성주군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와 보수언론은 성주만의 문제로 고립시키기 위해 ‘외부세력’을 운운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성주군민들은 사드 배치가 성주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됐고,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뉴스민>은 미군기지로 오랫동안 신음한 군산, 신규 핵발전소 반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영덕, 송전탑 반대 운동을 벌여온 청도, 일본의 평화운동가의 눈으로 바라본 ‘사드 배치’ 이야기를 1일부터 4일까지 연재합니다.]

[연속기고-사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1) 사드한국배치반대전북대책위
[연속기고-사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2)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연속기고-사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3)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
[연속기고-사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4) 일본 평화운동가

평화롭게 살아가던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는 2006년부터 송전탑이라는 어둠이 천천히 그리고 몰래 드리우기 시작했다. 한국전력은 2006년 송전탑 건설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일부 주민에게만 알린 주민설명회를 통해 발표했다.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 역시 산업자원부로부터 통보받았다는 사실도 주민들은 뒤늦게 알았다. 뒤늦게 안 각북면 주민들은 송전탑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와 한전의 회유에 대부분이 이탈하고, 지금까지 송전탑과 싸우는 마을은 송전탑 22호, 23호기 등이 인접하고 마을을 가로질러 핵발전소로부터 나온 345kV의 고압송전선이 지나가는 삼평1리뿐이었다.

▲청도송전탑 건설 반대 현장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백창욱 목사.
▲2014년 7월 청도 송전탑 반대 운동 현장.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천천히 몰래 들어오던 한전은 2012년부터 본색을 드러내며 삼평1리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기 시작했다. 평생의 터전이었던 논과 밭 위로 고압송전선이 지나간다는 사실에 삼평리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맨몸으로 싸웠고, 선두에 섰던 이들은 할매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공사인부와 용역직원들로부터 심한 폭언과 폭력을 당했다. 이것이 문제가 돼 2012년 9월, 공사가 중단됐다. 그리고 2014년 7월 21일, 한전과 경찰은 미리 짜놓은 작전을 수행하듯 마지막 남은 23호 송전탑 공사를 시작했다. 새벽부터 집결한 한전 직원 500여 명은 공사장 울타리를 쳤고, 경찰은 한전을 보호했다.

폭력이란 물리적인 힘을 통해 신체적인 손상과 심리적인 압박을 주는 것이다. 철학과 정치학에서는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세력이나 국가를 제압하는 힘을 폭력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를 명확히 사용하기 위해 우리는 국가폭력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청도 삼평리에서 있었던 한전의 무자비한 공사강행은 단순히 한 공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에너지 정책 속에서 진행되는 ‘국가폭력’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주민 없는 주민설명회만 있었고, 오로지 자신이 살던 땅에서 계속 살고 싶다던 할머니들의 절규는 그들만의 국가적 대의에 무의미했다. 대구경북의 전력수급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대구경북의 전력자급률은 100%를 넘는다. 핵발전소와 송전탑 건설이 삼평리 주민의 삶을 짓밟아도 되는 국가적 대의가 됐다. 이 위대한 대의에 무시되는 것은 삼평리 주민들의 삶 그 자체이고 또, 민주주의 그 자체이다. 결국,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국가폭력은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나의 삶과 마주하게 된다.

▲2014년 송전탑 공사 강행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청도 주민.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2014년 송전탑 공사 강행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청도 주민.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삼평리 주민들이 그랬고, 이번엔 아마도 성주군민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사드 배치 후보지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던 성주가 하루아침에 결정지로 발표됐고, 그 후 성주군민들은 우리 동네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라는 구호를 제시했다. 한국사회 구성원 보편의 입장에서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의 가장 앞에 섰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는 희생자유가족을 만나서 연대하며 함께하겠다는 장면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던져주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성주군민들에게 날아든 사드 배치 결정은 민주주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국가의 폭력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삶과 마주한 국가폭력으로부터 내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아니라 그동안 지나쳐왔던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눈은 돌렸다. 세상에 대한 희망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다. 국가가 아무리 자본과 이익을 위한 세상을 만들려고 하여도 민초들은 연대를 통해 인간성의 끈을 부여잡고 있다.

자신의 삶과 터전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서 시작한 삼평리 주민들은 지금 정부의 핵발전 중심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는 탈핵-탈송전탑 투쟁의 중요한 주체가 됐다. 성주군민 역시 사드로부터 안전한 동네를 만드는 싸움에서 시작해 민주주의와 인간성을 지키는 싸움을 하고 있다. 사드 배치 지역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만연한 국가폭력이 결국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직면한 것이다.

전기는 대도시와 기업이 사용하는데 송전탑으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이 받고 있고, 원인이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정책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데, 어찌 바깥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삶과 터전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서 이기면 에너지정책이 바뀌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인데, 어찌 바깥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바깥사람들은 삼평리 주민들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며 탈송전탑 싸움에 함께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지금까지도 법정 투쟁, 탈핵탈송전탑 투쟁을 함께하고 있다.

성주군민들은 북의 도발을 막는다는 사드 배치 논리가 거짓임을 폭로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를 막겠다면서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 국가폭력에 맞서 저항하기로 했다. 또, 다른 국가폭력 피해자들과도 함께 하기로 했다. 성주군민의 싸움이 이런 정도인데, 어찌 바깥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한반도 전쟁위기와 외교 불안만 가중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막는 싸움에 성주군민이 앞장서는데, 어찌 바깥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와 인간성을 다시금 지켜내고 있는데, 어찌 바깥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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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8일 밀양, 청도 주민들이 성주 촛불집회 현장을 방문했다.

지난 7월 28일 성주군청 앞에서 삼평리 주민들과 성주군민이 만났다. 촛불집회에서 삼평리 주민 김춘화 씨는 “이 싸움 꼭 이겨야 민주주의를 만드는 기초”라며 연대의 마음을 보냈다. 삼평리 주민도 성주의 바깥사람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이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싸움이라는 점에서는 먼저 싸웠던 사람들이자 분명한 내부세력이다.

사드 배치 반대 운동에서 성주라는 행정경계는 이미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사드는 한반도 전체를 불안에 빠트리는 사안이고, 사회구성원을 무시하는 국가권력에 대항한 헌법적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사안이며, 국가의 폭력에 대항하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인간성을 지키기 위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가르는 경계는 국가폭력/민주주의이며, 자본과 국익/인간성이다. 이 경계에 따르면 앞선 기고 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불순한’ 외부세력은 국가폭력을 동원해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려는 세력이고 사드에 반대하는 성주군민과 저들이 말하는 이른바 ‘외부세력’인 우리들은 민주주의와 인간성을 지키는 내부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