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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6일 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대구경북 독립언론 <뉴스민>이 지닌 대안성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소개한 대학생이었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4학년 한채연(23) 씨는 ‘대안미디어세미나’ 수업 발표를 위해 직접 제작한 웹사이트를 전달했다.
한 씨는 메일에서 “서울 수도권 중심의 언론 지형에서 뉴스민이 갖는 지역언론으로서의 대안성, TK내 진보언론으로서의 대안성, TK로 묶여 배제된 경북의 목소리를 조명함으로써 갖는 대안성 세 가지에 주목했다”며 “언론의 후원시스템에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뉴스민>이 좋은 기사는 독자가 알아볼 거란 믿음을 주었다”고 전했다.
<뉴스민>은 한 씨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서울 출신 20대 여성이 대구경북의 독립언론에 어쩌다 관심을 갖게 됐는지, <뉴스민>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이것저것 물었다. 1월 1일 오전 9시, 전화로 만난 한 씨는 “주류에 뚜렷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대안성이라면 살아남기 힘들다. <뉴스민>은 지역언론 중 가장 뚜렷한 대안성을 갖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Q. ‘대안미디어세미나’ 수업 연구 주제로 <뉴스민>을 택한 이유가 뭔가?
‘대안미디어세미나’ 수업에선 언론,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미디어 분야에서 주류와 맞설 수 있는 대안성을 가진 대상을 각자 선정해 발표한다. 나는 기자지망생이기 때문에 지역언론 중 주제를 찾다가 우연히 <뉴스민>을 알게 됐다. 잘 알려진 지역언론 <옥천신문>, 2000년대 초반 활약한 진보 인터넷언론 <레디앙> 등과 영역은 겹치지만 <뉴스민>만의 대안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뉴스민>을 연구하면 지역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보이겠다 싶어서 주제로 택했다.
Q. <뉴스민>을 연구하면서 특히 주목한 내용은?
웹사이트에 기사를 올리는 것 말고도 유튜브, 페이스북 등 여러 채널을 활발히 운영하는 게 인상 깊었다. 매주 발송하는 뉴스레터의 퀄리티도 높았다. 개인적으로 대학생활을 하며 학보사를 오래 했는데, 적은 인력으로 기사를 쓰면서 SNS 채널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뉴스민>은 독자에게 가까이 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Q. ‘경제적 독립이 가능한지 여부’를 <뉴스민>의 한계점으로 꼽았다.
수업에서 발표된 연구주제 모두에 던져진 질문이다. 교수님, 친구들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예전에 독립언론 <셜록> 기자님에게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후원시스템만으로 매체가 지속 가능할까. 대안 언론을 택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기자님은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열심히 쓰면 독자들이 알아줄 거란 믿음이 있다”고 답했다.
그때는 그 답이 막연하게 들렸다. 하지만 <뉴스민>을 연구하면서 ‘독자’의 존재가 구체적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특히 2023년 초 <뉴스민> 후원의밤 사례가 그랬다. ‘독자들이 막연하게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위기의 순간에 달려와 도울 수 있구나. 진심을 다해 기사를 쓰고 다가가면 독자들이 필요성을 느끼는구나. 꾸준히 변함없는 모습을 보이면 지속 가능할 수 있구나’ 싶었다.
Q. 연구 내용 중 대구경북 출신 20대 여성들과 지역언론 및 대구경북을 주제로 이야기 나눈 부분을 재밌게 읽었다.
대구경북이 고향인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그걸 좌담 형식으로 재구성해 발표 자료 끝에 더했다. 이들은 부산이 고향인 친구들과 또 다른 지점이 있었다. 부산 출신 친구들은 “일자리만 있으면 고향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데, 대구경북 출신 친구들은 “지긋지긋하다”, ’답답하다“, ”다시 대구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와 경북 출신 친구 간 온도 차도 있었다. 그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해졌다. 인터뷰한 친구가 모두 여성이라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Q. 기자지망생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가.
<뉴스민>처럼 기성언론이 조명하지 않는 이들, 목소리 내지 못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기자가 되고 싶다. ‘대안언론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면 기자를 준비하는 주변 친구들은 ‘소신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세상 물정 모른다’고 말한다. 그럴 때 <뉴스민>이 좋은 반박이 되어 줬다. ‘기자 명함을 갖고 싶어서’보다 ‘쓰고 싶은 기사가 있어서’ 기자가 됐다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싶다.
Q. <뉴스민>에 기대하는 것, 혹은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지역의 여성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전해주면 좋겠다. 연구 과제를 하면서 만난 대구경북 출신 친구들은 ‘고향 이야기를 할 곳이 없다’고 했다. 그들은 서울에서 지내면서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는 것 같다. 자기 이야기를 할 창구가 없다 보니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외로워한다고 느꼈다.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청년들의 고민도 담아주면 좋겠다.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는 게 아쉬웠다. 내 또래는 페이스북보다는 인스타그램을 주로 하는데, <뉴스민>의 기사와 영상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도 전달되면 좋겠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