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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시민이다. 투사도 영웅도 아닌 제가 이런 자리에 올라와 발언을 하게 된 이유는, 투사도 영웅도 아닌 가장 평범한 시민마저 투사가 되길 자처할 정도로 분노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함이다. 나라에 개XX들이 너무 많아서, 다 언급하려면 3박 4일을 해도 모자란다. 그러니까 저는 한 놈만 패겠다. 국민의힘, 플러스 홍준표, 내란을 옹호하고, 고개를 뻣뻣하게 들 수 있는 이 오만함은 어디서 나오는거냐” (익명의 TK딸)
올해 마지막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가 열렸다. 28일 오후 5시부터 대구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제12차 대구시민시국대회는 12.3 윤석열 내란 사태를 옹호하고 나아가 국민의힘을 옹호하며 대선 출마까지 공언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시국대회는 집회 시작 전부터 한일극장 앞 무대를 가득 채웠고, 대오는 5시 30분께 옛 대구백화점 앞까지 약 110미터 가량 이어졌다. 주최측은 5시 35분 기준으로 2,8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고, 6시 기준으로 3,000명으로 추산했다.
전날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결국 탄핵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검찰이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충격적인 발언들이 알려졌지만, 대구에선 박정희 동상 건립을 기어코 강행하고 대선 출마를 공언한 홍 시장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 못지않은 분노로 표출됐다.
시작은 유머와 함께였다. 시국대회 여는 공연을 장식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보컬 배미나 씨는 “박정희 동상이라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홍준표가 나왔다. 보셨나”며 “자기 동상 세우려고 박정희를 팔았어. 이건 용서할 수 없다, 진짜”라고 비꼬았다. 배 씨는 공연 중간중간 ‘윤석열 탄핵’과 ‘국민의힘 해체’를 구호로 함께하며, 추위 속에 열린 시국대회에 열기를 불어넣었다.
이어 자유발언을 위해 무대에 오른 최나래 씨도 “대구에도 여성, 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 노숙자, 미등록 이주민 등 약자와 소수자 인권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전태일 열사의 대구 옛집을 복원하기 위해 자발적인 모금에 동참한 사람들이 있고, 홍준표가 세운 자기 닮은 박정희 동상 철거하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윤석열 넘어 대구의 변화를 위해 함께 하자고 독려했다.
최 씨는 “감히 부탁드린다. 윤석열이 끌어내려지고 나라의 안정이 온 후에도 우리 지역 목소리에 관심 갖고 함께 연대해주시라”며 “대구에 산다는 이유로 밖에서도 욕먹고, 안에서는 국힘 지지자에게 욕먹지만, 좌절하고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고향 대구를 바꿔 나가고 싶다.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 이길 때까지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그 끝은 이기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CGV한일극장 앞에서 종료된 시국대회는 극장에서 공평네거리, 봉산육거리, 반월당네거리, 중앙네거리 순으로 대구 중심가를 한 바퀴 돌며 행진한 후 다시 공평네거리를 거쳐 동인동 대구시청사로 이어져 홍 시장 규탄으로 계속됐다.
이 자리에서 스스로 익명의 TK의 딸이라고 소개하고 무대에 오른 여성은 “나라를 팔아먹어도 ‘어차피’ TK에선 뽑아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오만한 것 아니겠느냐. 저는 그 ‘어차피’를 깨기 위해 올라왔다”며 “동대구역, 영남대, 경주, 안동, 보수 세가 강한 지역마다 박정희 동상이 세워지고 있는데, 이거 진짜 안 바뀌는 동네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그만큼 급한 거다. 초조한 거다”고 꼬집었다.
그는 “동대구역을 거쳐 가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동상을 우러러보고, 박정희를 대구 위인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싶은거다. 이미 존재하는 극우를 더욱 결집하고자 함이다. 왜? 내란 정국에 흩어지는 지지를 이렇게라도 붙잡고 싶어서”라며 “교묘한 세뇌가 아니면 젊은 유권자를 사로잡을 방법이 없으니까, 중도층 다 버리고, 극우들 좋아하는 사탕이나 던져주는거다. 저들이 급한거다. 매국노의 단발마가 들리는 데 우리가 지칠 이유가 있나. 박정희 무덤에 순장 당하고 싶다는데 우리가 마다할 이유가 있나”라고 목소리 높였다.
나아가 그는 12.3 내란 사태를 옹호하는 국민의힘에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주체는 우리 국민”이라며 “등 따시고 배부르니, 이것들이 아주 국민 머리 꼭대기에 있는 줄 안다. 그 자리에 앉혀 놓은 게 누구냐, 그 봉급 누구 세금으로 주는거냐, 여러분 회사에서 사장이 누군지도 못 알아보면 어떻게 되나, 잘려야 한다. 프랑스 혁명에서 시대 정신을 읽지 못한 봉건세력들은 어떻게 됐나? 목이 잘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잘라야 한다. 목을 쳐야 한다. 23대 총선에서 저는 목을 치는 기분으로 투표장에 갈 거다. 내란범들을 결딴내겠다는 마음으로 투표할거다.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절단내시겠나”라며 “탄핵되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고,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한다. 월권하지 말라. 다음 대통령 뽑는 건 국민이 알아서 하는거다. 당신들은 당신들 목이나 걱정하라”고 촉구했다.
박재현 공무원노조 대구본부 사무처장도 무대에 올라 홍 시장의 내로남불식 실정을 꼬집었다. 박 사무처장은 “홍 시장은 도대체 시장으로서의 품격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렴치하고 비열하고, 내로남불의 권위적 행태를 보여왔다”며 “전임 시장 알박기 인사를 비판하면서 정무직과 산하기관장 임기를 시장과 일치시킨다며 본인이 제정한 조례를 조기 대선에 나가게 되니 측근 챙기려 다시 개정하겠다고 한다. 내로남불, 후안무치, 도대체 홍준표의 실정의 끝은 어디까지냐”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과 홍준표는 많이 닮았다. 노동탄압이 그렇고, 골프 사랑하는 게 그렇다. 멀쩡한 청사 옮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의 말 잘 듣지 않고 막말하며, 무능하면서도 자신이 최고라는 과대망상에 빠져 있다. 독재를 미화하는 시대착오적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제 더 이상 대구 시민도, 대구시 공무원도 시정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대통령될 욕심으로 가득 차 내란범을 옹호하는 홍준표를 대구시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홍 시장은 대권 도전 운운하지 말고, 사퇴 시기 저울질하지 말고,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들은 대구시청 앞에서 홍준표 시장 얼굴과 함께 ‘국민 없는 국민의힘, 내란우상화 홍준표’라고 쓰인 현수막을 찢으며 시국대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지난 주말 전봉준 투쟁단이 남태령 고개를 넘을 수 있도록 연대한 시민들에게 응답하기 위해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은 따뜻한 어묵 등을 후원하는 부스를 운영하며 온기를 나눴다. 김구일 전봉준투쟁단 경북단장은 무대에 올라 “다시만난세계가 유행인데, 저는 남태령에서 처음만난세계를 만났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시민들이 우리의 밤을 지켰고, 차벽을 허물었다. 전국의 많은 분들이 동짓날 밤 잠을 못잤다고 했다. 함께 마음 모아준 덕분에 트랙터가 한강을 넘었다”며 “우리는 반드시 윤석열 파면 하고 국민의힘을 해체하고, 더 나아가 국민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대개혁의 길로 함께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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