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청 앞 ‘이승환 콘서트’ 연 시민들···“밖에선 구미인민공화국이란다”

이승환 팬들도 함께···"시대 아픔 같이 하는 우리 가수, 자랑스럽다"
김장호 시장 규탄 한목소리, "보수단체로부터 자기 안전 지키려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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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우리 가수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시대의 아픔을 같이 하잖아요. 노래 따로, 시대 따로, 정치 따로가 아니잖아요. 다 연결돼 있잖아요. 이번에 비상계엄 사태가 아니었다면 우리 가수의 콘서트가 취소되는 일이 있었을까요? 그것 때문에 좌우가 갈라지고, 하나의 타깃이 된 거라 생각해요. 구미시장이 나쁜 선례를 남겼죠.”

가수 이승환 씨의 팬카페에서 ‘덕지장군’ 닉네임을 쓰는 김 모 씨(52, 경남 창원시) 씨가 말했다. 김 씨는 “오는 29일 김해 콘서트도 구미 콘서트 취소 여파로 일부에서 콘서트를 취소하라는 이야기도 있었다”며 “김해 콘서트도 못 가는 것이 아닐까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극우 집단의 항의로) 콘서트가 취소될까봐 마음을 졸이고, 우리의 일상에 침범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 가수 이승환 씨의 팬인 송수지, 이수영 씨 등이 일행들과 함께 이승환 35주년 콘서트 ‘HEVEN’ 굿즈를 착용하고, ‘이슬환 콘서트 취소를 규탄한다’, ‘구미시의 일방적인 대관취소는 문화계엄령’, ‘어떻게 시장이 그래요’, ‘일상을 배상하라, 세금 말고 니 돈으로’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구미시청 앞에서 열린 이승환 영상콘서트에 참여했다.

27일 오후 5시부터 촛불집회 및 이승환 영상콘서트가 경북 구미시청 정문 앞 도로에서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승환 구미 콘서트 취소한 극우의 낭만 도시 거부한다’는 부제와 함께 윤석열퇴진 구미시국회의 주최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3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관련기사=‘극우세력’ 손 잡은 구미시, 공연 이틀 전 이승환 콘서트 일방 취소(‘24.12.23)]

김 씨는 “취소 당일날 구미시문화예술회관을 직접 찾아가 취소에 대해 항의했고, 오늘이 세번째 구미 방문”이라고 했다. 김 씨는 ‘순간반짝임’ 닉네임을 쓰는 송수지(42·경북 안동시) 씨 등과 함께 지난 24일 구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도 했다.

송 씨도 “저는 정치에 크게 관심있는 편이 아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가수 덕분에 정치문제에 더 관심갖고 깨어있게 되는 것 같다”며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주고 용기 있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며 이게 바로 ‘진정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샐리’ 닉네임을 쓰는 이수영(45, 충남 당진시) 씨는 상영되는 이승환 콘서트 영상이 30주년 ‘무적전설’ 콘서트라고 공연 장면을 설명하며, 구미 콘서트가 취소된 것에 분노했다.

이 씨는 “9월 27일 티켓 예매 사이트가 열렸는데, 지난 3개월 동안 맛집을 찾고 숙박과 교통을 알아보며 크리스마스 공연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공연 직전 구미시장의 한 마디에 꿈꾸던 시간들이 깨졌다”며 “보수집회에서 무슨 테러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언제 그래서 공연이 취소된 적이 있었냐”고 따졌다.

그러며 이 씨는 “구미 콘서트 팬들을 위해 나눔하려고 했던 간식꾸러미 200개를 오늘 집회에서 대신 나눠줬다”며 “보통 우리 가수의 콘서트에서 휴지폭탄과 비행기를 날리는 이벤트를 하는데, 그걸 위해서도 콘서트를 기다리며 팬들이 휴지폭탄 4,500개와 비행기 6,000개를 팬들이 준비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 27일 오후 5시부터 촛불집회 및 이승환 영상콘서트가 경북 구미시청 정문 앞 도로에서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자유발언 통해서도 김장호 구미시장 규탄목소리

영상 콘서트에 앞서 진행된 시민 자유발언대에서도 극우단체의 요구로 콘서트를 일방 취소한 김장호 구미시장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승환 콘서트를 취소 당했다는 구미 송정동 주민 박찬문 씨는 “이번 콘서트 취소로 구미가 치안이 위험한 도시로 소문이 났다. 지난 수 십 년간 구미시에서 시위로 인해 폭력사태가 일어난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공연을 예매했던 사람들도 어느 하나 위험을 느끼지 않았다. 왜 시장은 우리를 위험에서 구해준다고 취소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며 “보수단체들이 요구하니까 시장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취소한 것”이라며 “‘대구의 조선일보’ 매일신문에 김장호 시장이 기고한 글을 보면 공연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줄 몰라서 그랬다고 한다. 공연장에서 좌우가 격돌해서 칼부림이 난 적이 있었나.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윤석열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구미시에서 초중고를 나와 현재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20대 박수진 씨도 “저는 대학때 서울로 상경해 미술을 전공했다. 이승환 콘서트가 부당하게 검열돼 취소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왔다”며 “구미는 문화 예술적으로 상당히 고립되어 있는 도시다.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한데 구미에서 성장하며 예술인으로 꿈을 키울 때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전시를 보며 문화적 소양을 채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추억을 이번에 김장호 시장이 무너뜨렸다. 문화예술을 본인 입맛대로 검열하면 누가 구미를 위해 문화예술을 꽃피어 주겠냐. 구미에서 예술인재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굉장히 민폐다. 밖에서 구미를 ‘구미내란시, ‘구미인민공화국’이라고 한다”며 “이제는 박정희의 도시, 보수 낭만의 도시가 아니라 깨어있는 도시, 민주적인 도시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